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이 애니메이션 <메리와 맥스>(2011)로 주목받은 애덤 엘리엇 감독의 신작 <달팽이의 회고록>이, 지난 15일 폐막한 제48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크리스탈 작품상을 수상했다. <메리와 맥스> 이후 15년 만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이번에도 역시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며, 1970년대 호주 멜버른의 수줍은 달팽이 수집가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달팽이 수집가이자 열렬한 독서가였던 그레이스 푸델의 행복한 삶은 산산조각난다. 쌍둥이 형제 길버트와 헤어진 그녀는 결국 호주 반대편에 있는 위탁 가정에 가게 된다. 오빠의 편지에 매달리고, 가정교사에게 무시당하고, 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그레이스는 절망에 빠진다. 그처럼 계속되는 고난 속에서 한 괴짜 할머니와 끈끈한 우정을 쌓으며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의 신작 <플로우>는 2등상인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대홍수로 고향이 황폐화되자 고양이가 다양한 종으로 가득 찬 배를 타고 피난처를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다. 긴츠 질발로디스는 비행기 사고로 미지의 섬에 홀로 불시착한 소년의 이야기인 <어웨이>(2019)가 국내에 소개되며 알려진 바 있다. 그 외에도 지난 5월 국내 개봉했던 야쿠와 신노스케의 <창가의 토토>가 크리스탈 작품상과 심사위원상에 이어 3등상에 해당하는 폴 그리모상을 수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나 새로운 학교에 가게 된 꼬마 토토의 일상을 통해 전쟁의 가혹한 현실을 발견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