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정 말로
감독 닐 조단
출연 리암 니슨, 다이앤 크루거, 제시카 랭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전설적 탐정의 귀환
★★☆
레이먼드 챈들러가 창조한 위대한 탐정 캐릭터 필립 말로가, 닐 조단 감독과 리암 니슨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하드보일드 장르의 고전적 분위기는 재현했지만, 팜므 파탈의 매력이라든가 통렬한 맛은 잘 살려내지 못했다. 생기를 잃은 리메이크처럼 느껴지는 영화. 그럼에도 전설의 여배우 제시카 랭은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하드보일드 탐정의 원조가 돌아왔다
★★★
리암 니슨이 하드보일드 탐정의 대명사 필립 말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볼 이유가 생긴다. 아일랜드 작가 존 밴빌의 2014년작 「블랙 아이드 블론드」가 원작으로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를 잇는 이야기는 하드보일드 장르 팬들을 흐뭇하게 한다. LA 베이시티, 실종과 살인, 팜므 파탈,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씁쓸한 진실 등 레이먼드 챈들러의 세계관을 계승한 정통 누아르 영화다. 올드한 면이 없지 않지만, 탐정 영화의 묘미는 살렸다.
극장판 스파이 패밀리 코드: 화이트
감독 카타기리 타카시
목소리 출연 에구치 타쿠야, 타네자키 아츠미, 하야미 사오리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한층 더 강화된 스케일과 액션
★★★
원작 애니메이션 팬도,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도 모두 즐길 만한 수준의 극장판이다. <극장판 스파이 패밀리 코드: 화이트>는 원작에는 없는 독자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데다 TV 시리즈보다 스케일 면에서도 한층 더 확장되었다. 「스파이 패밀리」의 설정과 세계관에 대해 모르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전개는 「스파이 패밀리」의 세계에 입문하기에 모자라지 않다. 위장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의 비밀을 감추느라 코믹한 상황이 펼쳐지는 와중에 최고의 암살자라 불리는 ‘가시공주’ 요르의 실체가 드러난다.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그의 전투력은 IMAX 관람이 아깝지 않다.
리볼버 릴리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출연 아야세 하루카, 하세가와 히로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흰옷을 입은 여전사
★★☆
192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정성 들인 시대극이자, 전설의 첩보요원 오조네 유리(아야세 하루카)가 펼치는 액션 무비다. 대규모 총격전과 살벌한 격투가 난무하는 액션 신의 쾌감이 있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전개 때문에 이야기가 더딘 느낌을 준다. 군국주의 시기 일본군에 맞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그 방법론이 강렬한 폭력 미학이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지지부진한 스파이 액션
★☆
아야세 하루카 주연의 스파이 액션 영화. 멜로, 드라마 장르에서 여러 편의 대표작을 보유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클 법하다. 일제강점기 일본을 배경으로 전설적인 전직 여성 첩보원이 일본군에 맞서는 내용인데, 전쟁을 비판하는 메시지만 와닿는다. 캐릭터의 매력도, 스파이 영화의 긴장감도, 액션의 박진감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전반적으로 짜임새가 유기적이지 못하다 보니 감독 특유의 감각적 영상미마저 득보다 독으로 작용한다.
조용한 이주
감독 말레나 최
출연 코르넬리우스 원 리델-클라우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어느 입양아의 성장기
★★★☆
한국계 덴마크인 말레네 최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깃든 작품.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되어 성장한 주인공 소년의 외롭고 혹독한 성장기다. ‘입양’을 테마로 삼은 영화가 지닐 수 있는 신파적 요소 대신, 일상에 등장하는 마술적 판타지를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전달한다. 미니멀리즘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작은 디테일들이 엮이며 묵직한 의미와 미스터리를 만들어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낯선 곳에 불시착한 운석처럼
★★★☆
덴마크로 입양돼 자란 열아홉 살 청년 칼의 이야기. 근 몇 년간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져 온 이민자 이야기의 연장선에 놓여있긴 하지만, 서사보다 인물의 내면과 이미지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그만의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유령으로 나타나는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덴마크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의 충돌을 활용한 연출이 감각적이며,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빈틈에 폭탄을 심어둔 듯한 아슬아슬한 분위기 조성이 인상적이다. 칼처럼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에 입양돼 자란 말레나 최의 작품으로, 감독이 실제로 느낀 심상들이 많은 말 대신 표현주의적인 이미지로 발화됐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상처를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
★★★☆
조용히 파고들어 오는 영화가 있다. 정적인 연출에 별다른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도 않지만 어느 순간 마음속에 떡하니 자리 잡아 오래 머무는 영화 말이다. 한국계 덴마크인 말레나 최 감독은 덴마크 시골 마을에 사는 한국계 입양아의 조용한 일상을 응시한다. 일찌감치 감정을 숨기는 법을 터득한 듯한 열아홉 청년의 내면세계를 표출하는 방식이 한국인 해외 입양아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과 다른 독특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
왓츠 러브
감독 셰카르 카푸르
출연 릴리 제임스, 샤자드 라티프, 엠마 톰슨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내 남자친구의 ‘중매’ 결혼
★★★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1997) 같은 로맨틱 코미디가 즐겨 찾아온 ‘남사친/여사친도 다시 보자’라는 전형적인 모티브에 파키스탄 이민자 2세대 남자와 백인 여성의 사랑을 그린 <빅 식>(2018)을 섞은 듯한 작품. 파키스탄 문화를 적극 흡수하면서 로맨틱 코미디들이 밟아 온 익숙한 길은 피하는 데 성공한다. 그만의 차별점을 갖췄다는 의미다. 안일한 갈등 해결로 인해 문화적 편견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의 깊이가 더 힘을 받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 지금은 다소 흐릿해졌지만, 한땐 로맨틱 코미디계의 품질보증서로 통했던 워킹타이틀 영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도 돌이킬 수 있나요
★★★
로맨틱 코미디 명가 워킹타이틀이 시대 변화에 발맞춘 작품을 내놓느라 고심한 모양이다. 비혼을 넘어 비연애시대에 사랑이란 무엇인지 전통 결혼 문화와 연결 지어 의미 찾기를 시도한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주인공은 ‘남사친’의 무슬림 중매결혼 과정을 지켜보면서 회피하던 사랑의 감정과 마주한다. 로맨틱 코미디 고전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1997)의 영국식 리뉴얼 버전 같기도 하고, 다양한 결혼 문화를 다룬 가족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진정한 의미까지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