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듄: 파트2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스크린에 장엄하고 황홀하게 몰아치는 모래바람
★★★★
전편이 원작의 세계관을 대하는 드니 빌뇌브 감독만의 근사하고 거대한 비전 스케치였다면, 이번 영화는 걸작 블록버스터의 궤도에 공고히 안착하는 성취를 이룬다. 동시에 ‘초인은 인류에게 구원이 아닌 재앙’이라는 원작의 핵심에 한층 더 다가간다. 폴은 메시아인 동시에 종교와 정치의 결합이 초래하는 위험을 경고하는 존재다. 이번 편에 이르러 사막은 생명의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차원을 넘어 폴과 완전히 맞붙은 하나의 캐릭터가 된다. 수직과 수평의 움직임을 강조한 액션 설계는 시네마만이 선사할 수 있는 경외감마저 일으킨다. 방대한 서사를 담다 보니 후반 일부의 리듬이 조금은 급하게 느껴지지만, 규모의 위용이 한층 더해진 파트 2는 두려울 정도로 거대한 아름다움이다. 이후에 펼쳐질 더 방대한 유니버스를 고대하게 만드는 새로운 바이블의 탄생이다. 폴을 연기하는 티모시 샬라메는 슈퍼스타 종말의 시대에 찾아온 새로운 구원투수임이 확실해 보인다. 그의 스타성과 재능이 <듄> 시리즈 성취의 절반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오래된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 넣는 현재진행형의 얼굴
★★★★
파트 1에서부터 이어진 사막의 압도적인 이미지와 고유한 사운드는 여전하고, 한층 더 성장한 폴(티모시 샬라메)의 액션 또한 강화되었다. 폴이 프레멘 민족의 구원자로 추앙받고 각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반란군의 전투를 이끌고, 거대한 모래 벌레를 조종하는 전사의 활약으로 그려냈다. 베네 게세리트, 황제, 프레멘 등 서로 다른 집단의 이익과 믿음에 따라 여러 얼굴로 투영되는 폴을 담아낸 티모시 샬라메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크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그 모래 행성에, 이번에도, 빠져버렸네
★★★★
<듄>(2021)을 보면서 경탄했던 건, 촉감으로 생생하게 만져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모래 행성 이미지가 안기는 황홀경이었다. 그것은, 우주 어딘가에 저 행성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싶게 만드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파트 1의 장점을 고스란히 손에 쥔 채 돌아온 ‘파트 2’를 보면서는 다른 부분에서 경이로움을 느꼈는데, 그건 자기 능력을 각성해 나가는 주인공이 안기는 매혹적인 동시에 위태로운 존재감이었다. “리산 알 가입!(메시아)” 저 대사가 스크린을 뚫고 우렁차게 뿜어져 나올 때마다, 속으로 함께 외쳤음을 고백한다. “영웅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는 감독의 말을 떠올렸을 때, 나는 그 경고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 당한 셈이다. 하지만 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흡사 ‘현대미술’ 같은데, 그 안에서 오이디푸스적 고뇌를 실어 나르는 티모시 살라메의 얼굴은 ‘명화’를 연상케 하니, 그 아름다움에 온몸의 세포가 연신 봉기하는 느낌. ‘한스 짐머 표’ 사운드는 또 왜 이렇게, 심장을 두들겨대는지.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SF 블록버스터의 경이로운 아름다움
★★★★
<듄>(2021)부터 끓어오른 드니 빌뇌브 감독의 야심은 <듄: 파트2>에 이르러 <듄> 시리즈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 이미지와 사운드로 쌓아올린 SF 블록버스터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압도당하는 경험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 작품 세계의 총집합체이자 SF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리즈,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부활이라는 점에서도 환영할 만하다. 사막 장면을 비롯해 액션, 전투 장면은 오락 영화의 최고 수준을 보여 준다.
여기는 아미코
감독 모리 유스케
출연 오사와 가나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참을성 있게 응답해 주고픈 세계
★★★☆
아미코는 혼자만의 독특한 세계에 살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외부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그 일방향의 바람이 순수하고 절실할수록 소통은 잔인하게 어긋나 버린다. “여기는 아미코”라는 아미코의 무전은 언제나 무응답이거나 통신 장애 상태. 언뜻 유년기의 어여쁜 한 시절을 담은 듯한 영화의 속내가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것은 그 때문이다. 부모와 동급생들의 무관심과 체념 그리고 혐오가 아미코의 작은 몸을 통과하는 동안, 아미코 스스로만큼은 자기 자신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기민하게 포착한 사운드와 아이다운 상상력을 연결해 펼쳐 보이는 연출은 원작의 활자들을 풍성하게 뛰어넘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너의 목소리가 세상에 가닿기를
★★★
호락호락한 영화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 순수했던 어린 시절과 접속하게 될 거라고 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다. 그보다, 소녀에게서 마주한 건 혼돈이었다. 악의 없는 행동은 그 결과가 어떻든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오해로 인해 생기는 상처는 오해 살만한 행동을 한 자의 잘못인가, 상대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자의 잘못인가. 사랑스러운 소녀의 얼굴 위에 겹쳐놓은 질문의 레이어가 두텁고 날카로운데, 오사와 가나의 생물과도 같은 연기가 이를 더 깊고 넓게 파고들게 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예기치 못한 삶에 응답하라
★★★☆
다자이 오자무상과 미시마 유키오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학계에 반향을 일으킨 작가 이마무라 나쓰코의 첫 소설을 영화화했다. 천진난만한 소녀가 맞닥뜨리는 일상의 균열을 잔잔하게 포착하며 원작의 감동과 문학성을 잘 살려냈다. 감독은 원작의 중요 설정을 과감하게 바꾸는 선택과 판타지 설정을 더해 원작과 다른 분위기와 감흥을 연출한다. 아미코의 세계는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름답기도 서글프기도 하다. 영화는 누군가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이 세계를 외롭지 않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감독 김다민
출연 박나은, 박효주, 김희원, 김지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우주 끝까지, 상상력!
★★★★
학원에 눌려 사는 아이들의 현실에 대한 고발인가 싶지만, 서울대 페르시아어학과(이런 과가 있나?) 특별전형이 뜨면서, 그리고 막걸리가 모스 부호로 신호를 보내고, 여기에 35년 전 외계에서 왔다는 서사가 결합되면서, 이 영화의 상상력이 과연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진다. 게다가 뮤지컬까지! 좀 더 정돈된 이야기를 선호하는 관객도 있겠지만, 호불호가 명백히 갈릴 영화지만, 일단 이 영화의 자유분방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예측 불허의 상상력!
★★★☆
오, 기분 좋게 난감한 작품이다. 성장, SF, 블랙코미디…하나의 틀에 갇히길 거부하며 자기만의 길을 간다. 독창적이란 이야기다. 막걸리를 이보다 신통하게 해석한 영화는 앞으로 나오지 못할 것 같은데(장준환 감독 <지구를 지켜라!> 물파스 쓰임과 용호상박), 톡 쏘는 상상력 위로 사교육과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등을 섞어서 숙성시킨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살인자ㅇ난감>의 각본가 김다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감독의 다음 스텝이 궁금해진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빚은 톡 쏘는 맛
★★★☆
한국의 사교육 세태를 고발하는 작품은 많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은 드물다. 막걸리와 열한 살 소녀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은 우리를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영화 속 막걸리는 관객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잊고 있던 것, 잃어버린 것, 상상조차 못했던 것까지. 주인공 동춘을 연기한 아역 배우 박나은의 존재감이 굉장하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감독의 상상력을 끝까지 밀어붙인 결말이 특히 인상적이다.
생츄어리2: 쿼카가 너무해
감독 리카드 쿠소
출연 앵거리 라이스, 샘 닐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
★★★
호주의 멸종위기종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생츄어리>의 두 번째 시리즈. 2023년에 개봉한 1편의 주머니쥐에 이어 2편에선 캥거루과에 속하는 쿼카가 주인공으로 나선다. 항상 웃는 듯한 표정 때문에 귀여운 동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로 불리는 쿼카가 무서운 동물대회에 출전하면서 나다움을 찾는 이야기다. 대회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해 전편보다 액션과 모험, 볼거리를 키웠다. 시리즈의 주제인 도전정신과 다양성 존중 메시지를 한층 강조한 것도 2편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