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
감독 팟 부니티팻
출연 푸티퐁 아싸라타나쿨, 우샤 세암쿰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기억에 남을 태국 가족 영화
★★★☆
과연 2024년 태국 흥행작답다. 내년 97회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국제 장편 부문에 태국 대표로 나설 만하다. 태국 드라마 <배드 지니어스 더 시리즈>를 연출한 팟 부니티팻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한국 정서와 잘 통하는 가족 드라마다. 할머니의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효도 작전에 나선 손자의 이야기를 유쾌한 코미디와 가슴 찡한 휴먼 드라마로 그렸다. 손자를 연기한 태국 스타 빌킨 푸티퐁과 이 영화로 데뷔한 할머니 역의 우샤 세암쿰의 연기가 빤할 수도 있는 가족 이야기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앞으로 태국 영화 추천작에 꼽힐 작품이다.
레드 룸스
감독 파스칼 플랜트
출연 줄리엣 가리에피, 로리 바빈, 맥스웰 맥케이브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범죄의 심연
★★★
세 명의 소녀를 납치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영상을 다크웹으로 유통시킨 범죄자. 그를 심판하는 법정을 빠짐없이 방청하는 켈리앤(줄리엣 가리에피)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극악한 범죄를 대하는 미디어와 대중의 태도를 보여주는 영화. 일반적인 범죄 영화가 사건에 집중한다면, 이 영화는 사건 이후 사회 속에서 범죄가 만들어내는 현상들과 그것이 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느린 템포로, 하지만 빈틈없이 긴장감을 빌드업 하는 독특한 범죄 스릴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보이지 않는 어둠을 직시하라
★★★☆
다크 웹을 소재로 한 심리 스릴러. 다크 웹에서 범죄를 저지른 연쇄 살인범의 재판을 방청하는 주인공 여성의 정체는 누구인지, 연쇄 살인범은 정말 유죄인지 물음을 갖게 만들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서 관객의 심리를 쥐고 흔드는 파스칼 플랜트 감독의 연출력이 뛰어나다. 법정극의 형식을 취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는 충격과 혼란을 일으킨다.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 상태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을 쉬이 놔주지 않는다.
싱글 에이트
감독 코나카 카즈야
출연 후쿠자와 노아, 유에무라 유, 쿠와야마 류타, 타카이시 아카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스타워즈 키드의 생애
★★★
1978년 여름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1977)가 일본에 개봉되자, 영화광 소년들의 가슴을 뛰기 시작한다. 히로시(우에무라 유)도 그 중 한 명. 친구 요시오(후쿠자와 노아), 사사키(쿠와야마 류타)와 함께 <스타워즈> 못지 않은(!) 영화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하고, 여기엔 히로시가 짝사랑하는 나츠미(타카이시 아카리)가 여주인공으로 합류한다. 특촬물부터 시작해 애니메이션과 호러와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코나카 카즈야 감독은 <싱글 에이트>에서, <스타워즈>에 열광했던 소년이 어떻게 영화감독이 되었는지 그 시작으로 돌아가 행복했던 나날들을 복기하듯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엔 푸르른 청춘의 아름다움과 첫사랑의 성장통과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있다. <파벨만스>(2023)나 <라스트 필름 쇼>(2023)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등장하는 ‘인용작품’ 영상은 영화 본편만큼 흥미롭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추억의 영화 만들기가 전하는 감동의 파장
★★★☆
10대들의 영화 만들기를 소재로 한 유쾌한 청춘 영화. 1970년대 고등학생들의 SF 영화 제작기와 <울트라맨> 시리즈를 연출한 코나카 카즈야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이 차별 요소다. <스타워즈> 오프닝을 차용한 시작부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스타워즈>에 매혹되어 영화 만들기에 눈뜬 소년의 이야기’에 청춘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꿈을 향한 도전이 고스란히 담겼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영화 속 SF 영화가 주는 감흥이 예상보다 깊고 진하다.
쑤저우강
감독 로예
출연 주우쉰, 자훙성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도시인어전설
★★★☆
2001년에 <수쥬>(2000)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어 동시대 중국영화의 새로운 경향성을 한국 관객에게 보여주었던 작품이, 새로운 제목으로 20여 년 만에 재개봉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1958)을 연상시키는, ‘사라진 여인’에 대한 영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내레이터에 의해 시작된 영화는 바에서 인어쇼를 하는 메이메이(저우쉰)에서 시작해, 마다(자훙성)와 무단(저우쉰)으로 로맨스로, 그리고 메이메이를 무단으로 여기는 마다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상하이의 쑤저우강 주변을 인상적으로 담아낸 로예 감독의 뛰어난 스타일과, 도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완벽하게 결합된 작품. 젊은 시절 저우쉰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한번쯤은 꼭 봐야 할 중국 영화
★★★☆
중국 6세대를 대표하는 로예 감독의 대표작. 2001년 <수쥬>(쑤저우강의 영어식 발음)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했고,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 목록에 빠짐없이 오르는 작품이다.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쑤저우강’을 배경으로 인어 전설과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판타지 로맨스 추적극으로 엮었다. 1인칭 시점 전개, 핸드헬드와 점프컷 촬영 기법, 몽환적인 사랑 이야기가 이 영화의 독특한 매력이자 흡인력이다. 불안한 시대를 포착한 로예 감독의 패기 넘치는 연출과 1인 2역을 맡은 저우쉰의 폭발적인 연기가 오롯이 새겨진 영화.
동경이야기
감독 오즈 야스지로
출연 류 치슈, 히가시야마 치에코, 하라 세츠코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오즈라는 우주
★★★★★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 등과 함께 일본영화의 미학적 전통을 만들어낸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대표작. 1953년 작품으로 70년에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이 영화가 담아낸 한 가족의 모습은 여전히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수많은 영화학자들이 텍스트로 삼아 오즈 미학의 정수를 분석했지만, 아울러 말해야 할 것은 그 감정적인 깊이. 거의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쌓아 올려진 감정은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렬하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인생’에 대한 영화. 그리고 ‘가족’에 대한 담담한 사유.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족 시네마의 위대한 원류
★★★★★
개인의 인생은 언젠가는 저마다 시간 앞에 저물더라도, 이 영화의 생은 영원할 것이다. 부모와 자식으로 얽힌 인간사의 보통 단위인 가족. 그것을 이보다 더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통찰로 보여준 영화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 등장을 장담하기 어렵다. 더하거나 뺄 것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가족 시네마의 위대한 원류, 오즈 야스지로의 불멸의 걸작.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오즈 야스지로 영화의 웅숭깊은 맛
★★★★★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로 꼽히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53년 작. 매번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이 보이는 화수분 같은 영화다. 버릴 장면이 하나도 없는 절제된 형식미, 가족과 인생에 대한 성찰, 인물들의 대화를 곱씹을수록 오즈 야스지로와 그의 걸작을 추앙하게 된다. 오즈 야스지로의 페르소나로 유명한 류 치슈와 하라 세츠코의 연기를 보면 걸작엔 반드시 최고의 배우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어느 때든 이 영화와 만난다면 인생의 든든한 동반자를 만난 셈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영화의 깊이와 영화 속 인물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특별한 시간을 두고두고 만끽하길 바란다.
우나기
감독 이마무라 쇼헤이
출연 야쿠쇼 코지, 시미즈 미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원초적 본능
★★★★
1983년 <나라야마 부시코>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두 번째 황금종려상(1997년) 수상작. 인간의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욕망과 본성의 세계를 탐구했던 70대 거장의 압도적 내공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살해하고 교도소에 복역중인 야마시타 타쿠로(야쿠쇼 코지)는 가석방되어 이발소를 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살인의 기억’은 여전히 그를 억압하고, 이때 만나게 된 여인 하토리 케이코(시미즈 미사)와의 관계는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살인, 섹스, 사랑, 질투, 죄 의식 등 굵직한 테마들이 결합된 작품. 그럼에도 전혀 버겁지 않아 보이는 건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내공과 두 주연배우의 연기 덕분이다. 세기가 바뀌었지만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생명력을 움켜쥔 이마무라 쇼헤이의 후기 걸작
★★★★
일본 영화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내공 넘치는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수작. 거장이 70대에 만든 대표작으로 <나라야마 부시코>(1983)에 이어 두 번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안겼다. 주인공이 겪는 죄의식와 구원의 여정을 ‘우나기(뱀장어)’의 습성에 빗대어 탁월하게 표현했다. 강렬하다 못해 과격한 초반부 장면부터 엔딩 크레딧의 배경 영상까지 인간 존재를 치열하게 탐구하면서 담담하게 관조하는 이마무라 쇼헤이의 성찰극에 경외를 표할 수밖에 없다. 야쿠쇼 코지의 명연기는 이미 1990년대부터 완성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경의 황혼
감독 오즈 야스지로
출연 하라 세츠코, 아리마 이네코, 류 치슈, 야마다 이스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오즈 야스지로 세계로 가는 또 다른 문
★★★★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마지막 영화는 <꽁치의 맛>(1962)이고, 그가 만든 마지막 흑백 영화는 <동경의 황혼>(1957)이다. 흑백 음영으로 영화의 색조와 분위기를 풍부하게 만들어내는 거장의 연출은 흑백 미학의 경지에 이른다. 은행원 아버지와 두 딸이 겪는 가족의 비극을 멜로 드라마로 그렸다. 둘째 딸을 연기한 배우 아리마 이네코의 영화 속 이미지로 각인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름을 배경으로 한 <동경 이야기>(1953)의 주요 배우들이 출연하고, 이와 대조적으로 겨울의 정취를 담고 있어 두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