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버스터즈> 공식 포스터

<고스트버스터즈>는 할리우드 역사상 손꼽히는 성공한 코미디 영화다. 대학교에서 심령학과 초자연학 등을 연구하던 박사 셋이 예산 삭감을 이유로 퇴출당하자, 유령 박멸 회사를 차려 사람들을 괴롭히는 유령을 퇴치하는 일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미래나 과거로 시공간을 옮겨 유령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뉴욕 한복판 현재에 실제 일어나고 있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 당시 관객들에게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덕분에 1984년 개봉한 해에 미국 박스오피스를 휩쓸었고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도 올랐다. 대중적으로나 비평적으로 모두 좋은 평가를 지금도 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고스트버스터즈>는 누구의 아이디어로 어떤 제작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됐는지, 그 뒷이야기들을 살펴볼까 한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고스트버스터즈>는 SNL 출신 코미디언이자 배우였던 댄 아크로이드가 처음 이야기를 구상했다. 그는 <블루스 브라더스>(1980)에서 엘우드를 연기했던 배우다. (기억나면 강제 나이 인증)
댄은 처음에 미래를 배경으로 소방수나 의사들이 팀을 꾸려 유령만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 <고스트스매셔(Ghost Smashers)>를 구상했다. 그런데 그와 함께 각본을 썼던 배우이자 감독인 해롤드 래미스가 그렇게 쓰면 제작비가 3억 달러는 족히 들어갈거라며 충고했고, 어쩔 수 없이 댄은 배경을 현대로 옮기는 수정을 가했다. 웃긴 건 처음 의도는 멤버들이 특수기동대인 'S.W.A.T.' 슈트 같은 보호구를 입고 마법 지팡이를 사용해서 유령들과 싸운다는 컨셉이었다고 한다. (초기 컨셉의 흔적이 영화에 반영된 것을 몇 가지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고스트버스터즈 본부는 소방서 건물이고, 이들이 몰고 다니는 차량은 앰뷸런스 차량인 점이 그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의기투합해서 이야기를 처음 구상했던 두 사람은 친구이자 배우였던 빌 머레이를 불러 캐스팅한 다음, 그들 스스로 버스터즈의 멤버로 출연까지 하게 된다.
위 포스터 가운데 인물이 다들 아는 배우 빌 머레이, 그의 왼쪽이 감독 겸 배우 해롤드 래미스, 오른쪽이 댄 아크로이드다.

빌 머레이가 연기한 <고스트버스터즈> 주인공 피터 벤크맨의 명함



'에디 머피'도
고스트버스터즈의
멤버였다?

댄 아크로이드와 해롤드 래미스가 <고스트버스터즈> 주인공, 그러니까 멤버의 면면을 처음 구상할 때 염두에 뒀던 배우들 중엔 에디 머피도 있었다.
댄 아크로이드는 애초 자신과 에디 머피, 존 벨루시(<블루스 브라더스>에서 댄 아크로이드의 상대역으로 출연했던 뚱뚱이 제이크) 이렇게 세 사람의 팀을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에디 머피와는 출연 섭외 이야기도 오갔다. 그런데 그가 최종단계에서 출연을 고사하는 바람에 신인이나 다름없던 닮은꼴 배우 어니 허드슨을 캐스팅하면서 캐릭터 비중을 대폭 줄였다.
게다가 존 벨루시가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떠나 그 최초의 팀 구상대로 진행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의 팀이 되었고, 실제 영화엔 어니 허드슨이 연기하는 윈스턴이 후반부에 합류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왼쪽부터 어니 허드슨, 해롤드 래미스, 빌 머레이, 댄 아크로이드. 어니 허드슨은 <고스트 버스터즈2>에 가서야 포스터에 처음 등장했다. 1편 포스터에서는 백인 셋만 등장.



고스트버스터즈는
타임 매거진 표지도
장식한 적 있다?

이 표지는 진짜일까? 가짜일까? (가짜이면서 진짜다.) 왜냐하면 영화에 등장시키기 위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트버스터즈가 출범하자마자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이슈를 불러 모았고 타임 매거진 표지에까지 등장한다는 영화 속 설정을 위해서 만든 표지다. 실제 표지에 등장한 건 아니지만 영화가 개봉했을 때 평단의 반응은 그에 필적할만했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를 두고 "대부분의 영화들이 값비싼 특수효과 쓰느라 코미디를 해치곤 하는데 이 영화는 예외다. 드물지만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에겐) 정말 값진 원전을 제공해준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뉴스위크의 데이비드 앤슨도 이 영화의 작업을 두고 "모두가 이런 목표를 향해 이렇게 일하고 싶어 한다"고 상찬했다. (타임 표지에서도 백인 셋만 등장.)



할리우드의 역사적인 차 , 엑토-1
고스트 버스터즈의 공식 관용차 'ECTO-1' 초기 디자인 컨셉과 실제 촬영 차량 사진
레고로 출시된 'ECTO-1'

<고스트버스터즈>는 보지 않았더라도 이 자동차는 한 번쯤 봤을 것이다. 특정 영화마다 아이콘처럼 내세울 수 있는 소품이나 캐릭터, 자동차 등이 있다면 (예를 들면 <007> 시리즈의 '본드카'처럼.) <고스트버스터즈>는 단연 '엑토원(ECTO-1)'이다. 애초 차량의 컨셉을 모두 댄 아크로이드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생각했었다. 그것을 가지고 그림으로 구현하고 다시 실제 차로 개조해서 만든 것이다. 댄은 낡은 중고 앰뷸런스를 개조해서 일종의 광대차 같은 걸 만들고 싶어했다. 기본 모델은 1959년형 캐딜락 시리즈  62였다. 당시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하늘을 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차 뒤에 날개를 달았다.  원래는 짙은 보라색 조명이 나오는 검정색 일렉트로닉 컨셉카였다. 그런데 밝은 페인트로 칠해보니 훨씬 좋아 보여서 색을 바꿨다고.



웃기는 특수효과
매트 페인팅 기법을 이용해서 빌딩 밖으로 유령들이 나오는 장면을 만들었다.
VFX 효과가 쓰이는 장면의 콘티
<고스트버스터즈> 영화 촬영장. 저들이 현장에서 뒤집어 쓴 건 면도크림이었다. 이 영화 촬영을 위해 제작진은 100리터 가량의 면도 크림을 길거리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고스트버스터즈>는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누군가를 웃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증명해 보인 영화다. 그러니까 기술력이 부족해서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는 뜻이 아니다. 여러 번 오스카 수상도 했던 특수분장의 대가 리처드 에들런드가 이끄는 VFX팀과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존 드 큐어 등 <인디아나 존스> <E.T.> 등의 영화로 충분히 시행착오를 거치고 실력도 인정받은 스탭들이 총동원되어 만들었다. 그런데 1984년 여름 개봉 일정을 너무 맞추기 힘들어서 후반 작업하는데 스케줄이 엄청 빡빡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반 라이트먼 감독이 와이어가 드러난 장면과 아직 완성되지 않은 특수 효과 장면이 포함된 파이널 프린트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분명한 건 사람들은 관심없다는 거야." 결과적으로 그 말은 틀렸지만 아무튼 스탭들의 노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유령들의 뉴욕 사랑
<고스트 버스터즈 2> 촬영 현장 모습

이반 라이트먼 감독은 <고스트버스터즈>의 주요 배경인 뉴욕에서 촬영 허가를 어렵게 받아 한 달 가량을 촬영했다. 특수 효과 세트를 짓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야외 촬영은 실제 뉴욕에서 촬영했다. 영화에는 뉴욕시립 도서관, 콜롬비아 대학교, 링컨센터, 센트럴파크 웨스트, 콜롬버스 서클, 태번 온 더 그린 레스토랑 등등 수많은 뉴욕 명소들이 등장한다. 물론 모두 실제 촬영한 것이다. 소방 본부의 경우에는 뉴욕과 LA에 세트를 지어 촬영했는데 바깥 장면은 뉴욕의 트라이 베카 섹션에 있는 후크 앤 래더 # 8 소방서에서 촬영했다. 극중 데이나(시고니 위버)의 아파트는 실제로 뉴욕에 있는데 웨스트 센트럴 파크 55에 존재하는 20층 짜리 빌딩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루프탑은 미주리의 콘티넨탈 생명 건물을 본땄다.

우린 그저 돈 많이 벌려고
영화를 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일거리가 필요해서도
아니고요.
아주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근데 그게 웃기기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이 말은 빌 머레이가 <고스트버스터즈> 촬영장에서 한 말이다. 당시 제작진을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은 촬영장에서 정말 즐겁게 일했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일리언>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시고니 위버를  코미디 영화에 캐스팅할 생각을 했고, 또 그것을 흔쾌히 아무렇지 않게 의도를 이해했던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고스트버스터즈>는 <나홀로 집에>가 개봉하기 전까지 코미디 영화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번 작품이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