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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는 시원한 장르 영화가 제맛! 역대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된 한국영화들

김지연기자

세계 최고의 영화 축제, 칸영화제가 오는 14일(화) 개막을 앞뒀다. 칸영화제에서는 시네필들에게 걸맞은 영화만 상영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칸영화제는 매해 스페셜 섹션 등으로 대작 영화나 대중적인 상업영화 역시 초청한다. 칸영화제의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은 대중적인 영화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섹션이다.

이 섹션에서는 매년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장르 영화를 2~3편가량 초청해 심야 상영한다. 액션이나 스릴러, 누아르, 호러 등 장르적 색채가 진한 영화라면 초청 대상이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된 영화는 칸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된다. 다만, 이곳에서 영화를 관람하려면 ‘드레스 코드’를 지켜야 한다. 뤼미에르 극장에서 경쟁작을 관람할 때처럼,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의 영화를 관람할 때에도 슈트를 입고 구두를 신는 등, 격식을 차려야 한다고. 운동화를 신거나 백팩을 메는 것은 금지다.

〈추격자〉 칸영화제 포스터
〈추격자〉 칸영화제 포스터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은 매년 한국영화가 초청받는 단골 섹션이기도 하다. 2008년에는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이 섹션에 초청받았다. 또한, 2014년 <표적>이 초청받은 이래, 2020년(칸영화제가 취소된 해)과 2021년을 제외하고 한국영화는 매년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를 포함해, <추격자>를 제외하고 역대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된 한국영화들을 모아봤다.

 


<베테랑2>

2024 제77회 칸영화제

 

 

하반기 국내 개봉을 예고한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화제작, <베테랑2>가 칸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된다. <베테랑2>는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오는 5월 20일 밤 12시 30분(현지시간)에 상영될 예정이다.

<베테랑2>의 칸 초청은 국내 시리즈 영화로서는 최초다. 배우 황정민은 <달콤한 인생>(2005) <곡성>(2016) <공작>(2018) 이후 네 번째로 칸영화제에 입성하며, 정해인은 생애 최초로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류승완 감독은 2005년 <주먹이 운다>로 감독주간에 초청되어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이후 19년 만에 이로써 다시 칸에 입성하게 됐다.


 

<탈출: PROJECT SILENCE>

2023 제76회 칸영화제

 

 

이선균의 유작이 된 <탈출: PROJECT SILENCE>는 작년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영화는 <굿바이 싱글>(2016)을 김태곤 감독이 연출,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제작을 맡은 200억의 대작이다. 영화는 2024년 연내 개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출: PROJECT SILENCE>는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갯속,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예기치 못한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편, 칸영화제 상영 당시 반응은 엇갈렸다. 국내 매체는 ‘100분도 길게 느껴지는 신파’를 지적한 반면, 프랑스 내 <탈출: PROJECT SILENCE> 배급을 결정한 배급사 ‘케이엠비오(KMBO)’는 “영화제 기간 중 가장 빨리 지나간 100분이었다. 한국영화의 장르적 쾌감의 기준을 한 단계 더 올려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호평을 전했다.


 

<헌트>

2022 제75회 칸영화제

 

 

2022년, 이정재는 첫 영화 연출작으로 칸에 진출하는 영화를 누리게 됐다. 이정재는 2010년 <하녀>가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후 오랜만에 칸 레드카펫을 밟았는데, 당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흥행한 직후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다만 당시 <헌트>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직후에는 다소 엇갈린 외신 평을 받았는데, 한국 역사에 친숙하지 않아 다소 서사가 복잡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이정재 감독은 칸에서의 반응을 본 직후,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헌트>의 각색 작업에 돌입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결국 국내에서 8월 10일 개봉한 <헌트> 최종본에서는 칸 버전과는 살짝 달라진 장면 순서, 그리고 새롭게 녹음된 대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헌트>는 국내에서 43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악인전>

2019 제72회 칸영화제

마동석과 김무열은 <범죄도시4> 이전, <악인전>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췄다. 당시 칸의 <악인전> 초청은 독보적인 캐릭터를 지닌 배우 마동석을 글로벌에 알린 계기가 됐다.

<악인전> 프리미어 상영 직후의 외신 반응은 꽤나 긍정적이었다. 칸 필름마켓에서도 추가 구매에 대한 문의가 줄을 이었다는 후문. 더불어, <악인전>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인데, 배우 마동석이 동일하게 주연으로 출연하며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는다. 제작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설립한 발보아 프로덕션이 담당할 예정이다.


 

<공작>

2018 제71회 칸영화제

 

윤종빈 감독의 <공작>은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2018년 제71회 칸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되었다. 다만 지극히 한국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상영 직후에는 <헌트>와 비슷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분명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웰메이드 스릴러이지만, 남북 관계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 그 와중에도 한 외신은 “<공동경비구역 JSA> 이래, 남북 관계를 다룬 최고의 영화”라는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악녀>

2017 제70회 칸영화제

 

2017년은 최초로 한국영화 두 작품이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은 해다. 두 작품은 모두 공교롭게도 누아르 액션 영화인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은 설경구·임시완 투톱 주연, <악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여성 원톱(김옥빈) 액션물이다.

두 작품은 모두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호평을 받아 좋은 해외 선판매 실적을 거뒀다. <불한당>은 해외 128개국에, <악녀>는 126개 판매됐다. 다만, 해외에서의 반응과는 달리 두 작품 모두 국내에서의 성적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불한당>은 국내 누적 관객 96만 명, <악녀>는 약 120만 관객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부산행>

2016 제69회 칸영화제

 

 

영화 <부산행>은 2016년 이후 한국영화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자주 초청받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칸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었던 티에리 프레모는 “역대 칸영화제 개최 이래,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었다”라며 <부산행>을 극찬했다. 더불어, <부산행>의 감독 연상호에 대해서는 “연 감독의 차기작은 경쟁 부문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라며 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부산행>은 해외 관객들에게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와는 차별화되는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장르를 인지시켰다. 영화가 국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 없을 듯하다.


 

<오피스>

2015 제68회 칸영화제

 

 

<오피스>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 일가족 살인사건에서 시작해 회사로 퍼져나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담았다. 영화에는 한국만이 지닌 회사 문화, 서열 관계가 짙게 드러나 다수의 외신은 ‘독특하다’라고 평했다.

<오피스>는 홍원찬 감독의 데뷔작으로, 홍 감독은 데뷔작으로 칸에 입성하게 됐다. 약 10년이 흐른 지금 홍원찬 감독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성공적으로 연출하고 <서울의 봄>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성공적인 영화인으로 자리매김했으니, 칸은 그의 떡잎을 진작에 알아본 듯하다.


 

<표적>

2014 제67회 칸영화제

 

 

<표적>은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2010)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표적>은 칸영화제에서 상영되기 전에 국내 개봉을 먼저 했는데, 국내에서 개봉한 버전과 칸영화제 버전의 러닝타임이 1분가량 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칸영화제 버전에 쿠키 영상이 추가됐기 때문인데, 칸영화제 버전은 보다 비극적이고 닫힌 결말로 끝이 난다. 제작진 측은 국내 관객 300만을 돌파하면 <표적>의 칸영화제 버전을 공개하겠다는 공약을 했으나, 아쉽게도 국내 관객은 284만 명에 그쳤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