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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끊긴 시리즈의 갈증을 채워주는 영화 원작 게임들

성찬얼기자

쉴 새 없이 신작이 쏟아지는 시리즈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작품 외에서 벌어진 '어른의 사정'으로 시리즈가 툭 끊겨버리는 일이 있다. 그럴 때면 팬들은 뭔가 새로운 작품이 나오길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영화 대신 새로운 미디어로 활로를 뚫으며 팬들의 허한 마음을 달래주는 시리즈도 있다.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만나기 전, 에이리언의 갈증을 채웠던 미디어믹스를 시작으로 각종 영화의 연장선으로 돌아볼 만한 게임들을 정리했다.


진짜 에이리언스러운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리들리 스콧이 감독이 <에이리언>의 프리퀄 영화를 만든다고 발표했을 때, 팬들은 열광했다. 2012년 소문의 영화 <프로메테우스>가 개봉했을 때, 팬들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게…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는 좋은 영화, 나쁜 영화를 떠나서 팬들이 기대한 '에이리언'은 확실히 아녔다. 프리퀄이니 톤이 다른 영화가 나올 순 있었지만, 그렇다고 에이리언의 대표격인 제노모프가 아예 등장하지 않을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공포영화의 DNA를 이어받은 공포게임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공포영화의 DNA를 이어받은 공포게임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공포영화의 DNA를 이어받은 공포게임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공포영화의 DNA를 이어받은 공포게임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아이러니하게도 이 팬들의 갈증을 달래준 건 2014년 발매한 게임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이었다.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프리퀄보다 훨씬 더 <에이리언>에 가까운 게임으로, 식민지에 혼자 남게 된 여성이 각종 위협에서 생존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한 줄 스토리만 들어도 연상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바로 시리즈의 시작, <에이리언>(1979)이다. 미지의 생명체에게 동료를 잃고 혼자 제노모프에 맞서는 엘렌 리플리의 사투(시고니 위버)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은 1편과 2편의 사이, 엘렌 리플리를 찾아 나선 딸 아만다 리플리가 주인공이라서 여러모로 1편을 계승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영화의 디자인을 다수 반영해 호평받았다. 1편(왼쪽)과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특히 영화의 디자인을 다수 반영해 호평받았다. 1편(왼쪽)과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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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에이리언>을 적극적으로 계승한 게임이기에 레트로 퓨처리즘 디자인부터 조용히 몸을 숨긴 채 에이리언을 피해다녀야 하는 게임플레이까지 '에이리언 시리즈의 적자'다운 평가를 받았다. 플레이어는 세바스토폴 정거장에 고립된 아만다 리플리가 돼 제노모프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 제노모프, 페이스 허거 등 대표적인 에이리언 생명체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안드로이드와 다른 생존자들도 플레이어를 적대시하기에 이들 모두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한다. 그야말로 서바이벌 스페이스 호러의 진가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공개되기 전까지 1편의 후속작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게임에서도 시끄러운

데드풀

데드풀답게 제4의벽 따위는 가뿐하게 넘는다.​
데드풀답게 제4의벽 따위는 가뿐하게 넘는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국내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전 세계 1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답지 않게 국내에선 아직 200만 관객도 모으지 못해 시리즈 최저 흥행작이 되고 말았다. 아마도 코믹스와 20세기폭스 시절 영화를 소재로 삼으면서 전작들과 달리 진입장벽이 생긴 탓일 터. 데드풀의 매운맛 유머나 광기 어린 스타일을 좀 더 음미하고 싶다면 2013년 발매한 게임 「데드풀」을 꺼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데드풀」
「데드풀」

「데드풀」은 그 콘셉트부터 데드풀스러운데, 바로 '자신이 주인공인 게임이 없다는 것에 실망한 데드풀이 직접 만든 게임'이기 때문. 콘셉트가 이렇다 보니 욕설과 음담패설은 기본이고, 다른 게임 스타일을 고대로 가져와서 게임에 넣는 등 특유의 유머 코드를 가감 없이 발휘한다. 울버린이나 케이블 등 익숙한 캐릭터부터 데드풀을 얘기하면 빠지지 않는 영원한 사랑 데스처럼 다양한 캐릭터까지 나와 팬들에게 만족감을 안겨준다.

데드풀의 '절친' 울버린 등 다수 캐릭터가 등장한다.
데드풀의 '절친' 울버린 등 다수 캐릭터가 등장한다.

 

​물론 이건 영화가 아닌 코믹스를 원작으로 만든 게임이라 영화보다도 수위가 높다. 일단 평소에 어쨌든 로맨틱한 감성이 있는 영화판 데드풀과 달리 코믹스에서처럼 자아 분열로 정신없이 플레이어를 홀리는 점부터 호감을 가지기 쉽지 않다. 그러나 스스로 언급하듯 '주인공인 게임이 전혀 없는' 데드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유일한 게임이라서 눈여겨볼 만하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판권 문제로 구하기 쉽지 않은 제품이 됐지만.


영화의 사라진 시간이 이곳에

저수지의 개들

영화를 좋아한다면 <저수지의 개들>을 모를 수 없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1992년 영화 <저수지의 개들>은 파격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사용해 영화계를 흔든 범죄스릴러다. 범죄영화에서 정작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은 쏙 빠진 채, 어느새 총을 맞은 범죄자와 배신자를 색출하려는 동료들의 심리전이 영화의 근간을 이룬다. 이 <저수지의 개들>에서 의도적으로 제거한 그 순간, 그 과정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06년 게임 「저수지의 개들」은 그것까지 담았다.

영화 〈저수지의 개들〉
영화 〈저수지의 개들〉
위의 영화 속 명장면도 당연히 나온다.
위의 영화 속 명장면도 당연히 나온다.

 

​게임에서 담은 8명의 범죄자들은 영화보다 더 훈훈한 관계처럼 보이는데, 범죄를 실행하기 전에 함께 페인트볼로 사격 연습을 하는 등 준비과정을 담았기 때문. 게임이다보니 플레이 방식을 알려주는 과정이 필요했겠지만, 그 범죄자들이 페인트볼로 사격 연습을 하다니 다소 유치하게 보이기도. 게임은 미스터 오렌지로 시작해 미스터 블루, 미스터 화이트 등을 경유해 이야기를 완성시켜간다. 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했는지에 엔딩이 다른 것도 나름의 재미.

 

「저수지의 개들」
「저수지의 개들」

 

​​게임은 사실 원작만큼 훌륭하지 않다. 당시 나온 수많은 게임들에 비해 엉성해서(게임계엔 GTA 시리즈라는 걸출한 범죄물이 있다) 영화에서 굳이 생략한 부분을 접할 수 있는 것 빼고는 별다른 장점이 없었던 것. 그럼에도 영화의 팬이라면 한 번쯤 궁금했을 그 범죄현장에 직접 뛰어드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 미스터 블론드만큼은 영화에서 해당 캐릭터를 연기한 마이클 매드슨이 직접 목소리 출연했다.


1980년대 SF 투박함을 그대로

로보캅: 로그 시티

「로보캅: 로그 시티」
「로보캅: 로그 시티」

최근 게임도 즐기는 영화광들이 이곳저곳에서 '이것 좀 해보세요 츄라이츄라이'를 외친 게임이 하나 있다. 「로보캅: 로그 시티」다. 2014년 리부트 <로보캅>이 실패한 후 <로보캅> 시리즈는 과거의 유산처럼 남는 듯했다. 그러나 2023년 「로보캅: 로그 시티」가 출시된 후 갑자기 숨죽이고 있던 <로보캅> 팬들이 슬그머니 기지개를 폈다. 개발사의 전작들이 워낙 '똥겜' '망겜'으로 유명했던 탓에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로보캅: 로그 시티」가 의외의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과거 SF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투박한 인터페이스가 일품.
과거 SF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투박한 인터페이스가 일품.
로보캅만큼 유명한 ED209도 나온다.
로보캅만큼 유명한 ED209도 나온다.

물론 그런 게임을 만들던 개발사가 갑자기 시대에 남을 '명작'을 만든 건 아니다. 그럼에도 「로보캅: 로그 시티」는 팬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로테스크 연출의 대가 폴 버호벤이 만든 원작들처럼 파격적인 수위의 액션 묘사와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미래상, 1~2편의 요소를 충실하게 반영한 오마주 등은 1980년대 SF 부흥기를 기억하는 게이머들에게 환영받을 수밖에 없었다. 앞서 소개한 게임들이 연식이 된 것들인데, 이중 유일하게 2020년대 게임이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 물론 피격당한 적의 머리가 터지는 광경을 참을 수 있다면 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