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호평을 받고 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시리즈로, <부부의 세계> 모완일 감독의 연출, JTBC 신인작가 공모전에서 당선된 손호영 작가의 극본, 김윤석과 고민시를 비롯한 출연진들의 호연에 힘입어 공개 이후 국내 넷플릭스에서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꼭, 사운드가 빵빵한 곳에서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감상하기를 권한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연기, 연출이 모두 훌륭한 가운데, 극의 쫀쫀함을 배가하는 존재는 단연 음악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음악감독 개미는 누구

드라마 속 음악이란, 대사만큼이나 중요하다. 드라마의 대사만큼이나 극의 배경음악은 극의 감정과 서사를 실어 나르는 매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 음악감독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음악감독은 비단 유명 가수가 부르는 OST만을 작곡하는 작곡가는 아니다. 드라마 음악감독은 작품의 흐름에 대해 이해한 후, 영상과 음악이 어울리도록 배경음악을 배치하는 사람이다. 음악감독은 필요에 따라서 기존 곡을 영상에 삽입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연주곡과 가사가 있는 곡을 작곡해서 삽입한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음악은 개미 음악감독(본명 강동윤)이 담당했다. 개미 음악감독은 현재 국내 드라마 음악감독 중 가장 활발하게, ‘개미’처럼 활동하는 인물로, 수많은 히트작 드라마들의 음악을 담당한 업계 베테랑이다. 그는 가깝게는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굿파트너>, tvN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고, 그가 십수 년간 맡았던 드라마 중 대표적인 작품들만 나열해 보자면 <동백꽃 필 무렵> <구르미 그린 달빛> <태양의 후예> <부부의 세계> <소년시대> <웰컴투 삼달리> <각시탈> 등이다. 웬만한 인기 드라마에는 모두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미는 드라마 음악감독이 ‘연주곡과 대중음악을 함께 할 수 있어’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매번 작품 시작 전 시놉시스를 받아보고 음악을 구상하며, 자신이 만든 곡을 포함해 많은 곡을 모은 후 드라마의 톤과 어울리는 곡을 선별한다. 또한, 때에 따라 마치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드라마 방영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단시간 내에 작곡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스티> <부부의 세계>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등, 미스터리 스릴러 장인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개미의 ‘인생작’이 아닐까 하고 감히 점쳐본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음악은 극의 톤과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문법대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리듬감을 만든다.
개미 음악감독은 이전에도 모완일 감독이 연출한 JTBC 드라마 <미스티> <부부의 세계>의 음악을 담당하며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의 음악 작업을 인상적으로 해낸 바 있다. 2022년, 그가 JTBC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드라마 <공작도시>의 음악감독을 맡았을 때 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공작도시>와 같은 드라마는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드러나지 않는 음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극의 흐름에 있는 듯 없는 듯 받쳐주는 효과성 음악을 많이 쓰고 꼭 필요할 때만 라인이 들리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라며, “<공작도시>와 같은 장르는 음악이 너무 상황 설명을 해버리면 시청자들이 추리해 나가는 재미가 반감되어 버린다”라고 말했다.

가령 이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음악 역시 동일한 공식으로 탄생했다. 개미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가사가 있는 사운드트랙 대신 오리지널 스코어로 가득 채웠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중반부까지는 미스터리, 후반부는 스릴러와 액션의 성격이 강한데, 이에 따라 전반부는 긴장감을 강화하는 스코어가, 후반부는 속도감 있게 질주하는 스코어가 귀에 들린다.
더불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전반부는 시청자의 관점에 따라 극 속 인물들과 사건들이 모두 맥거핀이라고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는데, 모든 사건과 인물에 동일한 긴장감과 중요성을 부여하는 음악은 시청자로 하여금 ‘극 속 모든 것에 집중하라’라는 말을 건네는 일종의 안내서가 된다. 안내서에 따라 전반부를 충실히 정주행한 시청자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후반부에 이르러 병렬적 구조가 교집합을 지닐 때 더욱 큰 쾌감을 얻게 된다.
한편, 매회 반복되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라는 내레이션을 음악화한 듯한 메인 테마곡 또한 인상적이다. 마치 ‘쿵’ 소리가 나는 듯 긴박감이 넘치는 테마곡은 마치 시청자를 아무도 없는 숲속으로 이끄는 듯,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품어 몰입감을 강화한다.
사실은 로코에 일가견이 있는 음악감독

개미 음악감독은 장르를 종횡무진한다. 그가 유난히도 다작하는 음악감독인 이유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그의 실력 덕일 텐데, 그의 포트폴리오는 소위 ‘막장’이라 불리는 드라마(<빨간풍선> 등)부터 퓨전 사극(<구르미 그린 달빛> <조선로코 녹두전>, 청춘물(<드림하이> <후아유 – 학교 2015>) 등을 총망라한다. 그중에서도 미스터리 스릴러와 더불어 개미 음악감독이 가장 잘하는 장르가 있다면, 단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그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 작업을 할 때와는 다르게,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는 가사가 잘 들리고 가사가 인물의 상황을 대변해 주는 OST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편이다. 듣기만 해도 특정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거미의 ‘You Are My Everything’, XIA(준수)의 ‘How Can I Love You’ 등, 다수의 인기 트랙을 남긴 <태양의 후예>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나 개미 음악감독은 휴먼 드라마의 성격이 강한 로맨틱 코미디에 두각을 드러내는 편인데, <웰컴 투 삼달리> <이 연애는 불가항력> <어쩌다 마주친, 그대>나 혼합 장르의 <동백꽃 필 무렵>의 음악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