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넷플릭스는 70억 달러, 한화로 따지만 8조에 가까운 예산을 자체 콘텐츠 생산에 쏟아붓는다고 발표했는데요. 경쟁이 치열해지는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넷플릭스의 마블 드라마들은 킬러 콘텐츠로 역할을 해주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야심 차게 준비한 <디펜더스>는 마지막에 합류한 아이언 피스트의 영향 때문인지, 릴리즈 이후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넷플릭스의 차기 마블 드라마 <퍼니셔>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바닥에 오함마로 자신의 로고를 새긴 짤막한 티저 영상 한나만으로 팬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마블 퍼니셔

출연 존 번탈, 벤 반스, 에본 모스-바크라크, 엠버 로즈 레바, 데보라 앤 월, 폴 슐츠, 제이미 레이 뉴먼, 제이슨 R. 무어, 마이클 네이선슨

방송 2016, 넷플릭스

상세보기
Marvel's The Punisher | Demolition [HD] | Netflix

마블의 대표적인 다크 히어로 퍼니셔의 본명은 프랭크 캐슬. 미 해병대 출신으로 뉴욕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범죄 조직 코스타의 범죄 현장을 우연히 목격합니다. 코스타 패밀리는 프랭크의 가족을 몰살하고 프랭크는 심각한 부상 속에서 겨우 살아남습니다. 그러나 법으로 악당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퍼니셔가 되어 처절한 복수를 합니다. 해병대 출신답게 격투에 능하고 모든 종류의 무기를 다룰 수 있는 그는 이후로도 범죄자라면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죽여버리는 다크 히어로가 됩니다.

범죄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시빌 워’에서 아이언맨이 초인등록법 찬성파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범죄자와 손을 잡자, 캡틴 아메리카의 반대파에 합류합니다. 너무 잔인한 성품 때문에 히어로들마저 퍼니셔는 꺼리는 대상인데요. 여기에서도 당장은 위협이 되지 않은 악당들이 그것도 협상을 제안하러 왔습니다만, 퍼니셔는 앞뒤 가리지 않고 살육 파티를 벌입니다. 이런 잔인한 행동에 화가 난 캡틴 아메리카가 퍼니셔에게 주먹을 날리지만, 퍼니셔가 이번에는 전혀 대응하지 않고 샌드백처럼 맞기만 하지요. 대선배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존경과 군인으로서의 긍지가 퍼니셔 안에 남아있기 때문이었지요.
 
퍼니셔는 몇 차례 영화화된 적이 있습니다. 일단은 추억의 액션 스타 돌프 룬드그랜이 주연한 <응징자>(The Punisher, 1989)가 있었습니다. 토머스 제인이 주연하고 존 트라볼타가 악역으로 등장하는 <퍼니셔>(The Punisher, 2004)를 기억하시는 팬들도 많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퍼니셔는 허름한 아파트의 이웃 주민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미모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등 다소 느슨한 전개의 작품이었지요. 영화로 나온 작품 중에는 렉시 알렉산더가 주연한 <퍼니셔 2>(Punisher: War Zone, 2008)가 가장 원작에 가까운 퍼니셔를 보여주었다는 평가입니다.

영화 <퍼니셔>(2004)

퍼니셔는 드라마 <데어데블>의 시즌 2에서 빌런으로 등장했습니다. 절대로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고 믿는 데어데블과 그런 식의 정의 구현은 가식이라며, 범죄자는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퍼니셔가 대립합니다. 마블 원작의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데어데블>입니다만, 확실히 시즌 2의 인기는 퍼니셔의 역할이 컸습니다. 

퍼니셔 역의 배우는 존 번탈입니다. 범죄자에게 자비가 없는 퍼니셔입니다만, 드니 빌뇌브의 걸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서는 범죄자로 나왔다가 퍼니셔만큼이나 범죄자에게 잔인한 알레한드로(베네치오 델 토로)와 그의 팀에게 호되게 당합니다. <워킹데드> 초반에 주인공 릭의 보안관 동료로 등장합니다. 릭이 없는 사이 그의 부인과 놀아나는 밉상 캐릭터였지만, 전투 능력은 수준급이었지요. 퍼니셔처럼 군인으로 등장한 <퓨리>에서는 등장인물 중 가장 거칠면서도 한편으로 인간미가 숨어있는 매력적인 캐릭터 쿤애스 상병으로 등장했습니다. 곧 개봉하는 감각적인 범죄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에도 그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퓨리>(2014)

티저 영상을 보니 퍼니셔의 탄생 배경을 본격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입니다. 인기가 많은 캐릭터임에도 특유의 잔인한 표현 때문에 어린 관객의 관람 범위를 유지하고 있는 MCU에 합류하기 힘든 캐릭터가 퍼니셔인데요. 솔로 드라마에서는 그 잔인함이 어디까지 표현될지 기대해 봅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