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에서는 3월 아카데미 시상식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시상식인 제작자조합상(Producers’ Guild Awards), 배우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s) 시상식이 열렸고,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도 발표됐다. 한 해 영화계를 정리할 순간이 점점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관심과 말도 쏟아졌다. 한 주간 나왔던 흥미로운 말들을 모아봤다.


 “모두의 이야기는 들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지금은 더 그렇고요.”

크리스틴 벨

올해 배우조합상 시상식은미투 운동과 성평등 논의 등을 적극 반영했다. 시상식 최초의 진행자로 배우 크리스틴 벨이 나섰고, 오프닝과 시상자 모두 여성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크리스틴 벨은 농담과 메시지를 적절하게 조합한 멋진 오프닝 모놀로그로 시상식의 문을 열었다. 특히 지금 이 순간이 변화의 분수령이기에 귀를 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동정심을 가지고 부지런하게 움직이자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이에 화답했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깬 분이시죠.
우리 모두 당신께 마음의 빚을 졌습니다.”

마리사 토메이

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시상자 중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아마 로잔나 아퀘트일 것이다. 연기파 배우인 아퀘트는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 피해를 용기 있게 증언한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 중 한 명이다. 아퀘트와 함께 시상자로 나선 마리사 토메이는 아퀘트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퀘트는 감동받은 듯 먹먹한 목소리로 아시아 아르젠토, 아나벨라 시오라, 앤서니 랩, 올리비아 문 등 자신의 피해 사실을 당당하게 증언한 배우들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 오신 선구적인 연기 덕분에
우리의 커리어가 마흔 살이 넘어도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니콜 키드먼

<빅 리틀 라이즈> 셀레스티 역으로 에미상, 골든 글로브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쓴 니콜 키드먼은 이날 생애 첫 배우조합상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키드먼은 수상소감에서 같이 후보에 오른 수잔 서랜든, 제시카 랭뿐 아니라 주디 덴치, 메릴 스트립, 셜리 맥클레인, 이자벨 위페르 등 선배 배우들을 언급했고, 이들의 멋진 연기 덕분에 40대 이상의 훌륭한 여성 배우들을 기용하여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된 것에 감사를 표했다. 니콜 키드먼과 리즈 위더스푼은 40대 여성 배우에게 좋은 작품이 들어오지 않는 것에 좌절하며 <빅 리틀 라이즈>를 제작했다고 밝혀왔다. 키드먼은 나이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지금의 분위기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높일 권리가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죠."

앨리슨 브리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임스 프랭코의 성추문 사건이 불거졌다. 프랭코는 타임즈업 운동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입장이었기에 그의 성추문 사건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프랭코는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한 본인의 의견도 있지만, 지금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데이빗 프랭코(제임스 프랭코의 동생)의 아내 앨리슨 브리는 배우조합상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프랭코의 혐의에 대한 질문에 가족을 지지하고, 보도된 모든 정보가 모두 정확하진 않다라고 하면서도 피해자들의 말을 듣는 것이 지금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프랭코가 출연한 <디재스터 아티스트>는 올해 아카데미에서 다수 부문에 후보 지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적으로 각색상 부문에만 이름을 올리면서 스캔들이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줬다.


"전화 통화하면서 추하게 우는 걸
감추려고 하는 거 알죠?
완전히 실패했어요."

- 조던 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핫이슈는 감독상후보 지명이었다. 올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겟 아웃>의 조던 필과 <레이디버드>의 그레타 거윅을 주목해 왔는데, 이들이 골든글로브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에서 후보 지명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자 이번 아카데미 후보 또한 보수적인 색채를 띠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아카데미는 이번에 다시 한번 여성 감독과 흑인 감독을 후보에 올려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했다. 조던 필 감독은 저예산 공포영화 <겟 아웃>으로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 3개 부문에 오르면서 올해 가장 핫한 필름메이커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한편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면서 스티븐 스필버그, 리들리 스콧 등 거장 감독과 마틴 맥도너 등 올해 가장 주목받는 연출자들이 감독상 후보 지명을 받지 못했다. (출처: 조던 필 트위터 @JordanPeele https://twitter.com/JordanPeele/status/955809063412969473)


치욕의 대지
"오스카 후보 지명은 얼마 전까진
생각도 못한 일이었어요.
꿈을 꾸는 모든 분들,
특히 카메라를 손에 쥐길 원하는 소녀들에게
‘뭐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레이첼 모리슨 (‘치욕의 대지’ 촬영감독)

올해 아카데미 기술부문에서 가장 주목할 부문은 촬영상이다. <치욕의 대지> 촬영감독 레이첼 모리슨이 오스카 90년 역사상 최초로 후보에 이름을 올린 여성 촬영감독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아카데미 어워드는 지금까지 보수성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특히 감독상과 촬영상 후보 대부분이 백인 남성인 점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캐서린 비글로우가 <허트 로커> 2010년 감독상을 수상한 이후 8년 간 여성 감독이 후보 지명을 받진 못했다. 올해는 레이첼 모리슨이 촬영상 후보에 오르며 또 하나의 유리천장에 균열을 냈다. 또한 <레이디 버드> 그레타 거윅이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 지명을 받은 5번째 여성 감독이 되었다. (출처: 레이첼 모리슨 트위터 https://twitter.com/morrisondp/status/955910044771471362)


보스 베이비
<보스 베이비>가
<빅 레보스키>, <사랑의 블랙홀>, <긴 이별>, <샤이닝>보다
아카데미 후보 지명을 더 많이 받았다.

마크 버먼(워싱턴포스트 기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논쟁이 될 만한후보는 예상 외로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다. <보스 베이비>가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후보에 오르자 인터넷에서는 꽤 격렬한 반응이 쏟아졌다. 영화 자체가 흥행은 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도 그렇지만, 비평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레고 배트맨 무비>가 후보에서 떨어진 것에 대한 반발이 더해진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올해 오스카가 나름대로 파격적인 후보 지명으로 신선함을 더하려 했으나, <보스 베이비> 지명은 틀린 해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출처: 마크 버먼 트위터 @markberman
https://twitter.com/markberman/status/955798584036876294)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잖아요."

갤 가돗

한편 여성 주인공 영화로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원더 우먼>은 오스카 후보에서 완전히 제외되었다. 여성 감독 작품 흥행 1위라는 진기록을 세운 작품이니만큼 시상식 시즌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받을 것이라 예상한 것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원더 우먼> 주연 갤 가돗은 엔터테인먼트 투나잇과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 상을 받기 위해 작품을 한 것은 아니며,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에 항상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원더 우먼>은 아카데미 후보 진출에 실패했지만, 다른 코믹스 원작 영화들은 후보 지명을 받았다. <로건>은 슈퍼히어로 영화 최초로 각색상 후보에 올랐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가 시각효과상 후보에 올랐다.


띵양 / 에그테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