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에 맞춰 열리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올해도 찾아온다.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일까. 벌써 21회를 맞은 만큼 이번에는 '행동'과 '실천'에 방점을 찍었다. 영화제의 슬로건도 직접 행동하자는 취지로 'Ready, Climate, Action, 2024!(대비, 기후, 행동)'으로 정했다. 영화를 통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함께 대책을 고민하고 나아가자는 결의는 「기후 행동」, 「지구를 구하는 위인들」 등의 섹션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올해는 전 세계 128개국에서 총 2,871편이 출품됐으며 예심을 거친 본선 진출작 총 38편을 포함, 27개국 78편의 작품이 6월 5일(수)부터 30일(일)까지 26일간 최장기 진행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영화제는 메가박스 성수에서 진행되는 오프라인 상영과 함께 서울국제환경영화제(sieff.kr)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상영, TV 편성을 통한 공개 및 공동체 상영 등을 병행할 예정이다.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당신을 위해 오늘은 영화제 개막에 맞춰 눈여겨볼 만한 영화와 프로그램들을 정리했다.
개막작은 데이비드 앨런 감독의 다큐멘터리 <와일딩>(2023)

6월 5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 상영될 작품은 데이비드 앨런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와일딩>(2023)이다. 영화는 나무를 베어내고 살균제를 뿌리는 현대식 농법에 의존하던 영국인 부부가 경작지에 사슴, 물소, 비버 등 야생동물을 끌어들여 20년이 지난 뒤 자연 생태계를 회복하는 '재야생화'(Rewilding) 실험에 성공한 과정을 조명한다. 정재승 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은 "현대사회에서 시골과 농촌조차도 자연을 부자연스럽게 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을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에미상 5회 수상 이력의 데이비드 앨런이 감독했다.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화제작 <지구의 노래>, <커먼 그라운드>, <고래와 나>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베르너 헤어초크와 함께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끌었던 감독 빔 벤더스와 노르웨이의 유명 배우 리브 울만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 <지구의 노래>. 2023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로 마가렛 올린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영화는 노르웨이의 장엄한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감독의 85세 노부의 발자취를 따라 자연과 연결된다는 것의 의미를 보여준다. 제96회 아카데미상 최우수 국제장편영화 노르웨이 출품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미국 농무부가 토양 개선을 위해 200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영감을 준 화제의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의 속편 <커먼 그라운드>도 놓치지 말자. 전작에서 토양을 재생함으로써 현재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조슈아 티켈과 레베카 티켈 감독은 <커먼 그라운드>에서 농업 체계의 부당한 관행으로 농부들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영화는 무너진 식량 체계 뒤에 숨은 돈, 권력, 정치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하는 한편 더 늦기 전에 기후의 균형을 맞추고 건강과 경제를 안정시킬 대안으로 재생 농업을 소개한다.

작년 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고래와 나> 극장판도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다. 배우 한지민, 박해수가 내레이터로 참여한 다큐는 전 세계 20개국, 30개 지역을 탐험하며 만난 고래의 삶과 죽음을 통해 지구의 위기를 드러낸다. 위태로운 지구 속 벼랑 끝에 서있는 고래들이 인간에게 던지는 최후의 경고인 <고래와 나>. 더 이상 무시해선 안 될 고래들의 목소리를 스크린을 통해 만나보자.
이 외에도 벨기에의 오스카상인 앙소르상을 수상한 유럽 최초의 탄소 중립 장편 영화 <타임 오브 마이 라이프>로 주목받은 닉 발타자르 감독의 신작 <기후재판 3.0.>, 한국의 쓰레기 처리 문제를 직시한 임기웅 감독의 <문명의 끝에서> 등 시네필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예술성과 최근 환경 이슈를 시의성 있게 포착한 다양한 작품을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 등 풍성한 부대행사

지난 5월 18일(토)에는 영화제의 첫 번째 관객 참여 행사인 ‘ALL-LIVE: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가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총 47팀만이 참여할 수 있었던 예년에 비해 최대 100팀 참석으로 확대 운영된 행사에서는 반려동물로 돼지를 맞이한 채식주의 소녀 밥스의 이야기를 담은 네덜란드의 마샤 할버스타드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꿀꿀> 상영회, 체험 프로그램, 전문가 강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졌다. 강연과 영화 상영이 진행되는 내내 강아지들이 짖어도 강아지와 사람 그 누구도 서로 제재하거나 흘겨보지 않은 관용의 현장이었다는 훈훈한 후문이다. 아쉽게 반려동물 야외 상영회를 놓쳤다고 실망하진 말자. 어린이, 청소년 환경교육 프로그램인 '시네마그린틴'을 포함 다양한 장소로 찾아가는 특별 상영회인 ‘서울국제환경 영화제 IN’, 신라면세점 루프탑 상영회 등 다양한 영화제 부대 프로그램들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유준상-박하선-김석훈, '에코프렌즈'로 나서다!

홍보대사인 '에코프렌즈'에는 배우 유준상과 박하선, 김석훈이 위촉됐다. 지난 5월 10일(금)에 진행된 위촉식에서 배우 유준상은 “작은 나무들이 큰 숲을 이루듯, 의미 있는 환경영화제에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작은 나무 유준상으로서 열심히 에코프렌즈에 임하겠다. 친구들 꼭 놀러 와!”라는 포부를 전했다. 배우 박하선은 "아이를 낳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와 기후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돼 개인적으로도 대나무 칫솔을 쓰고 텀블러를 갖고 다니며 전기차를 사용한다 말하며 환경에 진심임을 전했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을 할 당시 캐나다로 몰려오는 '쓰레기 섬'을 다룬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은 바 있다고 회고하며 "관객분들도 영화로 인해 새로운 사실을 알고 느끼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