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세계산악영화제 포스터

지난 9월 21~25일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영화제를 찾은 에디터는 산은 조금도 오르지 않고(...) 영화만 열심히 즐겼는데요. 산에 오를 기력이 없었다기보다는(;;) 뜻밖의 재밌는 영화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라고 해두죠.

한산했던 금요일이 지나고 주말이 되자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국내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한 '산악 영화제'로 올해로 2회를 맞이했습니다. 영남알프스 자락을 따라 소박하게 자리 잡은 영화제인데요. 일하러 갔다가 뜻밖의 휴식을 누리고 온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영화제 풍경들

울주산악영화제의 입구를 따라 상영작들의 일러스트 포스터가 펼쳐져 있는데요.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나 이곳에 다다르니 돔형으로 된 야외상영관 세 곳과 산악문화센터에 있는 알프스 시네마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영화관 사이를 잇는 길목 옆으로 편의점과 푸드트럭이 늘어서 있었는데요.

한쪽에는 캠핑족들을 위한 야영장이 있습니다. 그 뒤로 마을 축제에 있을 법한 소품 판매부스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역동적인 라이딩을 VR로 체험할 수 있는 부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 직접 가져온 의류에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디자인 로고를 프린팅해주는 이벤트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꼭 영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들이 나온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에디터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영화제 굿즈! 이미 1회 때부터 여기 영화제 굿즈가 예쁘다는 풍문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도 포스터 디자인이 프린트된 여러 굿즈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보통 기념품의 품질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마련인데, 이곳에는 착한 가격대임에도 높은 품질의 제품들이 사달라고 기다리고 있었죠. 영화 포스터로 제작된 엽서도 예뻐서 사무실에 놓고 자꾸 보게 만듭니다.(ㅋㅋㅋ) 

해가 지면 행사장은 더욱 활기를 찾습니다. 가장 큰 야외상영장에서는 저녁마다 공연이 열린 뒤, 영화를 상영합니다. 실내 상영관에선 밤 10시부터 스릴러, 좀비물 위주의 심야 상영이 펼쳐집니다. 에디터는 숙소로 돌아가는 깜깜한 밤길이 무서워 심야상영은 차마 보지 못했습니다(...)


자연을 주제로 한
볼거리 넘치는 영화들
<두려움에 맞서>, <돌아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요? 돈을 쏟아부은 화려한 블록버스터 영화만 스크린으로 보는 쾌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충격과 아름다움, 액티비티 순간들의 갈등과 위험, 도전은 실화라 더욱 감동적입니다. 울주산악영화제는 '자연'을 주제로 나눠 다양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묶어 상영했는데요.

'국제 경쟁' 섹션에선 총 260편 출품작 중 본선에 오른 30편이 상영되었고, '알피니즘'은 전문 산악인들의 등반기, '클라이밍'은 보는 것만으로 암벽등반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모험과 탐험'에선 세계일주 수준으로 다양한 각국의 풍광을 담았고요.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문화를 담은 '자연과 사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울주비전', 산악 영화제 활성화를 위해 제작된 한국 영화 4편을 묶은 '울주서밋 2017'이 있었습니다. 좀비·산악 미스터리 스릴러는 심야상영에 배치해 오싹함을 더했죠.


에디터의 BEST3

2박 3일 간 에디터가 본 영화들 중 개인 취향에 따라 고르고 골라 세 작품만 소개합니다.  

개막작 <독수리 공주>
몽골 알타이 지역의 유목민들은 전통적으로 아들에게 독수리 사냥법을 물려줍니다. 그런데 독수리 사냥에 남다른 자질을 가진 유목민 집안의 큰 딸인 열세 살 아이숄판이 있습니다. 지역 원로들은 여자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그는 아버지의 든든한 믿음과 지원 아래 독수리 사냥꾼으로 성장합니다. 소녀의 성장 드라마 속에서 우리들에겐 생소한 긴장감 넘치는 독수리 사냥 대회 장면은 다큐멘터리임에도 극영화보다 훨씬 더 극적으로 다가옵니다.

독수리 공주

감독 오토 벨

출연

개봉 2016 영국, 몽골,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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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우리>
반갑게도 9월 27일 개봉이 확정된 영화입니다. 영화제를 통해 개봉 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한국 감독이 의학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인도에서 시골마을 의사 '우르간'을 취재하던 도중 그의 옆에 있던 동자승 '앙뚜'가 린포체(전생의 업을 이어가기 위해 몸을 바꿔 다시 태어난 고승)로 지명받게 됩니다. 노승은 린포체가 된 아이를 살뜰히 모십니다. 두 사람은 '앙뚜'의 사원을 찾기 위해 티베트로의 먼 여정을 떠나는데요. 방송 다큐멘터리 출신인 문창용, 전진 감독은 이들의 삶을 9년간 담았습니다. 신성한 풍경에 녹아든 그들의 순수한 드라마는 결론에 다다라 큰 감동을 전하는데요. 이미 해외에서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대상 등의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

감독 문창용, 전진

출연 파드마 앙뚜, 우르갼 릭젠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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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 프렌치 밴드>
2016년 제천국제 음악영화제에서도 공개되었던 <플라잉 프렌치 밴드>는 보기만 해도 아찔한 프랑스 베르동 협곡에서 자일에 악기와 몸을 매달고 합주하는 플라잉 밴드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춘 감각적인 편집이 돋보이고요. 연주자들이 허공으로 떨어지는 장면에선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플라잉 프렌치 밴드

감독 블라디미르 셀리에

출연

개봉 2015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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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세계산악영화제 수상작 리스트

국제 경쟁 부문 대상 <등짐 아래의 자유>
알피니즘 작품상 <링크사르 서벽>
클라이밍 작품상 <볼더링의 모든 것>
모험과 탐험 작품상 <다이버>
자연과 사람 작품상 <다시 태어나도 우리>
심사위원 특별상 <도도스 딜라이트>
관객상 <다이버>

상영작 가운데 <윤식당>에서 호흡을 맞췄던 윤여정, 정유미, 안재홍 등이 출연한 <산나물 처녀>가 특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미지의 행성에서 남자를 찾아 지구로 온 노처녀 순심(윤여정)과 나물 캐는 달래(정유미)는 하늘에서 내려온 남자들이 목욕하는 틈을 타 그들의 옷을 훔치고 연애합니다.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비튼 아기자기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안재홍과 러브라인을 펼치는 윰블리의 러블리한 매력이 담겨있습니다.


GV 현장
<독수리 공주>, <타쉬, 그리고 선생님>, <페루자>, <뼈> GV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좁은 행사장 주위에서 울주 시민들과 영화제를 즐기러 온 외지인, 그리고 다양한 국가에서 온 듯한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GV 참여차 온 게스트들이 함께 어우러져 영화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스타 배우들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이 직접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영화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상영 중간이나 엔딩크레딧 이후 바로 자리를 뜨는 주민들과 등산객들로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도 있었지만, 관객들의 질문 열기는 그 어느 GV 못지않게 뜨거웠습니다. 


2박 3일 동안 영화제를 즐겼던 에디터는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내년 3회 때 방문을 위해 관심 가진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지난번 무주 영화제 체험기처럼 비추천/추천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비추천!

- 무료 상영이라 그런지 사전, 현장 예매가 모두 매진인데도 정작 상영관 곳곳에 빈자리가 많았다.
- 영화제보다는 지역 축제에 영화가 얹혀가는 느낌이다. 멀리서 영화를 즐기러 오는 관객의 편의를 좀 더 생각했으면.
- 시내에서 떨어져 덩그러니 자리 잡은 행사 공간이라 주변 먹거리가 부족하다. 일단 입구로 들어가려면 가파른 오르막길이 있는데 오르막길이 싫었던 뚜벅이 에디터는 먹으러 나가길 포기했다.

추천!

- 아무리 많은 영화를 봐도 비용 걱정 안 해도 된다. 무료니까!
- 평소에 여행 다큐멘터리나 여행 영화 등을 즐긴다면.
- 행사 공간이 다 모여있어 편하다.
- 일반적인 영화와 달리 러닝타임이 짧은 영화들이 많아서 지루해할 걱정이 없다.  
- 액티비티에 로망을 갖고 있다면.
- 마음만은 당장 배낭 둘러메고 세계여행 떠나고 싶다면.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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