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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눈의 광인 인정각? 영롱한 눈빛 뒤로 다양한 감정을 연기한 제이크 질렌할의 영화들

씨네플레이

올해 개봉한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를 보고 제이크 질렌할이 떠올랐다. 무엇인가 모르게 둘의 눈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질렌할의 눈부신 연기는 죽어가는 영화에도 빛을 발하며 극에 심폐소생술을 한다. 어떠한 장르의 영화에서도 그는 배역 자체를 그대로 소화해 버리며 장난스럽기도 섬뜩하기도 한 눈빛으로 연기를 선보인다. 물론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위와 같은 영화들도 연기가 잘 녹았지만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 5편을 소개하려 한다. 상황에 따라 섬뜩하기도, 웃음이 나기도 하는 그의 깊은 눈빛을 따라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본다.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2005) : 잭 역
 

〈브로크백 마운틴〉 스틸컷 ( 사진 제공 = 유니버설픽쳐스)
〈브로크백 마운틴〉 스틸컷 ( 사진 제공 = 유니버설픽쳐스)


1963년, 잭(제이크 질렌할)과 에니스(히스 레저)는 외로운 산악에서 양치기로 일하게 된다. 처음에는 서로 거리를 두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은 감정을 나누게 되고, 어느 날 그들은 산에서 숨겨진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보수적인 시대와 환경 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고난과 갈등을 안겨주게 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여러 해 동안 잭과 엔니스는 서로의 존재를 간직하면서도 삶은 그들을 갈라놓는다. 결혼과 가족, 그리고 사회적 압력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시키게 된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터프한 남성과 이성애자의 상징이었던 카우보이를 동성애자로 그려낸 것에 많은 논란과 주목을 받았다. 사회적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대에 두 명의 카우보이의 사랑을 담은 이야기지만 성별을 떠나 편견에 맞서는 애절한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논란과는 달리 뛰어난 작품성으로 베니스에서 황금 사자상과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그리고 제이크 질렌할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대중들에게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다.

 

조디악 (Zodiac, 2007): 로버트 역
 

〈조디악〉스틸컷 (사진 제공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조디악〉스틸컷 (사진 제공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1969년대 8월 1일,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지역에서 시작된 연쇄 살인 사건이 충격을 일으키고, 정의로운 국민과 함께 일하는 기자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그레이스미스는 범행의 흔적을 조사하면서 '조디악'이란 이름의 수수께끼의 살인범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다. 사건은 더욱 복잡해지고 수사는 어려워지는데, 그레이스미스는 탐정과 함께 사건의 해결을 시도한다. 그러나 조디악은 살인과 함께 문자와 암호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범인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 미스터리한 행적과 공포에 사로잡힌 도시는 그리고 기자 그레이스미스는 조디악의 그림자 속에서 결국 진실을 찾아내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친구와 가족, 자신의 안전망까지 잃게 된다.

<조디악>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의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제이크 질렌할은 책의 저자인 로버트 그레이스미스 배역을 맡아 범인을 찾으며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감을 잘 표현해냈다. 보통의 범죄 스릴러 영화와는 다르게 인물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평론가들의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큰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에서 21세기 최고의 영화 순위에 손꼽히며 많은 분들이 다시 찾기 시작해 재개봉도 했던 바 있다.

 

프리즈너스 (Prisoners, 2013) : 로키 역
 

〈프리즈너스〉 스틸컷 (사진 제공 = NEW)
〈프리즈너스〉 스틸컷 (사진 제공 = NEW)


펜실베이니아 주의 작은 마을에서 어린 딸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에 직면한 양아버지 켈러 도버 (휴 잭맨)와 이웃인 프랭클린 버치(테렌스 하워드)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증거가 부족하다. 그러던 중, 사건에 연루된 어린 소년 알렉스 존스(폴 다노)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는 지적인 한계와 가족적 문제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켈러는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끈질기게 수사를 이어가지만, 담당 형사 로키(제이크 질렌할)는 공식적인 수사 절차를 지키며 켈러의 행동에 의문을 갖게 된다. 어린 소년의 출현과 함께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어두운 비밀이 드러나게 되는데, 그 속에서 켈러와 로키는 감정의 극한에 놓여가면서도 자신의 직감을 따라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프리즈너스>는 납치사건이라는 픽션에서는 비교적 흔한 소재 속에서도, 긴 러닝타임 동안 몰입을 멈출 수 없게 이끌어가는 연출과 편집들이 진가를 발휘한다. 지금은 세계적인 거장이 된 드니 빌뇌브 감독의 남다른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휴 잭맨과 질렌할의 연기가 동시에 빛나는 작품으로 감정과 복수의 교차로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을 제시한다. 특히 냉정하게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때때로 감정을 폭발하는 제이크 질렌할의 힘이 작품을 멱살 잡고 끌고 갈 정도로 인상적이다.

 

나이트크롤러 (Nightcrawler, 2014): 루이스 역
 

〈나이트 크롤러〉스틸컷 (사진 제공 = 스톰픽쳐스코리아)
〈나이트 크롤러〉스틸컷 (사진 제공 = 스톰픽쳐스코리아)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은 로스앤젤레스의 어두운 미디어 세계에서 살아가는 남성이다. 뉴스 비디오 제작을 위해 밤마다 범죄 현장을 돌아다니며 살해와 사고, 화재 등의 사건을 촬영한다. 그의 목표는 가장 충격적이고 끔찍한 장면을 찍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블룸은 경계를 넘어 범죄 현장에 가까이 다가가고, 그 영상을 텔레비전 뉴스에 팔아 돈을 벌게 된다. 그의 냉혹하고 무모한 방식은 성공을 거둬가지만, 동시에 그의 행동은 도덕적, 윤리적 경계를 넘어서며 어둠 속에서 그를 향한 적나라한 경고를 남긴다.

​<나이크 크롤러>는 그야말로 제이크 질렌할의 인생연기, 아니 미친연기를 담은 작품이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신선한 소재와 연출, 섬뜩한 질렌할의 눈빛을 통해 완성되었다. 자극적인 것들만 주목하는 언론을 비판하는듯한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준다. 질렌할의 어둡고 복잡한 연기는 루이스 블룸의 냉담함과 감정의 부재를 동시에 전달하면서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판적으로 담아내었다.

 

데몰리션 (Demolition, 2015) – 데이비스 역
 

〈데몰리션〉스틸컷 (사진 제공 = 리틀빅픽쳐스)
〈데몰리션〉스틸컷 (사진 제공 = 리틀빅픽쳐스)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는 성공한 은행 임원으로, 자동차 사고로 아내를 잃게 된다. 그러나 이 사고 후 그는 감정적으로 무감각해지고, 아내의 죽음에 대한 정상적인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 대신, 그는 일상의 물건들을 해체하고 파편들을 모아 놓는 특이한 취미를 가지게 된다. 데이비스는 보상을 받기 위해 자동차 회사에 불만을 표시하며 여정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공존하는 측면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감정 소실과 그로 인한 변화를 깊이 체험하게 된다.

​<데몰리션>에서 질렌할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차라리 시원하게 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질렌할의 복잡한 감정 표현력이 인물의 소용돌이와 회복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여러모로 질렌할이 연기가 영화의 큰 역할로 작용하며,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다. 무감정을 통해 감정의 최대치인 슬픔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감정을 절제하면서 보는 이의 감정을 뒤흔드는 연기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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