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넓은 사막을 배경으로 전 우주의 행성에 걸친 전투를 펼쳐 보이는 프랭크 허버트의 대하 SF 소설 ‘듄’ 시리즈가 2월 28일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듄: 파트2>로 돌아온다. <듄: 파트2>에서는 빌런 페이드 로타 하코넨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폴 아트레이데스와 가문을 건 결투를 벌인다. 황제의 모략과 신하의 배신으로 멸문한 가문의 공작 폴 아트레이데스의 반격이 시작된다.
<듄: 파트2>의 홍보를 위해 드니 빌뇌브 감독과 배우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오스틴 버틀러,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내한했다. 내한 프레스 컨퍼런스 자리에 참석한 감독과 배우진들이 영화에 관해 나눈 말들과 <듄>(2021)과 비교해 <듄: 파트2>에서 달라진 점을 정리해 보았다.
<듄: 파트2> 팀이 ‘듄친자’를 외친 까닭은?

한국에 방문한 <듄: 파트2> 팀은 팬들의 열렬한 환대에 입을 모아 감사를 표했다. 한국에 두 번째로 방문한 티모시 샬라메는 “<더 킹: 헨리 5세>, <웡카>, <듄> 모두 한국에서는 저를 항상 환대해 주어서 무척 감사하다”고 전했다. 젠데이아와 오스틴 버틀러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수많은 팬분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나 손 편지 등을 전해주면서 환영해 주셨다”고 말했다. 또 젠데이아는 “저를 이 정도로 따뜻하게 맞아주는 데가 없었다. 저희 엄마 집에 가도 그렇게 안 맞아준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하코넨 남작 역을 맡은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제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좀 늦게 왔다. 제가 왔을 때는 공항이 텅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팬은 못 봤다”고 말해 현장에서 웃음을 유발했다. 또 그는 “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 한국에 3일밖에 머무르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한식 위주로 먹으려 한다”며 한국 음식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은 한국의 영화 사랑에 감탄을 표했다. “이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었는데, 그때 한국인이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은 진정한 씨네필의 나라이다”.

현장에서는 한국의 듄친자 팬덤을 언급하며, 한국이 듄에 열광하는 이유에 관해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배우들은 모두 “감독님의 원작에 대한 열정 덕분”이라 답했다. 오스틴 버틀러는 “드니 감독님의 세계관에 사람들의 마음이 닿았던 것 같다. 시네마에 대한 사랑을 갖고 어두운 극장 안에 앉아서 거대한 세계관 속에 몰입하는 그 경험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사회자의 제안에 의해 한 명씩 듄친자를 말하며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강인한 전사로 거듭난 폴 아트레이데스

영화는 초장부터 폴 아트레이데스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폴은 떨어져 있는 검을 낚아채서 재빠르게 적을 제압하고, 챠니(젠데이아)와 2인 1조를 이루어 하코넨의 부대원들을 섬멸하는 등 강인한 전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또 그는 사막의 리바이어던이자 프레멘들의 이동 수단이기도 한 샤이 훌루드를 타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고 성공해 낸다. 부드러웠던 그의 목소리는 그가 강인해질수록 거칠고 장중한 톤으로 변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말대로 ’듄’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에 대한 경고”이자 “젊은 청년의 이야기”다. “듄은 젊은 청년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유전적인 것을 다 버리고, 프레멘들의 교육과 여러 훈련을 통해서 자유와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폴은 프레멘들이 믿는 메시아 ‘마디’로 숭배되는 것을 점점 경계한다. <듄: 파트2>로 넘어오면서 프레멘들의 종교적인 모습은 컬트 집단에 가깝게 변한다. 폴은 미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을 깨달은 영웅이 절망과 우울에 빠지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소시오패스 빌런 페이드 로타 하코넨

<듄: 파트 2>의 새로운 빌런 페이드 로타 하코넨 역은 오스틴 버틀러가 맡았다. 그는 페이드 로타로 분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부터 변화시켰다. “내가 준비한 과정은 감독님과의 대화로부터 시작됐다. 나에 대한 감독님의 비전은 외적인 부분이 먼저였다. 감독님께서 체중을 늘리기를 요청하셔서 체중을 늘렸다. 영화에서는 원래 나의 체중보다 더 늘어난 상태로 등장한다. 또 바로 트레이닝에 돌입했다. 격투 트레이닝을 했고, 칼리라는 필리핀 전통 무술을 연습했다.”

페이드 로타 하코넨은 폴 아트레이데스의 일그러진 거울상이다. 그도 대가문 출신의 자제이자 훈련받은 전사이며, 베네 게세리트의 유전자 교배 프로그램에 의해 생겨났다. 그러나 겸허하고 영웅으로 보이기를 경계하는 폴과 달리 페이드는 비범한 인간으로 보이기 위해 타인의 심리를 이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흑백으로 연출된 검투 경기장 장면은 그의 간교함을 가장 잘 보여준다. 페이드는 부착하고 있던 방어막을 떼어내어 검투를 구경하는 관중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환호하게 만든다. 흑백으로 물들여 명과 암이 분명한 미장센은 그의 사악함을 더욱 강조한다. 그는 베네게세리트 레이디 마고트(레아 세이두)의 말처럼 “소시오패스이고, 지능이 높은” 악인이다.
폴 아트레이데스는 메시아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듄: 파트 2>로 넘어오면서 사막의 매서운 전사 부족 프레멘 사회는 분열된다. 아라키스 행성을 녹색의 낙원으로 바꾸고 프레멘을 구원해 줄 메시아 ‘리산 알 가입’의 존재를 절대적으로 믿는 남부 출신의 프레멘과 초인의 존재를 믿지 않고 프레멘인 그들 자신을 믿는 북부 지역의 출신 프레멘 두 집단으로 나뉜다. 그들은 위험이 닥쳤을 때 모이는 곳 타브르 시에치에 당도한 이방인 폴 아트레이데스에게도 상반된 시선을 둔다. 그들의 시각에 따라 폴은 메시아가 되기도 거짓 예언자가 되기도 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프레멘 부족의 분열을 두드러지게 보여준 이유로 원작자의 시각을 영화에 투영했음을 밝혔다.

“프랭크 허버트 작가는 「듄」 1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것 같다. 독자들은 폴 아트레이더스라는 인물을 영웅으로 생각하고 기념하게 되었다. 사실 허버트 작가는 영웅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책을 집필했다. 그래서 본인이 처음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인 ‘종교와 정치가 뒤섞여 있을 때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 「듄 2 : 듄의 메시아」라는 소설을 추가로 발간했다. 저는 그 책까지 다 읽고,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었고, 그 의도를 충실하게 담으려 했다. 작가의 의도를 어떻게 잘 드러낼지 고민하다가 프레멘 사회의 갈등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프레멘이라는 부족을 단일화된 생각을 갖고 있는 단순한 집단이 아니라 여러 층이 있는 복잡한 집단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또 프레멘 사회로 종교와 정치 집단이 결탁해 큰 권력과 힘을 가지고 있을 때 어떻게 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의 모국인 캐나다의 시대적 배경도 영향을 주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당시 캐나다 퀘벡주는 여전히 가톨릭적 전통문화에 얽매여 있었다. 그러다 1960년대에서 70년대까지 이어지는 ‘조용한 혁명’이 퀘벡주에서 일어나면서 가톨릭교회의 역할이 줄어들고, 세속화 과정이 일어나게 되었다. “내가 어렸었던 1960년대까지만 해도 캐나다에서는 종교가 정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에 저항하려는 여러 움직임도 있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종교와 정치의 위험한 관계를 영화 속에서 분명히 표현하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