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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팬이라 밝힌〈괴물〉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작품들

추아영기자
〈괴물〉 스틸컷
〈괴물〉 스틸컷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이 11월 29일 개봉했다. 히로카즈는 장편 데뷔작인 <환상의 빛>을 제외한 모든 영화의 각본을 직접 썼다. 이번 영화 <괴물>은 그가 오랜만에 각본에 참여하지 않은 작품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더해 영화는 칸 영화제의 각본상까지 거머쥐며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의 팬임을 밝혀 왔다. 이번 영화로 드디어 둘은 함께 작업하게 됐다. 2018년 사카모토 유지는 히로카즈에게 <괴물>의 미완성된 이야기와 함께 연출 제안을 했다. 둘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를 주인공으로 다루는 사회파 작품을 주로 만들어왔기에 둘의 협업 소식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괴물>의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몇몇 작품들을 소개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2004)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포스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포스터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현재까지 일본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실사 영화 중 역대 9위의 기록을 갖고 있다. 또 일본의 정통 멜로 영화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 중 하나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리츠코(시바사키 코우)는 이삿짐을 정리하다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를 발견한다. 카세트 테이프를 들은 그녀는 약혼자 사쿠타로(오오사와 다카오)에게 짧은 편지 한 장만을 남겨두고 시코쿠로 떠난다. 사쿠타로는 그녀를 찾으러 시코쿠로 향한다. 하지만 시코쿠는 사쿠타로의 고향이자 첫사랑 아키(나가사와 마사미)와의 추억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사쿠타로는 함께 갔던 고향의 곳곳을 걸으며 아키를 떠올린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사카모토 유지와 이토 치히로의 공동 각본으로 탄생했다. 영화는 카타야마 쿄이치의 동명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원작이다. 원작은 사쿠가 아키의 화장된 유해를 울루루에 뿌리며 과거 회상이 시작되는 구성으로 사쿠타로와 아키 둘의 사랑을 중점적으로 그린다. 반면에 영화는 사쿠타로가 고향을 여행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으로 진행되며 사쿠타로의 시점으로 그려낸다. 사쿠타로는 성인이 된 후에 과거를 다시 떠올리며 그제서야 먼저 떠나보낸 첫사랑의 아픔을 마주한다. 이윽고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세 명의 인물 리츠코와 사쿠타로, 아키의 관계를 미스터리로 엮어내는 작법술은 사카모토 유지 작가의 흔적이 역력하다. 

 

<마더> (2010)

일본 드라마〈마더〉 포스터
일본 드라마〈마더〉 포스터

사카모토 유지는 배우로 일하던 아내를 대신해 혼자 육아를 도맡게 되었다. 드라마 <마더>는 이 당시 작가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일본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기록한 <마더>는 각종 시상식에서도 상을 휩쓸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정서경 작가가 리메이크하고 이보영 등이 출연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더>는 아동 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다룬 사회파 드라마이자 서스펜스 드라마다. 초등학교 교사 나오(마츠유키 야스코)는 어머니에게서 방임된 채로 살아가는 여자아이 레나(아시다 마나)를 구하기 위해 납치범이 되기로 결심한다. 나오는 레나와 함께 도쿄로 떠나고, 레나에게 츠구미라는 이름을 새로 지어준다. 그리고 매일매일 조금씩 레나의 엄마가 되어간다.

<마더>는 각각의 인물을 통해 다양한 모성애를 그려낸다. 레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법을 어긴 나오와 자식을 위한 무조건적인 희생을 보여주는 나오의 친어머니 하나(다나카 유코), 커리어 우먼으로 일하면서 혼자서 세 자매를 키운 나오의 양어머니 후지코는 자식을 위해 각자 다른 선택을 한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다른 모성애를 보며 ‘혈연이 아닌 사람도 엄마가 될 수 있는가?’, ‘엄마는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어디까지 희생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떠올린다. <마더>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일방적인 답을 내리지 않고, 여러 가능성과 모순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콰르텟〉 (2017)

드라마 〈콰르텟〉 포스터 (출처 : 채널J)
드라마 〈콰르텟〉 포스터 (출처 : 채널J)

드라마 <콰르텟>은 ‘사카모토 유지표 미스터리’의 끝판왕으로 그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도쿄의 한 노래방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 4명이 콰르텟(현악 4중주단)을 결성한다. 4명의 인물인 마키(마츠 다카코)와 스즈메(미츠시마 히카리), 츠카사(마츠다 류헤이), 유타카(타카하시 잇세이)는 각각의 사연과 비밀을 숨기고 있다. 그들은 겨울 합숙을 하게 되면서 서로의 비밀을 점차 알아간다. <콰르텟>은 이중의 플롯으로 구성돼 스토리를 전개한다. 서로에게 차츰 마음을 열며 한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메인 플롯이고, 한 남자의 실종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것이 서브 플롯이다.

<콰르텟>은 로맨스와 미스터리, 코미디 장르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장르적 색채가 강한 <콰르텟> 역시 여러 사회 문제를 다룬 사카모토 유지의 작품답게 현실에 방점을 둔다. <콰르텟>은 일본 대지진 이후 젊은 세대의 불안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나타내면서도 직업 음악인이 되는 데 실패하고, 가족에게 인정을 받지 못해 상처 입은 이들의 억눌린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2021)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포스터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포스터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눈물이 주룩주룩> 등의 일본 멜로장인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번 영화는 도이 노부히로와 사카모토 유지의 두 번째 만남으로 드라마 <콰르텟>에 이어 다시 한번 찰떡같은 호흡을 보여준다. 사카모토 유지는 이 영화로 “동경도 그리움도 아닌, 현대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러브 스토리를 그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작가의 주제의식을 고스란히 반영한 영화는 일본의 현대 사회 속 젊은 세대의 삶과 사랑을 대사와 소품활용으로 세세하게 담아냈다.

21살 대학생인 두 남녀 무기(스다 마사키)와 키누(아리무라 카스미)는 막차를 놓치게 되면서 우연히 만난다. 취향과 가치관 모든 것이 똑 닮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 연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취업 준비에 나선 둘은 점차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되고, 둘의 사이도 조금씩 멀어진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사카모토 유지 작품 중에서 트렌디한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당대의 사회 이슈와 변화를 포착하는 유지의 시선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극중 무기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접고 세일즈업 회사에 취업한다. 이는 일본의 젊은 세대가 자신의 취향과 재능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또 무기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업을 이어가라고 강요하는 것도 일본의 전통적인 가족 구조와 가치관이 젊은 세대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결국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버블 경제 붕괴 후 더 치열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일본 현세대의 초상을 그려냈다.

 


씨네플레이 추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