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조 웬즈데이를 만날 기회가 왔다. 2022년 독특한 캐릭터와 미스터리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는 원래 <아담스 패밀리>라는 작품의 스핀오프다. 이 작품은 드라마에서도 등장했던 웬즈데이의 가족들, 아담스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시리즈는 1990년대 초에 나왔던 작품이기에 명성에 비하면 실제로 본 사람은 많지 않을 터. 그런데 넷플릭스에서 10월 8일부터 서비스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실사 영화 시리즈를 연 1991년 <아담스 패밀리>는 없고, 1993년 <아담스 패밀리 2>만 들어오긴 하지만 <웬즈데이>에 열광했던 시청자라면 2편이라도 만날 기회가 만들어진 셈이다. 만화에서 시작해 영화, 그리고 이제 스핀오프까지 제패한 '아담스 패밀리'를 만나보자.

실사영화가 워낙 유명한 탓에 원작 취급을 받곤 하지만, '아담스 패밀리'는 1930년대 신문에서 연재됐던 만화가 원작이다. 찰스 아담스는 1937년부터 '더 뉴요커'라는 잡지에 1컷 만화를 연재했다. 연재 내내 아담스 패밀리를 그린 건 아니고, 본격적으로 이 내용을 다루기 시작한 건 1940년대 들어서라고. 처음엔 모티시아만 등장했지만, 연재를 거듭하면서 고메즈, 퍽슬리, 웬즈데이, 페스터 순으로 합류했다. (작가는 페스터가 자신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로 뽑았단다)

이렇게 인기가 많아진 원작은 1960년대부터 실사화가 되기 시작했다. 영화는 1991년에 나왔지만 1960년대 첫 실사화는 드라마였다. 드라마는 1964년부터 1966년까지 방영됐고, 1977년에 TV용 영화로 마무리됐다. 워낙 옛날드라마라 팬들을 빼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이 드라마는 두 가지 유산을 남겼다. 하나는 손가락을 딱딱 치는 소리가 나는 테마곡인데, 지금까지도 아담스 패밀리 관련 작품에선 반드시 나오는 음악 중 하나일 정도로 유명하다(아래 예고편에서 들어보자). 또 하나는 웬즈데이가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장면인데, 인터넷에서 밈이 돼서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1977년 이후 판권이 여러 이유로 압류되다시피 작가의 손을 떠났고, 그 결과 판권이 다시 이전되던 시기 즈음에 첫 영화가 개봉했다.


한동안 묻혀있던 '아담스 패밀리'의 부활, 그리고 대중에게 널리 알린 <아담스 패밀리>는 라울 줄리아(고메즈 역), 알젤리카 휴스턴(모리시아), 크리스티나 리치(웬즈데이 역), 크리스토퍼 로이드(페스터/고든 역)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영화는 아담스 패밀리 '완전체'가 아닌, 완전체가 돼가는 과정을 영화에 담았다. 아담스 패밀리의 유산을 노린 변호사 에비게일(엘리자베스 윌슨)이 자신의 양아들 고든을 아담스 가족의 사라진 일원, 페스터로 위장해 유산을 탈취하려고 한다. 아담스 가족과 에비게일 모자의 신경전이 오가는 가운데, 웬즈데이와 퍽슬리(지미 워크맨)는 삼촌 페스터와 점점 정이 들게 되고, 페스터로 위장한 고든 또한 아담스 가족에게 점점 정이 들게 된다. 영화의 반전이라면 반전, 알고 보니 고든은 진짜로 실종된 페스터였고, 아담스 패밀리는 페스터까지 되찾아 행복한 일상을 이어간다.
촬영감독으로 활동하던 배리 소넨필드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영화 이후 <맨 인 블랙>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모험> 등 비현실적인 현실에서 오는 기묘한 감각과 웃음을 내세운 배리 소넨필드의 주특기는 이 영화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있다. 시도 때도 없이 서로를 죽이려고 시도하는 웬즈데이-퍽슬리 남매의 애정(?)은 기본이고, 그런 자녀들에게 더 좋은 무기를 권하는(!) 부부의 모습만 봐도 상식이 엇나가기에 더욱 흥미롭고 웃을 수 있는 그의 이후 영화들의 전조를 읽을 수 있다.


또 아담스 패밀리의 저택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별별 신기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제멋대로 손님의 옷깃을 잡는 저택 대문이나, 바닥에 깔린 카펫인데도 바짓단을 물어뜯는 북극곰 등 어떻게 보면 '어둠의 해리 포터' 세계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누우면 푹 꺼져 관처럼 아늑(!)한 침대는 한 번쯤 누워보고 싶단 생각을 만든다. 모르고 봐도 재밌는 요소들인데, 과거 드라마나 코믹스에서 묘사한 부분을 성실하게 재현한 것이라 팬들에게 호평받았다. <웬즈데이>에서 팀 버튼 특유의 밝은 톤과 어두운 톤의 대비가 영상에 담겼던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 시종일관 어두운 톤이 화면 전체를 장악해 꼭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마지막으로 <웬즈데이>로 유입되는 관객이라면 놓쳐선 안되는 캐릭터, 할머니(주디스 말리나)다. <웬즈데이>에선 대사로만 언급됐지만 영화에선 가장 원숙한 아담스 일원답게 아주 느긋하게 내뱉는 대사들이 일품.


<아담스 패밀리 2>는 넷플릭스에 입점하니 넘어가고(간단히 소개하면 웬즈데이-퍽슬리에게 동생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아담스 패밀리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은 많다. 영화의 인기를 이어간 TV애니메이션도 있고, 1998년에 공개한 비디오용 영화 <아담스 패밀리 리유니온>도 있다. 여기서는 <록키 호러 픽쳐쇼> <나 홀로 집에 2>로 유명한 팀 커리, <블레이드 러너> <월 스트리트>의 대릴 한나 등이 출연했지만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시리즈화되지 못했다. 그 다음은 1998년 공개한 드라마 <뉴 아담스 패밀리>는 시즌 1만 하고 종영돼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다.

다음 타석에 선 건 2019년 개봉한 3D 애니메이션 <아담스 패밀리>. 사실 이 시리즈만의 음울하고 '죽음'에 집착하는 성향을 생각하면 애니메이션이 어울리나 싶지만, 예로부터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죽음을 유쾌하게 그릴 수 있는 방식이었으니(<톰과 제리>처럼) 아이들과 이 시리즈를 애정하며 자란 어른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목소리뿐이라곤 하나 오스카 아이삭, 샤를리즈 테론, 클로이 모레츠, 핀 울프하드 등 출연진도 빵빵하게 채운 것이 특징.
<아담스 패밀리>는 어떻게 보면 <웬즈데이>의 알파 버전 같은 스토리를 보여준다. 웬즈데이가 학교에 입학하며 마고라는 친구를 만나고, 마고는 이 독특한 친구에게 자신의 엄마를 놀라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다. 이렇게 두 사람이 친해지면서 마고의 엄마 파커는 아담스 패밀리를 마을에서 쫓아내고자 한다. 2천4백만 달러의 중저예산급 애니메이션이라서 조금 슴슴한 편이긴 하지만 전 세계 2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곧바로 속편까지 제작됐다. 2편은 웬즈데이가 사춘기로 가족과 점점 멀어지자 아담스 패밀리가 가족여행을 떠난다는 내용. 그래서인지 시리즈 전체에서도 가벼운 편이고, 여타 가족 겨냥 애니메이션과의 차별점이 옅어져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