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폭설>이 드디어 국내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1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화제의 영화 <폭설>은 오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에는 <나의 피투성이 연인> <달이 지는 밤> 등으로 ‘독립영화계의 보석’이라 불리는 배우 한해인과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 2에서 열연한 배우 한소희가 출연했다.
영화 <폭설>은 하이틴 스타 설이(한소희)와 운명처럼 가까워진 배우 지망생 수안(한해인)이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엇갈렸던 시절을 지나 다시 서로를 찾아가는 겨울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현실과 환상을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두 사람의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몽환적으로 그려낸다.
지난 11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폭설>의 언론배급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폭설>의 윤수익 감독과 배우 한해인이 참석해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현장에서 나온 말, 말, 말과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전한다.
인스타그램에서 한소희의 감각적인 아름다움, 저항적인 눈빛을 보고 놀라서 바로 캐스팅
<폭설> 윤수익 감독

영화 <폭설>은 한소희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한소희가 첫 퀴어 로맨스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다. <폭설>은 2019년에 촬영을 시작한 영화로,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의 ‘신인 한소희’를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소희가 2020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 전, <폭설>의 캐스팅과 촬영이 이루어진 셈이다.
윤수익 감독은 한소희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인스타그램으로 한소희의 이미지를 먼저 봤다. 너무 놀랐다. 감각적인 아름다움이었다. 눈빛의 저항적인 느낌이 같이 보였다. 그게 어우러지기가 쉽지 않은데,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디션도 없이 바로 캐스팅 제의를 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배우 한해인은 “눈 오는 날, 한소희 배우가 영화에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정말 설렜던 기억이 있다. 첫 만남에 얼굴을 마주 보고 같이 대사를 주고받았는데, 한소희 배우의 눈빛과 감정이 가슴에 훅 들어와서 눈물이 왈칵 날 정도였다. 촬영을 하며, 우리는 정말 수안과 설이처럼 어딘가 다르지만, 진실되게 통했다”라고 한소희와의 협업을 회상했다. 일정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배우 한소희는 관객들이 자신의 신인 시절의 연기를 어떻게 봐줄지에 대한 걱정을 윤 감독에게 토로했다고 하는데, 윤수익 감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수안(한해인)은 바다, 설이(한소희)는 폭설의 이미지”
<폭설> 윤수익 감독

수안과 설이는 모두 마음 한구석에 결핍이 자리한 인물이다. 수안은 배우를 꿈꾸지만 자유롭고 반항적인 기질 탓에 작품을 같이 찍을 친구가 없고, 설이는 10살 때부터 배우 활동을 해온 하이틴 스타지만 늘 불안에 시달린다. <폭설>은 두 사람이 강릉의 예술고등학교에서 서로에게 이끌리고 또 엇갈리는 과정, 그리고 10년 후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우연히 재회하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는 ‘설이’, ‘수안’, ‘바다’, ‘폭설’ 네 챕터로 구성돼 있다. 윤수익 감독은 이와 같이 챕터를 구성한 이유에 대해 “수안은 바다를, 설이는 눈을 상징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라고 밝혔다. ‘설이’라는 이름이 ‘폭설’을 연상시키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한해인은 “수안은 바다처럼 규정할 수 없고, 무한하게 펼쳐지는, 하나의 색으로 규정할 수 없는 바다를 닮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해인은 “상황이 던져지고 인물이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인물이 먼저 움직이고 상황이 만들어지는, 인물의 힘이 강한 시나리오”라며 영화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배우 한해인이 “<폭설>은 인물의 정서와 자연이 맞닿아서 굴러가는 영화”라고 말한 것처럼, <폭설>은 강원도의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작품이다. 양양의 해변과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로맨스는 거센 파도처럼 불안하다가도 매서운 추위처럼 시리고, 새하얀 눈발처럼 몽환적이다. 한해인은 “두 인물 모두 어딘가 연약해 보이면서도 강인해 보이고, 저항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여성 캐릭터가 서로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자신의 모습을 수용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영화의 인물들을 설명했다.
촬영 한 달 전부터 양양에서 지내며 매일 바다에 나가서 서핑했다
수안 역의 배우 한해인

서핑 하면 여름, 여름 하면 서핑이 떠오르지만, <폭설>에는 특이하게도 겨울 서핑이 주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실제로도 서퍼들은 양양의 겨울 파도가 거세고 힘이 있어 묘한 매력이 있다고들 한다. 윤수익 감독이 <폭설>을 구상하게 된 것 역시, 폭설이 쏟아지던 어느 겨울날 동해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두 서퍼의 모습을 봤을 때부터였다. 윤 감독은 “10년 전, 눈 속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 둘이 파도를 기다리며 적정한 거리를 지키면서 서핑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이 파도를 타러 가면 다른 한 명이 기다리고 있고, 한 명이 돌아오면 또 한 명이 파도를 타고. 그 두 사람이 마치 서로를 지켜주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사랑을 서핑으로 표현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윤수익 감독은 <폭설>의 겨울 바다 서핑 장면에 대해 “수안의 설이를 향한 응축된 감정들이 표현된 씬”이라며 겨울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수안과 설이의 모습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해당 장면을 찍기 위해, 두 배우는 서핑을 배우고 촬영팀은 수중 촬영을 감행했다고 한다. 배우 한해인은 촬영 전 양양에서 한 달가량 생활했다고 밝혔는데,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겁이 나면서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촬영 한 달 전부터 양양에서 지내면서 매일 바다에 나갔다. 매일 몇 시간씩 연습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양양 로컬 서퍼들의 인생도 엿볼 수 있었다. 계속 바다와 함께하다 보니, 수안의 정서를 알 수 있었고, 수안과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던 <폭설>은 10월 2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