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잔에 얼음을 넣고 드라이진(Dry Gin ·사진)을 적당량 넣고 토닉워터를 부어 잔을 채우면 끝이다. 가끔 레몬 필을 하기도 하고 필 한 껍질을 잔에 넣기도 하고 안 넣기도 한다. 드라이진 중 오이향이 나는 진인 헨드릭스 진으로 진 토닉을 만들 때는 레몬이나 라임 대신 오이를 세로 방향으로 얇게 썰어 잔에 둘러서 서브하기도 한다.
제대로 만들려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엄청나게 많지만 마티니 같은 칵테일과는 다르게 만들기도 비교적 쉽고 아마추어가 만들어도 대충은 마실 만한 결과물이 나와 칵테일 공부를 했다면 무조건 한 번 이상은 만들어 봤을 칵테일이다. 또 이성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좋은 칵테일이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대부분은 이런 깔끔함이 더 편안한 법이고. 그래서 시어도어가 차라리 이 여성과 연애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영화 내내 들었었다.
이 영화는 한 존재와 존재 사이의 감정의 교류, 특히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섹스를 다룬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였다면 일면 평범했을지도 모를 그런 관계가 상대방이 바뀜으로써 다른 색을 갖게 된다. 누구나 살면서 겪었거나 혹은 겪게 될 다른 존재와의 만남, 교류, 그리고 이별까지,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사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아직 감정을 갖고 행동할 수준에 도달해 있지는 않다. 최근 비약적으로 올라간 컴퓨팅 성능을 기반으로 성립되는 기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연역이 아닌 귀납을 바탕으로 성립되는 현재의 인공지능이 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감정을 갖고 행동하게 되려면(혹은 적어도 우리가 보기에 그렇게 느껴질 수준이 되려면)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적어도 한두 번은 더 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녀 간의, 아니 어떤 ‘존재’와 존재와의 모든 관계는 사랑일 수도, 우정일 수도 있다. 시어도어와 사만다 역시 영화 내내 사랑과 우정 사이를 방황한다. 아니 어쩌면 그런 존재 간의 감정을 정의하는 수단으로서의 사랑이나 우정, 혹은 다른 단어들은 그런 감정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하다 못해 인공지능이든 사람이 사랑하는 상대에게 바라는 건 결국 같을 것이다. 배신하지 않을 것, 나만 바라볼 것,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시어도어와 사만다 역시 결국 그것 때문에 헤어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