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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캐릭터든 완벽히 장악하는 미친 연기! 샘 록웰 필모그래피

추아영기자


샘 록웰은 할리우드 영화의 주조연을 막론하면서 기이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많이 남겨왔다. 그의 연기 인생은 배우인 어머니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샘 록웰은 10살 때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 그 후 고등학생 때부터 독립영화와 연극, TV와 드라마를 넘나들면서 연기 실력을 연마해 왔다. 그는 20대 후반부터 배우 활동에 전념하기 시작해 <바스키아>(1996), <애꾸눈 지미를 찾아서>(1994), <글로리 데이즈>(1995), <머시>(1995), <달빛 상자>(1996) 등 다섯 편의 영화에서 단역으로 연달아 출연했다. 그중 <달빛 상자>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처음으로 그의 연기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후 그는 <미녀 삼총사>(2000)에서 음성 인식 시스템을 개발한 천재 CEO 역할을 맡았고, <매치스틱 맨>(2003)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와 함께 2인조 전문 사기단으로 활약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의 안내서>(2005)는 그에게 전작품을 통틀어 가장 독특한 캐릭터를 남겨주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이중인격자 외계인 역을 맡아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 <세븐 싸이코패스>에서 마틴 맥도나 감독과 처음 조우했고, 다시 그의 작품 <쓰리 빌보드>(2017)에 문제적 경찰관 역으로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바이스>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역할로 또 다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가 2월 7일 개봉하는 영화 <아가일>로 다시 돌아온다. <아가일>은 <킹스맨> 시리즈를 연출한 매튜 본 감독의 첩보 액션 영화로 이 작품에서 그는 베스트셀러 소설 작가를 지켜주는 능력 있는 스파이로 분한다. 설연휴 즈음에 개봉하는 <아가일>을 만나보기 전 그가 남긴 인상 깊은 캐릭터들을 먼저 만나보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05)

– 은하계 대통령 잽호드 비블브락스 역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이하<은하수>)는 영국 소설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동명의 코믹 SF 소설을 각색했다. 전설적인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튼’의 멤버로 활동한 더글러스 애덤스 작가가 직접 각본을 썼지만, 작품을 완성하기 전에 사망하면서 캐리 커크 패트릭이 이어서 작업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각본을 완성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전국을 통틀어 한 극장에서만 개봉했던 이 작품은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확대 상영하기에 이르면서 컬트영화가 되었다. 영화의 서사는 5권 분량의 원작 소설에서 1권을 중심으로 한다.

영화는 돌고래가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하늘로 치솟는 뮤지컬 장면으로 시작된다. 돌고래는 인간보다 지능이 높아서 지구가 곧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경고했지만, 인간은 그 신호를 돌고래 쇼로만 볼뿐이다. 한편 영국의 청년 아서 덴트(마틴 프리먼)는 자신의 집이 철거 직전인 상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행로를 지으려는데 덴트의 집이 통행로 한가운데를 막고 있어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도 통행로를 지으려는 외계인 보곤에 의해서 철거당하기 직전이다. 지구가 보곤에 의해 파괴되기 직전, 베텔게우스의 외계인 포드(모스 데프)가 인간 친구인 아서 덴트를 데리고 보곤의 우주선에 히치하이킹한다. 그곳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아서 덴트와 포드는 우연히 2의 2079460347 제곱분의 1 확률로 구출된다. 은하계에서 가장 멍청한 대통령인 대통령 잽호드 비블브락스(샘 록웰)가 도둑질한 우주선 하트 오브 골드 덕분이다. 아서 덴트는 그곳에서 파티에서 만났던 여성 트릴리언(주이 디샤넬), 우울한 로봇 마빈을 만나서 기상천외한 사건을 연달아 겪게 된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스틸컷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스틸컷


<은하수>는 샘 록웰의 필모그래피 전체를 통틀어 가장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잽호드는 머리가 두 개인 캐릭터다. 머리에 숨은 다른 머리는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나타나 온갖 상스러운 말을 내뱉는다. 또 트릴리언에게 괴상한 플러팅을 남발하기도 한다. 샘 록웰은 이 4차원 캐릭터를 능글맞은 제스처와 다양한 표정 연기로 그려낸다. 그러나 잽호드는 나쁜 인물로 그려지지만은 않는다. 궁극의 슈퍼 컴퓨터에게 “인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답”을 들으려 하지만 겨우 그 대답이 “42”라는 것에 실망하고 정답을 계속 찾는다. 비록 지금은 멍청하더라도 언젠가 현명해지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 때문에.

 

<쓰리 빌보드> (2017)

– 경찰관 딕슨 역

 


영화 <쓰리 빌보드>에는 마틴 맥도나의 장기인 블랙코미디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그의 필모를 관통하는 핵심 질문 ‘혐오와 증오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가장 진중한 톤으로 그려낸다. 살인 사건으로 인해 딸을 잃은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먼드)는 잊힌 딸의 죽음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되살리기 위해 마을 외곽 도로에 광고를 내건다. 자극적인 광고 문구(“아직도 체포하지 못했다고? 어떻게 된 거지 윌러비 서장?”)로 미디어에서도 사건에 주목하고, 범인을 잡지 못한 경찰들은 무거운 책임을 떠안게 된다. 마을에서 존경받는 경찰 서장 윌러비(우디 헤럴슨)는 다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언행이 막돼먹은 경찰관 딕슨(샘 록웰)은 광고를 내리기 위해 온갖 수를 다 동원한다. 한편 마을 사람들도 광고판이 마을의 이미지를 더럽힌다며 그녀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쓰리 빌보드〉스틸컷
〈쓰리 빌보드〉스틸컷


샘 록웰은 언행이 거칠고, 분노로 가득찬 인물 딕슨 역을 연기했다. 딕슨은 화가 나면 주먹부터 쓰는 경찰보다는 뒷골목의 부랑배에 가까운 인물이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시민에게 협박을 일삼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샘 록웰은 거들먹거리는 걸음거리로 그의 오만한 성격을 표현해낸다. 또 그는 편견과 증오심으로 얼룩진 사람이다. 툭하면 유색인종을 고문하는 인종차별주의자에 동성애를 혐오한다. 딕슨은 게이인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정하기 위해 더욱 더 지독하게 동성애를 혐오한다.

그러나 딕슨은 동경하던 서장의 죽음 이후 완전히 달라지는 입체적 인물이기도 하다. 서장 윌러비는 안하무인인 딕슨을 믿어주고 감싸주었다. 서장은 마마보이 기질이 다분하긴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 딕슨의 사정을 유일하게 알아봐준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자살 이후 딕슨은 이성을 잃은 채 분노와 증오심을 폭력으로 표출한다. 뒤늦게 서장이 자신에게 남긴 편지를 전해 받은 후 그는 밀드레드를 도우며 범인을 찾기 위해 애쓴다. 샘 록웰의 인물과 혼연일체가 된 연기는 인물의 변화를 관객에게 충분히 설득시킨다.

 

<바이스> (2018)

–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역
 


아담 맥케이 감독의 영화 <바이스>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과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딕 체니 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기 영화다. <바이스>는 크리스찬 베일이 딕 체니 역을 연기하기 위해 20kg을 증량하고, 삭발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다. 영화는 딕 체니가 술꾼에서 대기업 CEO, 펜타곤의 수장을 거쳐서 어떻게 미국 부통령 자리에 올랐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또 9.11 테러부터, 이라크 전쟁, 미국 헌법의 재해석, 유럽의 반미 시위, IS의 탄생 등 그가 얽힌 역사적 사건들과 그의 사생활이 촘촘하게 뒤엉킨다. 아담 맥케이는 대중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세계의 흐름을 뒤바꾼 결정을 한 딕 체니의 만행을 폭로하고, 왜 미국 정치가 그와 같은 악인을 막지 못했는지를 분석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왼쪽) / 배우 샘 록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왼쪽) / 배우 샘 록웰


샘 록웰은 극히 적은 분량만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복제한 듯한 싱크로율 높은 연기를 선보이며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조지 W. 부시의 외양과 말투, 행동을 성실히 고증해내며 캐릭터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더 나아가 조지 W. 부시 캐릭터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과 유머를 곁들여서 표현했다. 부시를 캐리커처한 듯한 그의 유쾌한 연기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기 영화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