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목소리 출연 산토키 소마, 스다 마사키, 시바사키 코우, 아이묭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당신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계의 몫으로부터
★★★★
창작자로서 평생 쌓아왔던 작품 속 핵심 가치들과, 한 인간으로서의 인생관을 한 데 모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異)세계. 친절하고 천진한 모험극보다는 어느덧 죽음의 문턱에 더 가까워진 노장 감독의 머릿속을 관념적으로 유영하는 작품에 가깝다. 삶과 죽음을 아주 깊숙이 고민해 본 자가 지닐 수 있는 시선과 상상 속에서, 무엇을 취할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으로 남겨두려는 태도가 인상적. 특정한 삶의 교훈을 쥐여주는 대신 ‘악의에 물들지 않은 돌’로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해 가기를 다음 세대에 당부하는 제언은 미덥고 따스하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살아라. 너의 세상을 만드는 것은 너란 걸 잊지 말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애초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이었던 만큼 그의 애니메이션 인생을 집대성했다. 군수업자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기는 동시에 비행기 부품의 아름다움에는 감탄하는 소년 마히토는 미야자키 하야오이며 마히토가 들어간 이세계는 그가 만들어온 애니메이션들이다. 상실을 겪은 아이가 만나는 신비로운 존재들과 모험은 결국 당신의 세상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극 중에서 큰할아버지가 창조한 세상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세계인 동시에 현실 인식을 보여주며 영화를 보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우주는 어떤 모양인지 묻는다. 지옥인지 천국인지, 벌레가 들끓는지 평화로운지. 그리고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세상을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이라고.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
★★★
기괴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모호하기도 하다. 관객이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것에 응답하기보다는, 창작자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풀어낸 인상이다. 관객이 믿고 싶어 하는 인간의 선한 부분보다, 그 반대의 결들. 그러니까 인간이 지닌 추한 감정도 피하지 않고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며 스크린 앞에 앉았다간 질문이 연신 걸어오는 거장의 방식에 당황할 수도 있겠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과 세계관과 관계성을 꿰고 있는 관객이라면, 전작의 흔적에 접속하는 재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의 역작
★★★★☆
애니메이션의 거장이 고난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커다랗고 묵직한 고언. 어린 시절 겪은 전쟁에 이어 역사적 참사를 거듭 목격한 82세 노장은 21세기에 들어 더 이상 즐거운 판타지를 만들 수 없다고 고백한 바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13번째 영화에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도 기여가 크다. 군수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 아픈 어머니가 캐릭터로 등장하고, 하야오는 소년과 노인의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뇌한다. 거장은 쉽고 빠른, 자극 과잉 시대의 관객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와 더불어 세상과 인생, 인간에 대한 거장의 날카로운 통찰과 혜안이 끝내 진심 어린 판타지를 탄생시켰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산토키 소마, 스다 마사키, 시바사키 코우, 아이묭, 기무라 요시노, 기무라 타쿠야

개봉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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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감독 조현철
출연 박혜수, 김시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 두 친구가 수학여행 전날 겪는 하루의 이야기. 서로 마냥 좋은 친구 사이의 우정과 사랑, 그럼에도 다 털어놓지 못하는 속마음, 친구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했던 미안함, 진심을 전하는 화해 등 두 주인공 사이의 사연이 이어진다. 이 이야기만 놓고 보면 친구 사이의 소소한 감정에 대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세월호’라는 맥락 속에서 바라보면, 이 작품의 모든 디테일과 대사와 관계가 주는 울림은 거대하게 증폭된다. 배우 조현철의 첫 장편이자 진정 ‘마음’으로 만든 영화. 담담하게 속삭이는 세미의 독백 엔딩은, 최근 한국영화에서 가장 강렬하게 관객의 감정을 움직인다. ‘그날’의 아이들에 대한 위로. 혹은 잊지 말자는 다짐.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결국 사랑이 모든 것이기를 
★★★☆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털어버리지 않고는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조현철 감독의 <너와 나>는 그 방증으로 읽힌다. 숫자가 아닌 개별성으로 받아들이기. 구하지 못한 이들을 기억하기를 넘어서 영원히 지속될 사랑을 감지하기. 그리고 네가 세상에 여전히 온전하게 존재하던 하루, 영원히 반복될 그 사랑의 시간 속에서 네가 되는 꿈을 꾸기를 소망하기. 어쩌면 애도는 그런 것이다. 종종 의미의 도취에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지만,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에는 분명 속절없이 마음을 내어주게 되는 구석이 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두고두고 기억될 ‘너와 나’
★★★★☆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그려진 눈물 나도록 가슴 미어지는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불시에 잃은 사람의 시간은, 그가 떠난 시간에 고여, 다른 시간의 곡선 안에 갇힌다. 홀로 맞는 하루는 떠난 이와 함께했던 하루와 같지 않다. 꿈 같은 질감의 화면 속에서 <너와 나>는 시간의 축을 중첩시키고 주체 간의 경계를 지워내며, 2014년 그날에 멈춰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염려하고 안아준다. 논리만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시간의 밀도’와 ‘감각’과 ‘시제’를 영화만의 표현 방식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도 각별하지만, 소재에 대한 예의를 다하려 세심하게 애쓴 창작자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돼 더 마음이 가는 작품이다. 1년을 정리하는 연말 영화 리스트에는 물론이고, 두고두고 이야기될 수작.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감독 조현철의 기억할 만한 데뷔작 
★★★☆
영화에서 수학여행이라는 대사가 나올  직감한다. 수학여행 전날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소녀의 이야기가 가늠할 수 없는 감정의 여파를 가져오리란 것을 말이다. 배우  감독 조현철은  장편 연출작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한다. 그의 영화 안에서 삶과 죽음, 떠난 자와 남은 , 기억과 상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그리고 너와  이어진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라고 신인 감독 조현철은 설파한다. 

너와 나

감독 조현철

출연 박혜수, 김시은

개봉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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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시민
감독 박진표
출연 신혜선, 이준영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상식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야옹
★★★
슈퍼 히어로에 가까운 주인공의 활약과 속 시원한 일갈이 있다는 점에서 ‘여성 기간제 교사 버전 <범죄도시>’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불의를 참다못해 직접 처단에 나서는 선한 주인공의 모습은 분명  판타지에 가까울 것이다. 어디까지나 대리 복수자의 승리일 뿐이라는 한계도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꿈꿔볼 수 있는 종류의 긍정이기도 하다. 소시민들의 상식이 승리하는 세상의 손을 기꺼이 들어주기 위해 직선으로 죽죽 뻗는 권선징악의 통쾌함만큼은 확실하게 챙긴다. 밉지 않게 능청을 떠는 신혜선의 출중한 매력도 반짝. 

용감한 시민

감독 박진표

출연 신혜선, 이준영, 박정우, 박혁권, 차청화, 이찬형

개봉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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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더 도어
감독 장항준
출연 이순원, 서영주, 김수진, 강애심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문을 열면 시작되는 이야기 속으로
★★★
제목과 구성, 형식을 군더더기 없이 일치시키는 영화적 실험. 일상적 장치인 문을 통해 사건의 전말, 인물들의 심연으로 서서히 파고드는 흐름의 아이디어가 간결하지만 매력 있다. 긴장감의 밀도 면에서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 지점들은 존재하나, 내막이 하나씩 벗겨지는 스릴러 특유의 리듬은 충실하게 즐길 만하다.

오픈 더 도어

감독 장항준

출연 이순원, 서영주, 김수진, 강애심

개봉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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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을 위한 식탁
감독 김보람
출연 박채영, 박상옥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
식탁의 역사
<피의 연대기>(2018) 이은 김보람 감독의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처음엔 엄마와 ,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할머니의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여인 3대에 대한 일종의 연대기가 된다. 거식증에 걸린 딸과, 치료하려는 엄마의 이야기는 단지  차원을 넘어, ‘가족의 여성들 겪었던 역사로 소환된다. 이것은 단지 다큐  가족의 이야기가 아닌, 어쩌면 우리의 수많은 가족들과 여성들이 겪었을 일들의  대표 사례이다. 갈등을 드러내고 터트려 결국은 위로하는 영화. 부모와 자식 세대가 함께 봐야  다큐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서로 다른 몸들이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
★★★
오랜 시간 섭식장애를 앓아 온 딸 채영과 그런 딸을 바라보며 마음 쓸어내려 온 엄마 상옥. 모녀 이야기는 섭식장애의 원인과 기원에 다가가며 여성 문제, 더 나아가 세대 문제로 훌쩍 파이를 넓힌다. 싱글맘이자 워킹맘으로서 바쁘게 살며 딸의 질병에 부채감을 지니고 있던 상옥은 가부장제 아래 살아온 자신의 엄마도 40년 넘게 섭식장애와 싸웠던 기억을 떠올리는데, 그렇게 영화는 몸과 몸이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피의 연대기>를 통해 여성의 몸을 탐구한 김보람 감독이 대상들을 사려 깊게 담아낸, 또 다른 의미의 ‘피의 연대기’ 같기도 하다. 섭식장애 원인을 단순히 외모 집착에서 찾는 납작한 시선에서 벗어나, 관계 문제로 깊게 파고들었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다큐멘터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식탁
★★★☆
섭식장애를 앓는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라면 이들의 사연을 투병기로 다룰 법하다. 이 다큐멘터리가 특별한 점은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연출자의 깊은 시선이다. <피의 연대기>(2018)에 이어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김보람 감독은 두 주인공의 삶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모녀 관계와 갈등, 여성의 몸과 마음, 시대와 사회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투병과 모성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는 ‘두 사람‘의 진솔한 고백과 대화가 마음에 와닿는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

감독 김보람

출연 박채영, 박상옥

개봉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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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1970)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
출연 소피아 로렌,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전장의 멜로 비극
★★★☆
이탈리아의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이 1970년에 내놓은 작품. <자전거 도둑>(1948) 같은 영화에선 척박한 현실에 대한 리얼리즘의 시선이 돋보이지만, 데 시카 감독의 장기는 사실은 <해바라기> 같은 멜로 톤의 드라마이다. 2차대전을 배경으로, 전쟁 때문에 이별해야 했던 부부의 애절한 이야기다. 이탈리아 영화 역사를 대표하는 두 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와 소피아 로렌을 한 화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러닝타임이 아깝지 않을 영화. 올드팬이라면 과거 TV의 ‘주말의 명화’ 시간에 숱하게 접했을 작품인데,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나온 지 53년 만에 재개봉한다. 헨리 맨시니의 감성적인 영화 음악도 이 영화를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전쟁 로맨스의 고전
★★★★
이탈리아 거장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1970년작. 오프닝과 엔딩에 나오는 광활한 해바라기 밭과 핸리 맨시니의 배경음악이 불멸의 명작을 완성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이 갈라놓은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로 전설적인 배우 소피아 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가 절절한 멜로 연기의 정석을 보여 준다. 영화 속 우크라이나 해바라기 밭은 다시 전쟁을 겪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의 참혹함을 상기시킨다. 

해바라기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

출연 소피아 로렌,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루드밀라 사벨리에바, 갈리나 안드리바, 애나 카레나, 네드자 세러드니센코, 제르마노 롱고, 글라우코 오노라토, 실바노 트란퀼리, 마리사 트라베르시

개봉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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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앤미앤미
감독 완와우 홍비바타나, 위안 홍비바타나
출연 티티야 지라폰실프, 앤서니 뷔서렛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그해 여름 우리 쌍둥이 자매는 
★★★
한 소년과 첫사랑에 빠진 쌍둥이 자매의 여름방학 이야기. 1999년, 태국 북동부 이산 지방을 무대로 쌍둥이 자매의  우애와 성장을 풋풋한 감성으로 그렸다. 세기말과 태국의 시골 풍경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쌍둥이 자매인 완와우 & 위완 홍비바타나 감독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초경, 첫 키스 등 소녀들의 통과의례를 공감 있게 연출했다. 일란성 쌍둥이를 연기한 신인 배우 티티야 지라폰실프의 1인 2역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유앤미앤미

감독 완와우 홍비바타나, 위완 홍비바타나

출연 티티야 지라폰실프, 앤서니 뷔서렛

개봉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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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와 용감한 녀석들: 황금 달걀 구조대
감독 가브리엘 리바 팔라시오 알라트리스테, 로돌포 리바 팔라시오 알라트리스테
출연 브루노 비처, 마이테 페로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험프티 덤프티의 후예들
★★★☆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 치킨 히어로>(2016) 이후 7년 만에 돌아온 멕시코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전편이 히어로로 거듭나는 수탉 빌리의 성장담을 그렸다면, 이번 속편은 아빠가 된 빌리가 인간 악당에게 납치된 황금 달걀 남매를  구조하는 가족 모험극으로 거듭났다. 달걀뿐 아니라 타조알, 도마뱀알, 메추리알까지 각양각색 알들이 등장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알들의 특징을 영화의 재미와 긴장감으로 살리면서 위기에 맞서 활약하는 동물 애니메이션의 통쾌한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 황금 달걀 구조대

감독 가브리엘 리바 팔라시오 알라트리스테, 로돌포 리바 팔라시오 알라트리스테

출연

개봉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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