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의 상징적인 배우 위노나 라이더가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비틀쥬스>(1988)의 속편 <비틀쥬스 비틀쥬스>로 돌아온다. 위노나 라이더는 <비틀쥬스>에서 유령을 보는 우울한 10대 소녀 리디아 디츠 역을 맡아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속편인 이번 영화에서는 악한 유령의 꼬임에 넘어가 저승 세계에 발을 들인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를 구하려는 엄마 리디아로 분한다. 과거 위노나는 수많은 인터뷰에서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왔다. 그녀의 솔직함은 히피인 부모의 영향 아래에서 자란 그녀의 자유로운 성향, 영화에 관한 그녀의 소신,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부담감 등 그녀의 여러 모습을 알게 해주었지만, 때로는 독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위노나 라이더가 인터뷰에서 밝혔던 발언들을 모아봤다.
그(팀 버튼)는 제 경력을 만들어줬어요. 사실 생각해 보면 <비틀쥬스>(1988)가 없었다면 저는 배우가 되지 못했을 거예요. 오디션에서 정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당시 저는 검은 머리에 창백한 얼굴이었고, 그 영화 덕분에 다른 일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제게 경력을 쌓게 해주셨어요. - 팀 버튼 감독에 관한 언급


위노나 라이더는 팀 버튼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 했다. <비틀쥬스>(1988), <가위손>(1990), <프랑켄위니>(2012), 이번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2024)까지. 그중 <비틀쥬스>는 사람들에게 그녀를 각인시킨 작품이다. 영화 <루카스>(1986)로 데뷔한 위노나 라이더는 <비틀쥬스>에 출연하기 전까지 오디션을 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배우로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위노나 라이더는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영화 <비틀쥬스>의 오디션을 보러 갔다. 대기실에 앉아 있던 그녀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고,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 심심했던 그녀는 남자와 영화와 음악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게 되자 위노나는 남자에게 팀 버튼 감독이 있는 곳을 물었고, 그제야 남자는 자신이 팀 버튼이라고 밝혔다. 위노나는 그에게 사과를 하며 준비해 온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팀 버튼이 사양하는 바람에 보여줄 수 없었다. 이번에도 떨어지겠다고 낙담하던 그녀는 뜻밖에도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비틀쥬스>에 출연하게 되었다. <비틀쥬스>는 7,37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영화 비즈니스가 아니라 영화 예술에 집중해야 합니다.
저는 줄리아 로버츠처럼 위협을 느끼지 않아요. <귀여운 여인>(1990)은 그녀를 하룻밤 사이에 배우가 아닌 유명인으로 만들었죠. 이제 그녀의 모든 커리어는 영화가 1억 달러를 돌파하지 못한다면 흥행에 관한 것으로 판단되겠죠. 제가 짊어지고 싶지 않은 짐이에요.

위노나 라이더는 자신의 예술적 취향을 스스럼없이 대중에게 공유했다. 그녀는 크라이테리온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로 받은 깊은 감명을 공유하고, 미국 배우 故 제나 로우랜즈가 자신의 삶과 경력에 미친 깊은 영향을 회상했다. 또 그녀는 고든 파크스 감독의 <더 러닝 트리>(1969), 짐 자무쉬의 <다운 바이 로>(1986)와 <고스트 독 – 사무라이의 길>(1999), 존 카사베츠의 컬렉션 등을 좋아하는 작품으로 뽑았다. 또 위노나는 문학을 즐겨 읽었고,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좋아하는 책으로 뽑았다. 우연히도 그녀는 기자와 작가 등 글을 쓰는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다.


영화와 문학을 가까이한 위노나는 자주 영화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솔직하게 밝혀 왔다. 그녀는 누구보다 영화를 예술로서 진지하게 대했고, 이는 예술 영화 출연으로도 이어졌다. 위노나 라이더는 짐 자무쉬,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코세이지 등 여러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컬트적인 인기를 끈 블랙코미디 영화 <헤더스>(1989), 시대극 로맨스 <순수의 시대>(1993)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다. 특히 <비틀쥬스>의 리디아 디츠 역과 함께 짐 자무쉬의 <지상의 밤>(1991)에서 맡았던 문신을 하고 연쇄 흡연을 하는 택시 운전사 역은 그녀를 로맨스 여주인공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게 했다.
오랫동안 배우라는 직업이 부끄러웠어요. 얄팍한 직업이라고 느꼈어요. 사람들이 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테니까요.
제가 겪었던 우울증에 대해 털어놓은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여성들이 저에게 다가와 “저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었어요”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이죠.

위노나 라이더는 불면증과 우울증을 오랫동안 앓았다. 위노나는 배우 알 파치노를 불면증 메이트(?)로 두고 있었는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마다 배우 알 파치노에게 전화를 거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주연 배우라는 압박감과 계속되는 영화 작업으로 인해 그녀의 신경은 더 쇠약해졌고, 우울증과 불안, 발작, 탈진을 거듭 겪었다. 결국 위노나는 스스로 정신병동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녀는 약물을 과다 복용하며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2001년에 절도를 저지르고 법정에 섰다.
연기 연습한 거예요. 제 다음 영화에서 맡을 역할이 도둑인데, 감독이 실제로 도둑질을 해보라고 시켰어요.
– 위노나 라이더가 법정에서 한 말
저는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가 누군가를 신체적으로 해치거나 사람에게 해를 입혔다면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 자신의 절도 범행에 대해

위노나는 비벌리힐스의 한 고급 디자이너 샵에서 600만 원어치를 훔쳐 유유히 빠져나가려 했다가 곧바로 현장에서 발각되었다. 법정에서 선 그녀는 반성하기는커녕 거짓말을 하고 범행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 대중을 실망하게 했다. 이후 위노나는 긴 공백기를 가졌다가 영화 <스캐너 다클리>(2006)에 주조연급으로 출연했다. 이때, 그녀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경중을 고려하지 못하고, 범행을 미화하려는 듯한 발언을 해 또다시 대중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블랙스완>(2010)에서 나탈리 포트만과 함께 명연기를 선보여 재기에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