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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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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지 않을 거예요. 살면서 한 번쯤 꼭 봐야 하는 영화들, 극장에서 만나자. 〈독립시대〉〈국외자들〉〈우나기〉〈동경 이야기〉

씨네플레이

오래된 명작들이 귀환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줄어든 신작의 자리를 재개봉 영화들이 채웠던 지난 1~2년 사이의 흐름은 익숙하지만, 수마를 떨치기 어려운 고전, 예술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열광은 의아하다. 누군가는 OTT 플랫폼과 숏폼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경험에 익숙해진 세대가 반대급부의 자극과 희소성에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또 다른 누군가는 20~30대 관객층이 취향을 세분화하고 도전적으로 큐레이션한다고 평가한다. 필자는 지금 아니면 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명작, 살면서 한 번쯤 꼭 봐야 하는 영화들을 놓치기 싫어 극장으로 향한다. 예술 영화들의 개봉 기간은 상업 영화만큼 길지 않고 상영관도 한정적이다. 앞다퉈 개봉하는 명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현재 상영 중이거나 상영 예정인 영화들을 정리했다. 극장에서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자.

 

 에드워드 양의 <독립시대>(1994) (9월 25일 개봉)

〈독립시대〉
〈독립시대〉

시네필에게 가장 사랑받는 감독 중 하나인 대만 에드워드 양의 <독립시대>가 제작 30년 만에 한국에서 첫 개봉했다. 1994년 작품인 <독립시대>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는 등 호평받았지만 대만 흥행 실패로 한국에서의 개봉도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활발해진 과거 작품 리마스터링 작업과 국내 예술영화 재개봉 바람에 힘입어 9월 25일 개봉해 현재 상영 중이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 다음 연출작인 <독립시대>는 전작의 시대로부터 독립할 수 없었던, 현대 도시인으로 성장한 이들의 쓸쓸한 정서와 불안을 블랙코미디로 표출한 작품이다. 영화는 타이베이 교외 신도시를 배경으로 재벌집 딸 몰리(금연령), 그의 친구이자 비서인 치치(진상기)를 중심으로 제작자, 투자자, 연극연출가, 소설가 등 서로 엮어있는 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이틀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부유층의 허위를 희극적으로 묘사하는 끊임없는 농담과 부산한 움직임은 자본주의의 부조리를 관조하며 이제는 부국이 된 대만의 다음 가치란 무엇인가 질문하게 한다. 에드워드 양 감독 영화의 전편 수입을 주도한 이창준 에이썸픽쳐스 대표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마작>(1996>의 개봉이 <독립시대>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너스레를 떨었다. 장첸, 오념진 등 에드워드 양 영화들의 주역이 모두 모인 <마작>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독립시대>를 찾아주시길.

 

장 뤽 고다르의 <국외자들>(1964) (9월 25일 개봉)

〈국외자들〉
〈국외자들〉

프랑스의 전설적인 누벨바그 감독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국외자들>도 제작 6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 정식 개봉했다. <국외자들>은 장 뤽 고다르 감독이 1964년에 선보인 독특한 범죄 드라마로, 그의 혁신적인 영화적 언어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파리 교외 주앵빌르퐁, 차들로 붐비는 교차로. 아르튀르(클로드 브라소)와 프란츠(사미 프레이)는 차를 타고 강가에 접한 한 2층집을 염탐하는 중이다. 이 집에 살고 있는 순진한 여자 오딜(안나 카리나)이 영어학원에서 알게 된 둘에게 주인집 2층 옷장에 돈다발이 있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놈팡이’임에 분명한 아르튀르와 프란츠는 오딜을 가스라이팅하고 옷장의 돈을 털기 위한 작전에 그녀를 끌어들인다. 학원에서, 카페에서, 프란츠의 차 안에서 셋은 시시덕대면서도 끊임없이 잠입의 기회를 엿본다. 주인공 세 명의 성격과 그들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펼치게 될지 관찰하듯 보여주는 과정에서 영화는 영화사에 길이 남은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프랑스의 유명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평가한 1964년 베스트 영화이자 타임지가 선정한 올타임 영화 명단에도 올랐다.

 

이마무라 쇼헤이의 <우나기>(1997) (10월 2일 개봉)

〈우나기〉
〈우나기〉

일본의 뉴웨이브의 기수 이마무라 쇼헤이의 <우나기>도 10월 2일 관객을 찾았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초기였던 1999년 5월에 개봉한 작품이 25년 만에 재개봉 된 것. 영화는 평범한 회사원이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후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채 아내를 살해하고 경찰서에 자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가석방으로 8년 만에 세상에 나온 전과자이자 상처받은 영혼이 다시 세상에 적응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분노라는 악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용서와 희망이라는 단어를 모색한다. 쇼헤이 감독의 초기 대표작인 <복수의 나의 것>(1979)도 오는 11월 극장 개봉 예정이다.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1953) <동경의 황혼>(1957) (10월 9일 개봉)

〈동경 이야기〉
〈동경 이야기〉

누군가는 '또스지로'라고 하겠지만, 특별상영이나 영화제가 아닌 일반 상영관에서 아스지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에 많은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전후 일본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동경 이야기>(1953)는 오랜만에 자식들을 찾아가는 노부부 히라야마 슈키시(류 치슈)와 토미(히가시야마 치에코)를 중심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노부부는 자식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번화한 동경으로 향한다. 하지만 노부모의 방문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도회지 자식들은 부모에게 온전한 시간을 내주지 못하고, 그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부모는 서둘러 낙향을 준비한다. 전란 이후 황폐해진 일본인들의 각박한 삶을 보여주며 전통적 가족의 해체를 덤덤히 이야기하는 영화는 국적과 시대를 초월한 묵직한 울림을 준다. 특히 지면 바닥에서 촬영하는 로우 앵글의 '다다미 쇼트'로 대표되는 극도로 절제된 형식과 정교하고 정갈한 미장센은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소시민과 그 가족의 일상을 세밀하게 담아내 삶의 애환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동경의 황혼〉
〈동경의 황혼〉

1957년 작품 <동경의 황혼>은 오스 야스지로 감독의 마지막 흑백영화다. 영화는 아내이자 엄마가 집을 나간 뒤 각자의 상처를 지닌 남편이자 아버지 슈키치(류 지수)와 그의 두 딸인 다카코(하라 세츠코), 아키코(아리마 이네코)가 겪는 우울하고 외로운 일상, 하지만 여전히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려는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봄에서 가을까지의 계절을 배경으로 하는 대부분의 작품과 달리 쓸쓸한 겨울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는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우울한 작품이라는 평이다. 10월 9일 <동경 이야기>와 <동경의 황혼>을 나란히 공개하는 배급사 엣나인필름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마지막 황제>(1987)도 곧 재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