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터스텔라> 이후 3년 만에 신작 <덩케르크>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덩케르크>는 그동안 미래를 지향해왔던 그가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과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인데요.

영화는 1940년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을 구하기 위한 사상 최대의 탈출 작전을 실감 나게 그렸습니다. 지난 13일(목) CGV 왕십리에서 첫 베일을 벗은 이후 나온 언론·시사 반응들은 어땠는지 확인해볼까요?


전쟁 드라마 아닌 생존 드라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영화를 전쟁영화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덩케르크에서 일어난 사건은 인간 역사상 생존에 대한 대단한 사건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며, 전쟁 드라마가 아닌 생존 드라마임을 누차 강조했죠. 이 때문에 2차 세계대전의 한가운데를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어떤 장면에서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습니다.

생존의 드라마를 만들어내기 위해 영화만이 구사할 수 있는 영화적인 시간이라는 마법으로 관객을 동참시킨다. <덩케르크>는 전쟁영화의 특징보다 휴먼이자 생존의 드라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를 적이 등장하지 않는 전쟁영화로 만들었다. 독일군이라곤 전투기 조종사를 흐릿하게, 그리고 마지막에 저 멀리서 어렴풋이 담았을 뿐이다. <덩케르크>가 죽고 죽이는 전쟁영화가 아니라고 선언한 듯하다. 그저 구출의 이야기, 구원의 이야기,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듯하다.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덩케르크>의 태도는 ‘거두절미’다. 여느 전쟁영화에서처럼 정치인, 장군이 지휘부 사무실에서 지도를 펴고 작전을 짜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후방에 있는 군인 가족, 연인과 얽힌 사연도 알 수 없다. <덩케르크>는 민간인의 인적이 없는 황량한 거리 위로 독일군의 삐라가 살포되는 장면에서 시작해, 오직 덩케르크 주변의 긴박한 상황에만 집중한다.

-경향신문 백승찬 기자
감독은 이 영화에서 전장의 병사들이 죽는 모습보다는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집중 포착한다. 침몰하는 군함에서, 바다에 추락한 전투기에서 군인들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한국경제 유재혁 기자

3가지 시간대를 교차하는 놀라운 구성과 편집

보이지 않는 적에게 포위된 채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해변에서의 일주일, 군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항해하는 바다에서의 하루, 적의 전투기를 공격해 추락시키는 임무를 맡은 하늘에서의 한 시간. 놀란 감독은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전작들에서 자유자재로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했던 것처럼 <덩케르크>에서도 실화의 시간을 재구성하고 재창조했습니다. 

<덩케르크> 시사 직후 화상으로 연결한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세 가지 시간대를 교차한 이유에 대해 "스토리텔러로서 관객들이 경험하는 문화에 새로우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서 나온 결과"라고 전했습니다. 거듭되는 교차편집을 통해 여러 시간대 속 인물들의 시선이 동시간의 흐름으로 보이게 만들었죠.

<덩케르크>의 특징은 3가지 시간대가 교차되며 진행된다는 점이다. 해변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 시간을 오가며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이들의 시선으로 덩케르크 작전을 조명한다. 전작 <인터스텔라> 등을 통해 자유자재로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장기는 실화의 시간을 재구성한 <덩케르크>에서도 발휘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리얼리즘은 최고조에 달한다. 라이브 컨퍼런스를 통해 놀란 감독이 ‘아이맥스’로 관람할 것을 추천한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플롯의 마술사’로 불린다. 장편 데뷔작 <메멘토>에선 조각난 기억을 재구성했고, <인셉션>에선 꿈과 기억의 연금술을 펼쳤다. <인터스텔라>는 어떠한가.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지구와 우주의 시공간을 바늘자국 없이 연결하는 놀라운 신공을 발휘했다. (중략) 세 가지 시간대는 일주일, 하루, 한 시간으로 줄어들며 당시의 숨막혔던 긴장을 팽팽하게 조인다. 각각의 상황은 극 후반부 어느 지점에서 한 곳으로 수렴된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육지, 바다, 하늘의 시점으로 강렬한 서스펜스를 체험하게 된다.

-마이데일리 곽명동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역시 지적이었다. 시간의 흐름을 공간의 변화에 맞춰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내러티브 분할의 효과를 거뒀다. <인터스텔라>나 <인셉션>에서 볼 수 있었던 공감각적인 시간의 재구성이 실제 역사에서 구현될 수 있는 점은 ‘크리스토퍼 놀란표’ 역사 영화의 선명성을 확보한 대목이다.

-enews24 이동현 기자

명불허전 한스 짐머의 OST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말할 때 한스 짐머의 음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에 이어 이번에도 OST를 맡아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는데요. 대사가 많지 않은 작품인 만큼 그 공백을 메우는 음악의 역할이 무척 컸습니다.

놀란 감독은 영화 전반에 흐르는 차가운 소리를 통해 구현하고 싶었던 포인트에 대해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스토리와 반대로 음악에서는 냉철함과 객관성을 가져가길 원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음악을 통해 서스펜스와 강렬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도 말했죠.

촬영이 <덩케르크>를 달리게 하는 바퀴라면, 음악은 이 영화의 엔진이다. 음악감독 한스 짐머는 차갑고 기계적인 사운드로 극의 호흡을 죄면서도, 때때로 에드워드 엘가의 ‘수수께끼 협주곡’ 중 ‘님로드(Nimrod)’를 뭉클하게 변주하며 영화가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한다.

-중앙일보 고석희 기자
<덩케르크>의 완성도에는 OST의 역할이 5할 이상은 차지한다. 영화 전반을 타고 흐르는 음향은 전쟁 상황이 주는 불안정한 분위기, 줄곧 서스펜스로 균일한 심리상태를 조성한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OST에 참여해 놀란의 지휘 못지않은 큰 비중으로 컷을 장식했다. 3가지 시점으로 상황은 고립되지만, 청각 효과로 이야기 전체에 유기성과 몰입감을 부여했다.

-서울경제 한해선 기자

극적 재미는 부족하다

실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만큼 오락적인 화려한 볼거리는 아쉬웠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다소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라는 시선도 있었죠.

다큐멘터리적 현장감이라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극적 재미를 추구하지 않았다는 뜻. 잔혹한 전투와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준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작품과는 전혀 다른 전쟁 영화다.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놀란 감독다운 세계를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영화지만, 상업적 성공을 거둔 전작들과는 결이 달라서 대중적 영화로 보기는 어려울 것.

-정지욱 영화평론가
최대한 실화를 있는 그대로 구현한 영화인 만큼 오락적인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기존의 재난ㆍ전쟁영화와 차원이 다른 생생한 리얼리티적인 구성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다. 또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손발이 오글거릴 수 있다. 106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이 신의 한 수다.

-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기자
덩케르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톰 하디, 킬리언 머피, 케네스 브래너, 마크 라이런스, 해리 스타일스, 핀 화이트헤드

개봉 2017 영국, 프랑스, 미국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박지민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