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울트라맨> 시리즈로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코나카 카즈야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인 영화 <싱글 에이트>로 돌아왔다. 10월 9일 개봉한 영화 <싱글 에이트>는 <스타워즈>를 보고 매혹된 고교생 히로시가 친구들과 함께 시간 역행 SF 영화를 만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청춘 성장 영화다. 이번 영화는 <썸머 필름을 타고!>(2020), <파벨만스>(2022)와 같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다룬 '영화 영화'다. <울트라맨> 시리즈의 아버지이자 특촬의 대가가 된 코나카 카즈야 감독의 미숙하지만 열정 가득했던 시절을 살펴볼 수 있다.

1978년 6월 일본에서 개봉한 <스타워즈>. 기존 SF의 틀을 부수며 일본에서도 대성공한 <스타워즈>는 당대 일본의 많은 소년들을 매혹시켰다. 이 영화는 그 당시에 <스타워즈>에 빠져들어 영화 만들기에 눈뜬 한 소년의 이야기다. 고등학생 히로시(우에무라 유)는 거대한 우주선이 등장하는 특수촬영장면을 찍고 싶어 한다. 수업 시간에도 방과 후에도 우주선 특촬에 몰두하느라 여념이 없는 히로시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는다. 바로 히로시의 반이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문화제를 앞두고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 히로시는 그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절친 요시오(후카자와 노아), 숨은 영화 덕후 사사키(구와야마 류타)와 함께 꿈에 그리던 <스타워즈>와 같은 SF 영화를 만들려 한다. 하지만 그들의 열의와 달리 히로시의 영화 제작은 여배우 섭외, 주제 선정, 시나리오 작성 등 제작 과정의 모든 부분에서 난항을 겪는다. 간신히 히로시의 오랜 짝사랑 나츠미(타카이시 아카리)를 여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면서 기나긴 여정의 첫발을 뗀다.
8mm 필름에 담긴 미완의 아름다움

코나카 카즈야 감독은 <싱글 에이트>를 “나의 출발점”이라고 지칭하며, 영화를 사랑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꾸밈없이 드러낸다. <싱글 에이트>라는 영화의 제목 역시 감독이 애용했던 후지필름사의 8mm 필름 규격명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8mm 영화 만들기에 열정을 불태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지었다고 한다. <스타워즈>와 같은 SF 영화에 빠져들어 영화 만들기를 꿈꾸던 청년기를 보낸 그는 훗날 부동의 인기를 유지하는 헤이세이 <울트라맨> 시리즈를 연출한 특수 촬영의 대가가 된다. 서툰 감독이었던 그의 어린 시절은 영화 속 인물 히로시에게 고스란히 반영된다.

고질라와 가면라이더 피규어가 수납장 위에 놓여 있고, 영화 잡지와 특촬의 비밀(?)을 담은 책이 책장에 꽂혀 있는 방. 히로시의 방은 그의 열정 가득한 마음을 단번에 보여준다. 그의 방 벽면의 한쪽 귀퉁이에는 히로시가 과거에 만든 단편 영화의 그림 포스터와 영화 장면 스케치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는 주어진 기회를 잡기 위해 선생님과 반 아이들 앞에서 문화제 때 선보일 영화를 만들어 보겠다고 선언했지만, 마음만 앞설 뿐 아무것도 정한 것이 없다. 아직 미숙한 영화감독 히로시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손을 보태 영화를 만든다. 요시오와는 특촬씬을 함께 고안하고, 사사키에게는 스토리의 중요성, 담임 선생님에게는 작품의 주제 의식, 대학 영화 동아리의 구성원이자 카메라 가게의 점원에게는 카메라의 작동 방식 등을 배운다. 여러 인물과의 문답을 통해 이어지는 히로시의 영화 제작 과정은 결코 영화가 감독의 힘만으로 만들어지는 예술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코나카 카즈야 감독은 이들의 서툴지만 열정 가득한 모습을 의도적으로 핸드헬드로 담아내 미완의 아름다움을 살려낸다.

영화 속에서 히로시와 친구들이 촬영하는 SF영화 ‘타임리버스’는 실제로 코나카 카즈야 감독이 고교 1학년 때 찍은 영화 <TURN POINT 10:40>을 재현한 것이다. 또한 히로시가 중학교 때 찍은 어설픈 호러 영화 ‘발톱(CLAWS)’은 감독이 중2 때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에 영향을 받아 찍은 첫 연출작을 재현한 것이기도 하다. “진지한 호러 영화인데 다들 폭소했다”는 극 중 히로시의 대사는 감독의 자조적인 유머를 담고 있다. 히로시의 ‘타임리버스’는 우주에서 온 침략자가 지구의 시간을 역전시키는 내용을 담는다. 우주에서 온 외계인은 전쟁과 공해로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걷고 있는 인간을 모두 없애고, 인류의 역사를 리셋해 문명 이전으로 되돌리려 한다. 요시오와 나츠미가 각각 맡은 남녀 주인공 쿠리오와 에미는 외계인이 ‘인류 진화 교정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막으려 한다. 쿠리오는 “인간의 잘못은 인간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하며 기지를 발휘해 침략자를 물리친다. 그의 말은 “인간 스스로 지구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울트라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과 연결된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두 영화

<싱글 에이트>는 영화 속 영화로 국내에서 알려진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를 떠올리게 한다. 두 영화는 청춘 성장 영화의 플롯과 밝은 톤앤매너를 공유한다. 또 <싱글 에이트>는 영화 속 영화이자 감독의 자전적 영화라는 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를 상기시킨다. 세 영화는 모두 누벨바그의 사조를 이끈 감독 고 장 뤽 고다르의 대부분의 영화처럼 영화의 연속성을 끊어내고, 영화를 탈신비화시키며 영화 자체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자기 반영적 영화는 아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탐색하며 올바른 질문을 구축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싱글 에이트>와 <썸머 필름을 타고!>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의 메커니즘을 해부하고, 주인공의 성장을 그리는 것에만 그친다면, <파벨만스>는 영화라는 매체를 둘러싼 두 가지의 관점(예술과 산업)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주인공의 고뇌를 담아낸다. <파벨만스>의 주인공 새미는 영화를 ‘활동사진’(Motion Picture)이라고 부르며 과학적 사고를 하는 아빠 버트와 영화를 ‘꿈’이라고 말하며 예술적 사고를 하는 엄마 미치 사이에서 자란다. 버트가 말한 모션 픽쳐는 영화의 초기 명칭이자 영화의 물질성을 강조하는 말로 산업적인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볼 때 흔히 쓰인다. 미치의 말은 영화를 대중을 매혹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기인한다. <파벨만스>는 이런 영화의 두 가지 측면을 주인공의 가족 관계로 그려내며 영화의 본질에 관해 묻는다. <싱글 에이트>는 영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적절한 답을 찾아가는 영화 제작 과정의 모범을 교조적으로 그려내지 않는 데 성공한다. 결국 <싱글 에이트>는 감독 자신의 미숙했던 시절에 대한 담백한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