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15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가 됐다. 영화에 자체에 대한 칭찬도 많았지만, 그보다 일주일 전 개봉한 <군함도>가 220억의 제작비, 쟁쟁한 배우들과 일제강점기라는 배경, 그리고 사상 최다 규모의 개봉관수를 등에 업고도 천만 돌파에 실패하고 만 것과 비교해 '값진 성과'라는 그럴 듯한 명예까지 부여됐다. '천만영화'라는 이제는 꽤 오래된 한국영화의 화두가 새삼 두드러진 이때, 이와 관련한 시시콜콜한 정보들을 모아 정리해봤다.

실미도 (2003)
태극기 휘날리며 (2004)
왕의 남자 (2005)
괴물 (2006)
해운대 (2009)
도둑들 (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7번방의 선물 (2013)
변호인 (2013)
명량 (2014)
국제시장 (2014)
베테랑 (2015)
암살 (2015)
부산행 (2016)
택시운전사 (2017)

관객수 TOP 3
1. <명량> … 1761만
2. <국제시장> … 1426만
3. <베테랑> … 1341만
명량 / 국제시장 / 베테랑

<명량>은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은 한국영화다. <실미도>가 2004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넘긴 이래 10년 만에 1761만 명이라는 믿기 힘든 대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 인구 1/3이 극장에 찾아가 <명량>을 봤다는 뜻. <명량>이 2014년 여름방학 시즌을 휩쓸었다면, 그해 연말은 <국제시장>의 몫이었다. 개봉 첫날 <호빗: 다섯 군대 전투>에 밀려 2위로 차트에 데뷔했지만, 이틀째부터 선두를 탈환해 천만까지 페이스를 지켰다. 3위는 2015년 여름에 개봉한 <베테랑>이다. <명량>과 <국제시장>과 달리 중노년층의 흥미를 당기기엔 난점이 따르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1341만 명의 관객을 만났다. 1,2,3위 모두 CJ가 배급한 영화다.


최단기간 달성
1. <명량> … 12일
2. <부산행> / <택시운전사> … 19일
3. <도둑들> … 22일
명량

12일. <명량>이 천만 관객을 모으는 데 걸린 시간이다. 대개 500만을 넘긴 후 흥행 소식을 접한 중노년 관객층의 관심을 더해 천만을 향해 갔던 것과 달리, 한국인의 가장 보편적인 역사적 인물 이순신을 소재로 한 <명량>은 개봉주 토요일 좌석 점유율 87.9%, 관객수 120만 이상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대박의 조짐을 보여줬다. 최근 천만영화 대열에 들어선 <부산행>과 <택시운전사>가 19일로 공동 2위다. 각각 2016년, 2017년 여름영화 대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등의 멀티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도둑들>은 22일 만에 천만을 넘어 <명량>이 개봉하기 전까지 '최단기간 천만 돌파 영화' 타이틀을 유지했다.


최장기간 달성
1. <왕의 남자> … 65일
2. <실미도> … 58일
3. <태극기 휘날리며> … 39일
왕의 남자

<명량>이 12일이었다면, <왕의 남자>는 65일째에 천만영화 대열에 들어섰다. 개봉 당시 (이 영화로 이준기가 스타덤에 오르긴 했지만) '스타배우' 없는 영화 <왕의 남자>가 그렇게까지 흥행할 것이라고는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개봉한 지 근 3개월째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는 저력을 발휘하면서 결국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세 번째 천만영화로 기록됐다. 멀티플렉스가 아직은 그렇게 보편적인 영화관은 아니었던 2004년 즈음 개봉했던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각각 58일, 39일 만에 천만 허들을 넘었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실미도>보다 불과 한 달 늦게 개봉한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한 당시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최다 배출 배급사
1. CJ /쇼박스 … 5개
2. NEW … 3개
3. 시네마서비스 … 2개

'천만영화'와 '배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CJ와 쇼박스 모두 5개의 천만영화를 배출하며 공동 1위에 올랐다. 쇼박스는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로, CJ는 2009년 <해운대>로 처음 천만영화를 배출한 배급사가 됐다. 쇼박스의 대표이사였던 김우택이 2008년 설립한 NEW는 2013년 개봉한 <7번방의 선물>과 <변호사> 두 영화가 모두 천만영화가 되는 쾌거를 보여줬다. 2000년대 중반까지 충무로의 큰 축이었던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서비스는 최초 천만영화 <실미도>에 이어 2년 후 <왕의 남자>를 연달아 흥행시켰지만, 이후 배급작들이 흥행에 연달아 실패하면서 롯데엔터테인먼트에게 '배급 3강'의 한 자리를 내주었다.


최소 제작비
1. <7번방의 선물> … 35억
2. <왕의 남자> … 40억
3. <광해, 왕이 된 남자> … 63억
7번방의 선물

불가능한 벽처럼 보였던 '천만'이라는 수치가 현실이 되면서 처음부터 이를 목표로 제작되는 영화들이 점차 기획되기 시작했다. 스타급 배우와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 등 큰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평균' 예산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흥행 대성공을 거둔 경우가 왕왕 있었다. <7번방의 선물>이 그 대표적인 예다. 순제작비 35억이 투입돼 역대 천만영화가 가운데 가장 적은 예산이 들어간 작품으로 남아 있다. 보통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는 사극인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그러고보니 두 영화 제목이 참 비슷하다) 역시 비교적 아담한 규모로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두었다.


천만영화 2편인 감독
윤제균 … <해운대>, <국제시장>
최동훈 … <도둑들>, <암살>
윤제균 / <국제시장>
최동훈 / <암살>

15편의 천만영화 가운데 네 작품이 두 감독에게서 나왔다. 바로 <해운대>와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 <도둑들>과 <암살>의 최동훈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윤제균, 최동훈 모두 연이어 내놓은 영화가 연속으로 천만영화가 된 셈. <해운대>보다 <국제시장>이, <도둑들>보다 <암살>이 더 좋은 성적을 냈다는 점은 천만 달성의 기획이 정조준한 결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이 윤제균 감독의 제작사 JK픽처스 제작 / CJ 배급, <도둑들>과 <암살>이 최동훈 감독의 제작사 케이퍼필름 제작 / 쇼박스 배급 영화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최다 주연배우
1. 오달수 … 5편
2. 송강호 / 류승룡 … 3편
3. 설경구 / 황정민 / 전지현 / 이정재 / 유해진 … 2편
변호인 / 암살 / 베테랑

'천만요정'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오달수가 최다 주연배우 1위다.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베테랑> 다섯 작품. 작은 역할을 맡은 영화까지 들여다본다면 (괴물 목소리를 연기한) <괴물>과 <암살>까지 무려 7편에 달한다. 송강호, 류승룡, 유해진이 '트리플 천만'으로 그 뒤를 잇는다. 송강호의 세 영화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의 경우 모두 한국 사회에 대한 첨예한 시선이 담긴 작품이란 점이 흥미롭다.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의 류승룡은 2012년부터 3년 연속 천만배우의 타이틀을 얻었다. 최초의 천만영화 <실미도>의 주연 설경구를 비롯해 황정민, 전지현, 이정재, 유해진 등도 각자 두 편씩 천만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했다.


외국인 주연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택시운전사 /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택시운전사>의 피터, 토마스 크레취만은 역대 천만영화 가운데 주연으로 참여한 유일한 외국배우다. (<도둑들>의 임달화도 역할이 크긴 했지만, 주연이라고 보긴 어려워 제외했다.) 자국 독일의 영화뿐만 아니라 <킹콩>, <원티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등 여러 할리우드 영화에도 활발히 출연한 바 있는 그는 처음 출연한 한국영화로 천만배우가 됐다. (조연이긴 하지만)<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도 참여해 천만돌파 한국/해외영화에 모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포스터에 딱 한 명만
등장하는 영화
명량 / 택시운전사

"대작 한국영화 포스터는 단체샷이 필수"라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돈깨나 들어갔다는 작품치고 포스터에 배우가 셋 이상 등장하지 않은 경우가 극히 드물다. 15편의 천만영화 가운데 13편의 포스터가 배우들의 단체샷으로 채워져 있다. 큰 영화인 만큼 내로라할 배우들이 그득그득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터. <명량>과 <택시운전사>는 메인 캐릭터 이순신과 김만섭으로 분한 최민식과 송강호의 얼굴만 떡 하니 박혀 있다. 최민식, 송강호 두 배우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을지도.


과거가 배경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명량>, <국제시장>, <암살>, <택시운전사> 등 9편의 공통점. 모두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다. 역대 천만영화 중 60%가 과거를 배경으로 펼쳐진다는 점은, 사극이나 역사물을 선호하는 중노년층의 구미를 자극해야 거대한 흥행이 보장된다는 분석을 반증하는 결과처럼 보인다.

광해, 왕이 된 남자

2004년 이래
천만 한국영화가 없었던 해
2007년, 2008년, 2010년, 2011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천만영화라는 개념도 꽤나 익숙해져 "올해 첫 천만!"이라는 수식이 더이상 낯설지가 않다. 그래서일까, <실미도>가 처음 천만영화의 벽을 넘은 2004년 이후 매해 천만영화가 하나씩은 나오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2007년, 2008년, 2010년, 2011년은 천만을 돌파한 한국영화가 없었던 해였다. 2007년 <디 워>(785만),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668만), 2010년 <아저씨>(628만), 2011년 <최종병기 활>(747만)이 그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였다. 모두 8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했다. 한편 2013년(<7번방의 선물>, <변호인>), 2014년(<명량>, <국제시장>), 2015년(<베테랑>, <암살>)엔 3년 연속으로 천만영화가 2편씩 나왔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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