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지도 어느새 스무 해를 넘어 21년째가 되었다. 김광석의 음악이 스무 해 뒤까지도 계속해서 인기를 얻을 거라고는 김광석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월이 더해질수록 김광석의 음악을 찾는 이들은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박학기의 말처럼 삶의 길목마다 김광석의 노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33살에 세상을 떠나 요절이라는 비극적인 낱말이 더해지면서 그의 음악이 지닌 가치는 더 올라갔다. 더 듣고 싶어도 이제 그의 목소리는 녹음된 음원으로만 들을 수 있다.
영화 <김광석>은 요절한 김광석의 죽음을 쫓는 내용이다. 지금껏 만난 김광석의 음악 동료 어느 누구도 김광석의 자살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김광석이 타살당한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김광석>의 연출을 맡은 이상호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MBC 해직기자로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이상호 기자는 어느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김광석을 죽음을 추적해왔다. 역시 타살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지만 100%가 아니면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웠다. 이상호는 그동안 모은 자료들을 공개하며 90% 이상의 정황 증거로 김광석의 죽음이 타살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동안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내용, 또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이 영화에 등장한다. 몇몇 내용은 자극적이어서 충격을 주기도 한다.
영화 자체가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건 아니다. 80분가량의 상영 시간이지만 그보다 더 시간을 대폭 줄였어도 큰 문제가 없었을 영화다. 이 말은 곧 없어도 될 컷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고, 그 컷들의 대부분은 감독 이상호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렇게 되면 영화로서 상영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굳이 없어도 될 이상호의 모습과 감정을 굳이 영화에 넣어놓았다. 출연자들의 증언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어김없이 이상호는 투샷으로 모습을 보인다. 이상호는 음악 다큐멘터리처럼 만들고 싶다고 스태프에게 얘기하지만 영화는 TV의 고발 프로그램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광석>은 음악 다큐멘터리가 될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영화가 김광석의 죽음을 쫓을수록 카메라의 끝이 김광석의 부인 서아무개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00%는 아니더라도 <김광석>에서 서아무개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앞서 언급한 몇몇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영화에서 그는 강렬한 악인으로 묘사된다. 영화의 영어 제목 자체가 <Suicide Made>다. 하지만 서아무개는 김광석의 음악 저작권 소유자이기도 하다. 자신을 그렇게 묘사하는 다큐멘터리에 음악을 제공할 리는 없다.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김광석의 노래는 '서른 즈음에', '나의 노래', '먼지가 되어', '사랑했지만'이다. 모두 다른 작곡가들이 만든 노래들이다. 김광석이 직접 만든 노래들은 쓸 수가 없고, 다른 작곡가들의 노래마저도 라이브로 부른 버전이 영화에 삽입됐다. 하지만 이 적은 수의 노래들은 여전히 영화를 통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이상호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굉장히 힘들었지만 좌절을 겪을 때마다 김광석씨 노래가 전혀 뜻밖의 시간과 장소에서 사이렌처럼 자꾸 나왔다"며 "영화를 완성시킨 의지는 김광석 노래에서 온 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운드트랙 음반이 나올 수 없는 음악영화, 음악 다큐멘터리가 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영화. <김광석>은 그래서 더 슬프다.

-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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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상호
출연 김광석, 이상호, 박학기, 한동준
개봉 2017 대한민국
김학선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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