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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등 6월 첫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원더랜드

감독 김태용

출연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AI 시대의 멜로

★★★

당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AI 기술을 통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의 속도를 감안하면, <원더랜드>의 설정은 왠지 조만간 현실화될 것만 같은 상상력이다. 장르적 재미보다는 가족과 연인 사이의 멜로에 더 무게를 싣는 <원더랜드>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구현된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차이와 대립보다는, 그 경계를 허물고 오가는 감정의 힘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SF의 디테일과 설명, 그리고 원더랜드 안에서의 스펙터클 등이 좀 더 있었다면 장르적으로 관객들에게 더 흥미로울 수 있었을 듯하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어떤 기술은 사랑으로 향한다

★★★

인공지능이 일상 깊숙이 파고든 동시대와 감정적으로 공명하는 작품이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속, 좀 더 발전한 미래의 기술이라는 판타지 안에서 결국 영화가 향하는 곳은 관계와 실존 그리고 성숙하게 이별한다는 것의 의미다. 죽음이나 코마 이후의 세계로 만들어진 ‘원더랜드’의 안과 밖에서, 떠나간 사람과 남겨진 이들 그 모두를 아우르는 시선을 담았기에 훨씬 폭넓은 사유가 가능해졌다고 본다. 느슨한 옴니버스 구성이기에 각 인물들의 사연마다 깊숙이 이입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남는다. 기적에 가까운 우연에 기댄 듯 보이는 몇몇 설정 역시 눈에 밟힌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헤어지지 않을 결심

★★★

AI 기술을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영화가 아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원더랜드’라는 공간을 내세워 판타지를 주려는 영화도 아니다. 영화의 시선은 AI가 가져온 관계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는 ‘사람’에 찍혀 있다. 죽음과 이별과 기억에 대한 유의미한 질문이 가득하다. 다만 감독이 <가족의 탄생> <만추> 등에서 보여준 영화적 성취를 떠올렸을 때, <원더랜드>의 영화적 밀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 더 보여줬어야 하는 것들과 덜 보여줬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것들이 눈에 밟힌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가슴 적시는 감성 SF

★★★

로맨스와 가족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감성 SF. 근미래를 배경으로 최첨단 AI 기술을 이용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애틋한 감정을 그렸다. 가족, 연인 등 여러 커플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지면서 사랑, 이별,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스타급 배우들을 포함해 여러 배우들의 개성과 연기가 함께 어우러져 빛난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한계를 드러내긴 하지만, 미래에 관해 유의미한 상상과 질문을 던진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감독 조나단 글래이저

출연 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홀로코스트 영화의 새로운 범주

★★★★

<사울의 아들>(2016)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관객에게 극도의 감각적 체험으로 전달한다면,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수용소 담장 밖의 이야기다. 안에선 수많은 존재들이 소멸되고 있지만, 이러한 대량 학살은 나치에겐 수행해야 할 과제이며, 누군가에겐 입신양명의 기회이며, 그 일을 통해 진급이 되고 보너스를 받기도 하며 다른 곳으로 발령받지 않으려고 애쓴다. 수용소장 회스 중령의 가족에게 아우슈비츠는 떠나고 싶지 않은 지상천국이며, 그의 아내는 ‘아우슈비츠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리고 담장 안에선 매일처럼 소각로 굴뚝에서 나온, 마치 희생자들의 영혼과도 같은 검은 연기가 하늘로 날아간다. ‘악의 평범성’을 넘어 ‘악마적 이기성’을 보여주는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역사의 비극에 응답하는 현재성

★★★★★

잔악한 과거의 비극에 지극히 영화적으로 응답하는 현재성. 고통을 전시하지 않으면서도 보여줄 대상을 정확히 파고드는 카메라, 담장 너머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관객 각자의 머릿속에 이미지화하는 사운드 운용까지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 숨이 막히는 압도적 체험 가운데 심어둔 인류애와 희망의 끈, 구획과 분리 대신 인간성을 택하기를 말 걸어오는 화법까지 단점을 찾기 어려운 압도적 걸작이다. 영화가 역사의 비극을 대하는 태도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평범이 귀를 닫으면 일어날 수 있는 일들

★★★★☆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담 하나를 두고 붙어 있는 가정의 안온한 삶에는 볕이 내리쬐지만 보는 이에겐 내내 한기를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실제 아우슈비츠 책임자였던 회스 중령과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을 재현하면서 홀로코스트의 고통은 소리로만 등장시킨다. 꽃이 만발한 정원을 가꾸는 동안 끼어드는 비명소리, 장난감 놀이 중에 멀리서 들리는 총성은 선연하게 비극의 감각을 일깨운다. 마침내 엔딩에 다다르면 과거를 현재로, 현재를 과거로 강력하게 끌고 들어가면서 역사를 다룬 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선연한 교훈을 선사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그래서 우리는 또 무엇을 배제하고 있는가

★★★★☆

보이지 않는데 많은 것들이 보인다. 맡을 순 없는데 타는 냄새가 머리로 그려진다. 참혹한 장면 하나 없는데 장면 곳곳에서 참담함이 새어 나온다. 벽 하나 사이에 둔 삶과 죽음의 경계, 빛과 어둠의 대비, 음향인지 절규인지 곡소리인지 구분이 어려운 스산한 사운드… 이것은, 이전에 없는 방식으로 홀로코스트에 접근한 ‘시네마’다. 닫힌 문이 열리고 외벽 너머로 봉인돼 있던 흔적이 모습을 드러낼 때, 영화는 묻는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배제하고, 보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고 있는가.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전쟁의 시대에 경종 울리는 걸작 

★★★★★

온몸의 신경을 곧추세우게 하는 영화. 가해자에 초점을 맞춘 홀로코스트 영화라는 것을 알고 봐도 눈앞에 펼쳐지는 이미지와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은 시작부터 끝까지 충격을 안긴다. 보여주지 않는 방식으로 재현의 윤리를 고민한 태도, 인간의 폭력성과 악의 평범성을 표현해내는 연출은 이 영화를 걸작 반열에 오르게 한다. 산드라 휠러의 완벽한 연기를 비롯해 촬영, 미술, 편집, 음악, 음향이 빚어낸 공포는 섬뜩한 체험을 넘어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메시지와 주제의식, 완성도, 독창성 면에서 영화 미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금지된 장난

감독 나카다 히데오

출연 하시모토 칸나, 시게오카 다이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칠게 밀어붙이는 공포

★★

일본의 호러 거장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작품. 시미즈 카르마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안정된 톤으로 시작해 후반부로 가면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는데, 전개가 조금은 난데없다. 특히 구마사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영화의 전반적인 톤이 흔들린다. 하지만 엽기적인 비주얼과 기괴한 상상력을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흥미롭게 볼 만한 영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신통찮은 J호러

★★☆

J호러 거장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신작. 살아 있는 사람의 영혼을 뜻하는 ‘생령’을 소재로 저주, 주문, 퇴마 등을 그린 정통 공포 영화다. 일본 스타 하시모토 칸나가 비디오저널리스트로 등장해 저주의 비밀을 풀어나가는데, 이야기 진행도 예상 가능한 흐름이고 공포 연출이나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한 특수 효과나 분장은 조악한 나머지 헛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명탐정 코난 vs 괴도 키드

감독 이시하라 슌스케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괴도 키드의 매력 재확인

★★★

명탐정 코난과 라이벌 괴도 키드의 대결 에피소드를 모은 TV시리즈 총집편. 괴도 키드가 등장하는 신작이자 7월 개봉을 앞둔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에 앞서 괴도 키드 팬들의 마음을 예열시켜 줄 작품이다. 코난과 괴도 키드가 벌인 두 번의 대결을 중심으로 괴도 키드의 과거와 둘의 인연을 거슬러 올라간다. ‘월하의 마술사’ 괴도 키드가 벌이는 신출귀몰 마술쇼는 다시 봐도 명불허전이다. 


 

다섯 번째 방

감독 전찬영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엄마의 공간

★★★

최근 한국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는, 감독 자신의 가족사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 단편 시절부터 자신의 가족을 카메라에 담았던 전찬영 감독은, 첫 장편인 <다섯 번째 방>에서 엄마의 이야기를 한다. 다소 엄마 편을 들고 있는 것 같지만, 아빠에게도 그만큼의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영화. 엄마가 결혼 후에 겪었던 가부장제의 모순에 대한 비판보다는, 자신만의 공간을 통해 엄마가 살게 된 새로운 삶에 초점을 맞춘다. 많은 가정에서 공감할 만한 작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자기만의 방을 찾는 모든 엄마를 응원해

★★★

영화감독인 딸이 자신의 엄마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엄마의 시댁살이부터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 가정과 일터에서의 엄마, 엄마와 아빠의 관계까지 가감 없이 담았다. 개인의 가족사와 같던 영화는 엄마가 결혼 생활 30년 만에 독립을 선언하면서 가부장제에 맞선 여성 해방사로 급변한다. 감독이 주인공의 딸, 가족, 관찰자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엄마를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응원하는 시선이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들을 위로한다. 


 

태극기 휘날리며

감독 강제규

출연 장동건, 원빈, 이은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한국 전쟁영화의 고지

★★★☆

한국에서 만들어진 전쟁영화 중 아직까지도 이 영화를 능가하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한 형제가 겪었던 전쟁이라는 비극을 큰 줄기로, 영화는 6.25 전쟁의 현장을 당시 가능했던 CGI 기술과 대규모 스케일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한다. 기존 한국의 전쟁영화가 지녔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 압도적인 스펙터클로 영화에 역사를 담아냈다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과. 영화 자체의 재미와 함께, 2000년대 초 르네상스 시기 한국영화의 가장 뛰어난 프로덕션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20주년을 맞이해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명성 휘날린 한국 전쟁 블록버스터

★★★★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쟁 액션 블록버스터. 2000년대 한국 영화 대표작이자 한국 전쟁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장을 연 강제규 감독의 규모감 있는 연출, 주연배우 장동건, 원빈의 스타파워가 대중을 사로잡으며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사실감 넘치는 전투 장면과 참혹한 전장 묘사, 전쟁터로 내몰린 두 형제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맞물려 전무후무한 한국 전쟁 영화의 완성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