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급 코미디 액션의 대가, <킹스맨> 시리즈 매튜 본 감독의 신작 <아가일>이 개봉했다. 스파이물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 엘리가 갑작스레 수많은 현실 스파이들로부터 표적이 되고,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로 구현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설적인 요원 아가일을 연기한 헨리 카빌부터 아카데미 수상자 샘 록웰, 브라이언 크랜스톤, 가수 두아 리파, 존 시나, <킹스맨>에서 호흡을 맞춘 사무엘 L. 잭슨 등 화려한 출연진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영화의 핵심 인물 엘리를 연기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눈에 띈다. <아가일>로 내한했을 당시, "평생 한국 방문을 꿈꿔왔다"라며 한국에 대한 사랑을 몸소 보여주었던 그녀. 배우이자 연출자로 활약 중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에 대해 알아보자.

1. 론 하워드 감독의 첫째 딸이다.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영화의 길로 접어들게 된 건 어쩌면 정해졌을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워드’라는 이름에서 익숙함이 느껴진다면, 생각하는 그 이름이 맞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미국의 거장 감독 중 하나인 론 하워드 감독과 배우이자 작가 셰릴 하워드의 첫째 딸로 태어났다. 이후 7살 때부터 아버지의 영화 <우리 아빠 야호>(1989)에 단역으로 출연하기 시작해 <아폴로 13>, <그린치> 등 다양한 영화에 조금씩 모습을 보였다.


2. 영화 <빌리지>로 스타덤에 오르다.
성인이 되고 뉴욕대학교에 재학하며 국제 연극 워크샵을 듣고 연극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2003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당신 좋으실 대로」에서 주인공 로잘린드 역을 맡게 된다. 그곳에서 브라이스의 연기를 본 한 감독은 오디션도 보지 않고 그녀를 자신의 신작 영화의 주인공에 캐스팅한다. 바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빌리지>다. 괴물이 나오는 숲을 두고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살아가는 마을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스릴러 <빌리지>에서 브라이스는 마을 촌장의 딸이자 앞을 보지 못하는 착한 딸 아이비 워커 역을 맡았다. 마을의 비밀이 풀리는 영화의 중반부터 이야기를 끌고 나가며 몰입감 높은 연기력으로 개연성을 부여하는데 큰 역할을 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연극 경험을 바탕으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연출한 <당신 좋으실 대로>에 로잘린드 역으로 출연해 골든글로브 후보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3. <스파이더맨> 부터 <쥬라기 월드> 까지,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다.
<빌리지>부터 <당신 좋으실 대로>, <레이디 인 더 워터>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당대 최고의 프랜차이즈 무비였던 <스파이더맨 3> 그웬 스테이시 역에 캐스팅된다. 엠마 스톤보다 먼저 그웬 스테이시를 연기한 배우로, 메리 제인이 있다 보니 그웬 스테이시 역으로는 큰 비중 없이 애매하게 등장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할리우드의 촉망받는 신예 배우로 떠오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곧이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4번째 작품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에 출연해 존 코너의 부인이 된 캐서린 역을 맡게 된다. 머지않아 1년 후엔 당시 10대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클립스>의 빌런 빅토리아로 출연하였다. 2편까지 레이첼 르페브르가 맡은 캐릭터였지만, 하차 후 브라이스에게 역할이 돌아가게 된 것. 아쉽게도 <이클립스>에서 최후를 맞으면서 캐릭터와는 헤어지게 됐다.


그다음 맡게 된 주요 프랜차이즈 작품으로는 <쥬라기 월드> 시리즈가 있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시퀄 3부작으로, <쥬라기 월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세 작품을 말한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작품에서 주인공 클레어 디어링으로 출연해 크리스 프랫과 함께 시리즈를 이끌었다. 처음엔 쥬라기 월드의 경영자로 등장했으나, 오웬(크리스 프랫)과 함께 하며 공룡 보호 단체를 설립하고 공룡들을 보호하는데 앞장서는 등 시리즈를 거듭하며 변화하는 인물이다.

4. 영화 <헬프>와 드라마 <블랙 미러>.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어떤 작품부터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바로 이 두 작품을 먼저 맛보길 추천한다. 그녀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화 <헬프>와 드라마 <블랙 미러> 시즌 3 中 <추락>이다. 먼저, 영화 <헬프>는 1960년대 만연했던 미국의 인종차별을 소재로 여성들의 우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극 중에서 브라이스는 마을을 휘어잡는 잭슨 주니어 연맹의 회장이자 극악무도한 인종차별을 행하는 힐리 홀브룩을 연기했다. 인간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비열한 인물로, 뛰어난 악역 연기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쉽게도 미니 잭슨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에게 밀려 여우조연상 후보에는 오를 수 없었다.


<블랙 미러> 시즌 3의 첫 번째 에피소드 <추락>은 오직 SNS 평점이 전부인 사회를 그리며 소셜미디어의 이면을 고발하는 SF 드라마다. 별 5개를 받기 위해 사람들은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고, 별점으로 사회적 지위와 평판이 결정된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높은 별점을 받기 위해 인플루언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려는 주인공 레이시 역을 맡았다. 극의 전반을 이끌어가는 단독 주연으로, 레이시 역을 맡기 위해 체중을 14kg 늘리기도 했다고(크리스찬 베일 못지않게 고무줄 체중으로 유명한 배우이기도 하다). 흡입력 높은 연기력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브라이스는 비평가들로부터 "날카로운 연기 덕분에 에피소드 전체가 강렬하게 느껴진다"는 평과 함께 연기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5. <만달로리안> 시리즈를 연출하다.
피는 못 속인다고,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배우이자 동시에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능한 연출자이기도 하다. 유년 시절부터 아버지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간접적인 경험을 쌓아온 그녀는 2006년 단편영화 <오키즈>로 연출에 데뷔하며 감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영화 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한 분야만 잘하면 안된다"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연기와 연출 모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단편 위주로 제작해오던 브라이스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촬영을 마친 어느 날, 같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있던 아버지를 찾아갔다고 한다. <한 솔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 촬영 중이던 아버지에게 감독으로서 기회를 달라고 하였고 <스타워즈> 시리즈를 총괄하는 제작사 루카스필름의 프로듀서 존 스와츠를 소개받게 된다. 존은 그녀를 젊은 영화 제작자들을 위한 워크샵에 초대해 그들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1년 후, 브라이스는 존 파브로가 보낸 이메일을 받게 된다. 메일에 이어 전화 통화를 하게 된 두 사람은 새로운 스타워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브라이스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는다. 그렇게 만나게 된 작품이 바로 디즈니플러스의 대표작 <만달로리안>이다.

브라이스는 현재까지 <만달로리안> 각 시즌 별 에피소드 한 편씩 담당해 연출하였다(시즌 1 4화, 시즌 2 3화, 시즌 3 6화). 에피소드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스케일 큰 전투까지 아우르며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면밀히 살펴보면 타 에피소드보다도 <스타워즈> 시리즈다운 휴머니즘적 스토리가 이야기 전반에 세심하게 녹여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펙터클과 서사를 적절히 섞어낸 유려한 연출로 브라이스는 에피소드들마다 대중과 평론가들로부터 호평받으며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입증해 보였다. <만달로리안>으로 인정받은 그녀는 <만달로리안> 스핀 오프 시리즈 <북 오브 보바 펫>의 5화를 연출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감독으로서의 차기작은 무엇일까? 현재 정해진 차기작은 SF 영화 <협곡의 실종>(Flight of the Navigator)이다. 1986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할 예정이며, 이 작품 역시 디즈니와 함께 한다.

6. 제시카 차스테인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를 보면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제시카 차스테인과 할리우드 내 닮은 꼴 배우로도 유명하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시원시원한 입매, 붉은 머리까지 똑 닮은 두 사람. 아버지인 론 하워드가 애플 매장에서 제시카 차스테인을 보고 자신의 딸로 착각했다는 웃픈 일화가 있기도 하다. 영화 <헬프>에 함께 출연한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닮은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두 배우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머지, 제시카 차스테인은 자신의 계정에 “나는 제시카 차스테인이 아니에요”라고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업로드 하기도 했다. 반전은 노래를 부른 사람이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였다는 점. 최근까지도 토크쇼에 나와 닮은 꼴로 받았던 오해들을 해명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