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센터에 운영하는 평생학습관에서 막걸리 만들기를 배우다가, 그 아이디어를 영화와 접목했다. 막걸리를 직접 만들고 마시던 차에 감독은, ‘아, 막걸리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그러니 이 영화의 힌트는 말그대로, 어쩌면 ‘막걸리가 알려준 셈’인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애주가의 이야기나 막걸리 양조장 이야기는 또 아니다. 좀 당황스럽고 발칙하고 통통튀기 짝이 없이 없는 전개인데, 11살 동춘이가 어느 날 자신에게 ‘톡톡..톡톡톡…’하고 모스부호로 말을 걸어 온 막걸리와 함께 교감하며 이루어지는 성장담이라고 요약해 보겠다. 영화는 마음껏 놀고, 꿈꾸고, 질문하기에도 바쁜 시간에 벌써 인생 권태기를 알아버린 동춘이의 시각으로, 사교육에 치여 괴로운 아이들의 현재를 보여준다.
김다민 감독은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의 극본으로, 또 첫 장편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로 거의 동시에 두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전혀 다른 색깔이지만, 두 편 모두 호응이 좋다. 단편 때부터 얼토당토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자신 있게, 힘 있게, 그러면서도 사랑스럽게 전개하는 김다민 감독의 작법은 리얼리즘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 영화계에 그리 자주 등장하지 않는 드문 세계임이 틀림없고 그래서 지켜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감독이다.
이 독특한 세계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관객을 설득하는 건 영화의 주인공인 11살 동춘을 연기한 배우 박나은의 공이 컸다. 무표정과 천진함을 오가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성장기 동춘이의 마음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 박나은 배우는 영화 <말모이>(2019), 드라마 tvN <위대한 쇼>(2019), MBC <내 사랑 치유기>(2018),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2018), tvN <부암동 복수자들>(2017)에 출연하며 이미 4살 때부터 연기를 한 경력 9년 차의 배우다. “둘 다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하면서도 이 상상력의 세계에 공감한 감독과 배우, 두 사람의 대화를 함께 따라가 봤다.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공개 후 반응이 좋았고 개봉까지 왔는데요. 그런데 완성된 작품이 주는 이 독특함 때문에 오히려 만드는 과정의 어려움은 컸을 거라 예상되는데요.
김다민 감독
맞아요. 공모전(2019 하반기 경기 시나리오 기획개발지원 우수작 시상식 대상 수상)에서 큰 상을 주셔서 사실 놀랐어요. 감독님들이 모인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주셔서, 아마도 인정을 해주신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막상 이후에 제작하려고 미팅하면서 ‘이거 말고 딴 거 하자’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린이가 주인공이고 또 장르도 사실 명확하지 않고 엔딩은 또 너무 파격적인 것 같고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다 제작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지금의 제작사인 안나푸르나 이안나 대표님께 보여드리게 됐어요. 제가 안나푸르나에서 제작한 <레슬러>(2018) 연출부로 일했었고 그래서 인연이 있었거든요. 같이 하기로 한 후에도 투자 받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아이보다 어른들을 좀 띄우면 어떻겠냐 여러 가지 피드백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결국 감독님의 의도대로 11살 소녀 동춘이를 중심으로 한 영화가 완성된 것이고요. 동춘이를 비롯한 동춘의 엄마 혜진(박효주), 동춘의 삼촌 영진(김희원) 등 이 영화의 많은 인물들이 각자의 고민을 1/N로 나눠 갖는데요. 이 천태만상 현실을 바라보는 프리즘이 동춘이라는 건 중요한 시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 중심인물인 동춘이를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호기심이 질문이 많은 단단한 아이로 만들었는데요.
김다민 감독
처음 캐릭터 잡을 때, 동춘이가 약간 멍 때리는 그 순간이 트레이드 마크라고 생각하면서 썼어요. 자기만의 세계가 되게 확실해서 겉으로는 적응하는 척하지만 계속 딴생각하고 있고 하는 그런 이미지들을 주었어요. 결국 자기 세계가 확실하니까 뭔가를 이제 헤쳐 나갈 힘도 가지고 있고 하는 캐릭터가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동춘이라는 이름도 독특한데요. 어디서 나왔나요. 배우님은 동춘이라는 이름이 어때요?
박나은
전 동춘이라는 이름이 좋은데 친구들이 자꾸 놀려요.
김다민 감독
똥춘이라고(웃음) 놀림받기 딱 좋은 이름이 돼버렸어요. 이름은 제가 다니는 평생학습관이 있는 곳이 동춘동이에요. 저한테 되게 익숙한 이름이거든요. 과거 유명했던 동춘서커스 얘기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웃음)
시나리오를 본 나은 배우는 처음에 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한데요.
박나은
원래 대본이 딱 오면 뭔가 아는 게 많아야지 제가 연기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막 상상의 친구들이랑 얘기도 하고, 모스부호랑 페르시아어랑 막걸리랑 이런 게 막 대본에 넘쳐나서 많이 헛갈렸는데, 엄마한테 질문도 하고 아빠한테 질문도 하고 해서 같이 연습하니까 알겠더라고요.
막걸리가 말을 걸고 털복숭이들과 같이 대화를 하는 건 너무 황당하다 싶진 않으셨어요?
박나은
황당하긴 하죠. 막걸리가 갑자기 뚝 떨어진다는 자체가 황당하긴 한데 그래도 떨어지는 운명이 있긴 하니까. 털복숭이들과 대화하는 건 옛날에, 한 7살 때 저도 그랬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제 애착인형 토리하고요. 엄마 몰래 막 비밀 얘기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그랬거든요. 토리랑 저도 그렇게 대화를 해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랑 대화하는 건 괜찮았어요.

막걸리가 인생의 답을 알려준다는 설정을 보고, 감독님이 애주가 일 것이라 예상했는데요.(웃음)
김다민 감독
제가 막걸리 만드는 걸 배웠어요. 와인이나 수제맥주 이렇게 멋있어 보이는 건 안 좋아해요. 뭔가 좀 민망하고.(웃음) 아파트 근처 주민센터에 있는 평생학습관에 마침 전통주 만들기 수업이 있더라고요. 재밌어 보여서 엄마랑 같이 들었죠. 거기 가면 옷 만들기, 머리 자르기 같은 별별 수업이 다 있어요. 전통주 만들기는 그중에서도 수강생 연령대가 높은 수업이라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같이 들었어요.
박나은
저는 막걸리는 한 번도 안 먹어 봤는데 아빠가 많이 좋아하셔서 입에 살짝 가져다 대봤어요.(웃음)
원래 이것저것 배우는 걸 좋아하시나 봐요.(웃음) 막걸리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으신 건가요.
김다민 감독
일반시민들 상대로 하는 무료 강좌 이런 걸 많이 들어요. 나는 왜 그럴까 생각도 해봤는데, 제가 진짜 지루한 걸 못 참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운 걸 계속 배우게 되는데, 또 막 활동적이지는 않은 편이라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재밌는 걸 항상 찾아요. 도자기 만들기도 배우고, 수화 수업 있으면 그것도 들어가서 해보고 이것저것 하는데, 진득하게 하지는 못해요.(웃음) 바둑, 막걸리는 그중 좀 오래 간 편이죠. 제가 술 만들어서 <레슬러> 할 때 가져가서 스태프들이랑 먹고 그랬으니까요. 페르시아어도 제가 동네에서 특수외국어 수업을 들었어요. 배우러 다니다가 학원버스 같은 걸 보면서, 은연중에 이 요소들을 좀 엮으면 되겠다 하는 생각을 발전시켜 나간 것 같아요.
정말 감독님이야말로 ‘평생교육’의 수혜자이신 것 같은데요.(웃음) 이 영화도 결국 크게 ‘교육’과 연결되는데요. 인물들도 무한경쟁사회, 사교육 열풍과 자유로운 삶 사이에서 혼란에 처해 있는 인물들인데요.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김다민 감독
따지고 보면 저는 제도권 교육 밖에서 살다가 지금에 이르른 느낌이거든요. 사교육도 거의 받지 않았었고, 학교도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갔는데 전공을 살려서 영화과를 가는 대신 또 다른 선택을 했었어요. 그런데 대학교에 가보니 정말 제도권 교육을 진짜 빡세게 받은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물론 지금 다 잘 살고 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거죠. 그렇게 여러 가지를 배운다고 생각을 했을 때 이 배움에 대한 목표나 이유가 대학입시보다는 더 큰 거여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 같아요. 이걸 노력에 대한 리워드를 받는 게임이라고 생각을 하면 뭔가 타당한 목표가 더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실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가장 체감하는 사람은 우리 중에 나은 배우님이 아닐까요.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이고, 영화 촬영할 때는 극중 동춘과 같은 11살이었잖아요. 배우님은 동춘이처럼 학원 가는 것에 대한 부담도 느끼나요.
박나은
영화에서 엄마는 학원을 많이 다니게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하고 싶으면 해 하는 성격이세요. 그래서 전 학원도 하나만 다녀요. 수학, 영어 한꺼번에 가르쳐 주는 학원이요. 원래 미술이랑 피아노랑 다른 것도 많이 다녀봤는데, 재미없다고 맨날 등록하고 나서 끊어 버려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찍어야 해서 다니던 학원 두 개를 또 끊어 버렸어요.
다른 친구들은요?
박나은
다른 친구들은 줄넘기랑 수학, 영어랑 중국어랑 별의별 거 다 배우는 것 같은데요. 제 친구 중 한 명은 학원을 한 7개 정도 다니는데, 학원이 다 엄청 멀리멀리 떨어져 있어서 끝나고 집에 오면 12시래요. 그래서 제가 ‘안 힘드냐’고 했더니, 자기도 하기 싫대요. 그래서 그걸 왜 하냐고 했더니, 엄마가 시켜서 한대요.
동춘이를 보면 그 친구들 생각이 나기도 하고, 동춘이의 마음도 이해가 쉽게 갔을 것 같은데요. 동춘이는 어떤 아이인 것 같아요?
박나은
동춘이가 학원을 많이 다니잖아요. 근데 거기에 대해서 딱히 흥미가 없어 보이는데, 왜 이렇게 학원을 많이 다니지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리고 동춘이가 호기심이 되게 많잖아요. 근데 막 의심이 많은 애들은 막걸리가 부글부글 하고 그런 장면이 나오면 이걸 왜 해야 되지? 하면서 안 할 수도 있는데, 동춘이는 순수하게 그걸 믿고 이렇게 하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현재 아이들의 압박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현실적인 디테일을 반영하셔야 했을 텐데요. 시나리오의 디테일은 어디서 찾아 나갔나요.
김다민 감독
학부모님들이 지역별로 쓰는 카페도 있고, 사교육 관련된 홈페이지 학부모님 정보 공유하는 홈페이지 이런 데들이 있더라고요. 기혼자만 가입할 수 있으면 엄마나 언니가 가입하기도 했는데, 정말 아이들 스케줄이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더라고요. 거기 적응해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여러모로 참 생활이 바쁘겠다는 생각은 들었던 것 같아요. 엄마들도 마찬가지고요. 딱 방향을 잡고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흘러가겠구나 싶더라고요.
영화의 성인 캐릭터들도 동춘과 마찬가지로 정답을 알지 못하는 인물들이잖아요. 대기업을 다니다가 전업주부가 되어서 박탈감을 가졌던 엄마나, 서울대를 나와서 결국 적응 못하고 현실에서 벗어나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영진처럼요.
김다민 감독
일단 동춘이를 가운데 두고 엄마를 악역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대체로 사교육을 다룰 때 엄마가 메인 빌런처럼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게 왜 개인 한 명의 문제인 것처럼 다뤄지는지에 대한 반감이 있었어요. 한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의 맥락이 존재하는 거고, 그래서 엄마 혜진도 약간은 조금 나사 빠진 인물 같고 막 완벽하진 않게 그렸어요. 영진과 혜진이 성인이 된 남매인데, 영진은 떠밀려서 가다가 조금 넘쳐버려서 다 놓아버린 사람이고, 그러다가 또다시 뭔가를 또 선택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죠. 반면 혜진은 오히려 장남의 그늘에서 뭘 해도 인정받을 수가 없고, 하고 싶은데 안 시켜줘서 열등감 같은 것들이 혼재된 채 성인이 됐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가족 설정을 하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촬영 과정을 좀 짚어 볼게요. 먼저 동춘을 연기할 배우를 찾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과정으로 박나은 배우와 만나게 된 건가요.
김다민 감독
오디션도 많이 봤고요. 그다음에는 2차 오디션으로 몇몇을 모아서 미술놀이하는 곳에 가서 조모임을 했어요. 오디션은 아무래도 어른들 앞에서 대화를 하는 거라서, 아이들이 평소 그런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PD님이랑 좀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본 거죠.
나은 배우도 알고 있었어요? 그때 감독님이 보고 계셨던 거.
박나은
알고는 있었는데, 저는 PD님이 감독님인 줄 알았어요. 감독님이 감독님이신 줄은 몰랐어요.
나은 배우를 동춘 역으로 확신한 건 그 2차 테스트였을 것 같은데요.
김다민 감독
나은이는 말수가 적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상대한테 맞춰주는 대답을 하는 게 아니라 예, 아니에요, 라는 식으로 싫은 건 싫다고 좋은 건 좋다고 얘기하는 주관이 뚜렷한 아이였어요. 그 점이 좋았는데, 다른 아이들이랑 같이 있을 때도 똑같더라고요. 가만히 있다가 할 거 다 하고 그런 모습이 동춘이 같았어요. 동춘이도 말이 많지 않고 표정으로 뭔가 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 모습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나은 배우가 가진 꾸밈없는 연기가 영화를 무리 없이 현실감 있게 만들어 주는데요. 같이 작업하시면서 본 나은 배우의 강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김다민 감독
집중도가 진짜 좋아요. 성인들도 가만히 있는 표정으로 계속 찍으려고 하면 사실 힘들잖아요. 그런데 나은이는 카메라가 여기 있든 저기 있든 정말 집중력을 잃지 않고, 그 영화에 나오는 그 많은 표정들을 다 해내요.
박나은
저는 힘들지 않았었어요. 그냥 표정도 그냥 멍 때리는 표정이니까 괜찮았고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촬영장에서 햇볕이 쨍쨍하면 스태프 언니 오빠들이 우산으로 햇볕 가려주고 그래서 그렇게 많이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 밤 샌 적이 있었어요. 비닐하우스에서 막걸리랑 대화하는 장면을 찍는데 7시에 들어가서 새벽 5시에 끝났는데, 졸렸지만 학교를 가야 해서 집에서 한두 시간 자고 다시 학교 가고 학원도 가고, 그리고 집에 가서 잤어요.

혹시 다른 어려웠던 기억은 없었어요?
박나은
풀숲에 드러눕는 신이 있거든요. 30초에서 1분 정도. 근데 그때 벌레가 너무 엄청 많은 거예요. 에프킬라 같은 거 먼저 뿌리고 했는데도, 귀 옆에서 막 뭐가 꿈틀꿈틀거리고 그래서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려면 그런 어려운 점들이 많고 참아야 하는데, 그런데도 연기가 주는 즐거움이 큰 거죠?
박나은
연기를 다 하고 나서 작품이 나오잖아요. 그때 제 연기를 보는 게 약간 뿌듯하기도 하고 이걸 좀 고쳐야 되겠다 이런 것도 있고 그래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두 분의 현재라면, 과거와 미래도 좀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이 작품이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이고, 나은 배우님에게도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두 사람이 각자 걸어온 길을 더 돌아보게 되는데요.
박나은
전 4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거든요. TV를 보는데 연기자가 나오는 거예요. 저도 하고 싶어서 엄마한테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러다가 <말모이>(2019)도 찍고 이렇게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까지 하게 됐어요. 지금은 들어오면 아무거나 하고 싶어요.
김다민 감독
나은이는 4살 때 기억을 다 하는데 전 그때 기억이 없어요.(웃음) 영화를 하고 싶은 건 11살, 12살 정도였던 것 같아요. 막연하게 영화 찍으면 재밌겠다 싶었고, 독서실 가서 공부하는 척하면서 맨날 시나리오 뽑아서 읽고 그랬어요.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 영상 연출 전공이라 영화를 계속 만들었고요. 영화는 하고 싶은데 영화과를 간다고 영화감독이 되는 건 아닌 거 같은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도 많이 찾아보고 그러다가 다른 걸 배우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물론 대학을 영화과로 가지 않아서 영화 찍기가 어렵기도 했는데요. 장비도 그렇고 같이 할 사람들도 없다 보니, 상업 영화 스태프로 빨리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된 편이에요. 거기서 만난 친구들과 모여서 단편영화 찍으며 여기까지 왔죠.

연출작 뿐만 아니라,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의 작가 타이틀로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와 작업 순서는 어떻게 됐나요.
김다민 감독
두 작품이 거의 작업 시기가 겹쳐 있기는 했었어요. 한 4부 정도 끝나고 캐스팅고를 돌렸을 즘에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도 캐스팅이 된 거죠. 제작사에서 10년간 애정을 가지고 개발해 온 작품이었어요. 새로운 감각으로 글을 쓸 사람이 필요해서 신진 작가를 찾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합류하게 됐죠.
<살인자ㅇ난감>은 원작이 있긴 하지만 두 영화의 결이 상당히 달라요. 두 작품을 모두 접하신 분들이 감독님의 방향성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김다민 감독
재밌는 건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로 미팅을 하자고 하시는 분들과 <살인자ㅇ난감>을 보고 연락 주시는 분들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되게 신기한 경험인 거예요. 제 입장에서는 이게 결코 섞일 수 없는 작품인 건가, 라는 생각도 좀 들어요. 제가 좋아하는 코드들은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에 더 많은 게 사실이죠. 그런데 <살인자ㅇ난감>을 통해서 전혀 다른 성격의 장르물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그 작품 역시 너무 소중한 작품이에요.

다은 배우는 박효주, 김희원 배우 같은 어른들과 같이 연기를 했는데, 이번에 같이 하시면서 배운 것도 많을 것 같아요. 욕심나는 역할도 있을 것 같고요.
박나은
들어온다면 아무거나 다 하고 싶어요. 연기는 우리 영화에서 박효주 배우님처럼 성숙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지금은 성숙하게 하려고 해도 안 되는데, 나중에 커서 될 수 있겠죠.
많은 분들이 극장에 오셔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를 봤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나은 배우가 관객에게 한 마디 전해 주신다면요.
박나은
이 영화는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줄 수 있는 영화니까, 집에서 나와서 바깥공기 쐬면서 영화관에서 같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