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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티빙 시리즈 〈대도시의 사랑법〉 릴레이 인터뷰② 손태겸 감독, 김세인 감독, 박상영 작가 “잘 되려고 상영금지 시위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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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대도시의 사랑법〉 (왼쪽부터) 김세인, 홍지영, 허진호 감독, 박상영 작가, 손태겸 감독(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허진호, 홍지영 감독의 인터뷰에 이어 <대도시의 사랑법>의 공동 연출자 손태겸, 김세인 감독, 그리고 원작자이자 각본에 참여한 박상영 작가의 시리즈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손태겸 감독은 단편 <야간비행>(2011)으로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상을 받고, 장편 데뷔작 <아기와 나>(2017)로 주목받은 연출자로 이번 시리즈의 시작을 연다. 그가 연출한 1, 2화 <미애>는 원작의 ‘재희’라는 이름을 ‘미애’로 바꿔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과 같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그 차이점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주인공 고영(남윤수)의 여자 사람 친구 미애(이수경)와의 관계, 그리고 원작에는 없던 설정인 스무 살에 만난 사진작가 남규(권혁)와의 관계가 새롭게 보여진다.

 

7, 8화 <늦은 우기의 바캉스>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2021)로 파격적인 연출 속, 모녀 관계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그리며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각광받은 김세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고영이 어플로 만난 외국인 하비비(김원중)를 따라간 방콕에서, 이제는 곁에 없는 규호(진호은)와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한편으로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에피소드이자, 시리즈의 마지막을 보여준다. 한편, 시리즈 <대도시의 사랑법>에 직접 각본으로 참여한 원작자 박상영 작가가 두 감독과의 인터뷰에 함께 했다.

시리즈 〈대도시의 사랑법〉 포스터
시리즈 〈대도시의 사랑법〉 포스터

〈대도시의 사랑법〉 손태겸 감독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대도시의 사랑법〉 손태겸 감독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대중물로서 본격 퀴어장르를 표방한 작품입니다. 감독님들께 먼저 부담과 기대를 들어보겠습니다.

김세인 저는 부담은 딱히 없었고요. 제가 이 기획에 뭔가 몸을 내던지고 싶다라고 느꼈던 거는 원작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그 어떤 충격과 느낌 때문이었는데요. 원작이 이 대도시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굉장히 보편적 감정을 다루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대도시의 퀴어물이기 때문에 취득되는 어떤 그런 분명 고유한 정서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독특하고 새로운 이야기에 저도 꼭 참여하고 싶다 생각이 더 컸습니다.

손태겸 개인적으로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을 해요. 이성애, 헤테로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많잖아요. 그런데 현실을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바뀌어 가고 있는데 좀 늦은 감이 있다. 그래서 더 잘 현실을 담아서, 더 독하게 보여주자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진짜 잘 보여주고 더 크게 뭔가 뻗어나갈 수 있는 연출을 해야 좀 더 시청자들에게 가닿을 수 있겠다. 이제야 이게 나온다 라는 그런 응축됐었던 에너지 같은 게 빠져나오는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연출했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 김세인 감독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대도시의 사랑법〉 김세인 감독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일부 단체에서는 동성애가 반사회적이라는 이유로 상영금지 성명서를 내기도 했어요.

박상영 확실히 내 작품이 많이 이렇게 타겟팅이 되다니, 내 새끼가 인기가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나 잘 되려고 이러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웃음) 사실 그렇잖아요. 이런 이슈들이 다 작품 알리는 호재라고도 볼 수 있거든요. 악재지만 호재라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번 시리즈는 원작자인 박상영 작가님이 직접 각본가로 참여하셨어요. 소설 쓰기와는 또 다른 과정이었을 텐데요.

박상영 제가 2016년에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데뷔했는데, 그때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드라마 공모전에서도 당선이 됐었어요. 그래서 항상 투트랙으로 글을 쓰고 있었고, 극본 쓰는 걸 즐겨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던 차에 제안을 받게 됐고, 또한 이게 ‘원작의 에센스를 그대로 가져가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저랑 마음이 완벽히 일치하는 말씀을 해주셔서 ‘이 제작사에서라면 내가 활개칠 수 있겠다’(웃음)고 생각하고 참여했죠.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작가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작가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원작의 방향성을 살리자, 본격 퀴어물의 영상화로 작가님의 ‘각오’가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한데요.

박상영 이 작품을 두고 그 사이 많은 제안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제작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제안을 주신 거죠. ‘한국영화 아카데미 출신의 아카데미 4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나니까 더 신뢰가 갔죠. 저는 워낙 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님들을 좋아했고,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선뜻 선택하게 됐던 것 같아요. 방향성은 원작의 느낌과 원작의 정서와 원작의 캐릭터들의 방향성을 그대로 살린다 이게 저의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이었습니다.

감독님들에게도 원작자가 각본에 참여하면서 오는 시너지가 컸을 것 같은데요.

김세인 저는 박상영 작가님과 이 책에 대해 워낙 팬이었어요. 작가님께서 팟캐스트 출연하시는 것도 맨날 돌려볼 정도로 완전 광팬이었었거든요. (웃음) 제가 박상영 작가님 글을 좋아했던 것 중 하나가 재치 있는, 유머 있는 대사들이었어요. 저는 그런 대사를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보니 작가님께서 각본을 써주시면 많은 도움이 되겠다 생각했죠. 제가 5화부터 8화까지 각색 작업에도 참여했는데, 작가님 말씀대로 원작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각색을 했어요.

손태겸 저는 팟캐스트는 듣지 않았지만 책은 다 읽었습니다. (웃음) 작가님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신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읽으면서 영수 캐릭터가 이상한 소리 할 때 ‘그게 무슨 개떡같은 말씀이신지’ 그 문장을 보고 제가 작업실에서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한국 문학을 보면서 그런 뉘앙스의 감정을 겪을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팬이었는데 함께 작업하게 되어서 일단 신기했고요.

〈대도시의 사랑법〉 촬영현장의 손태겸 감독(왼쪽,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대도시의 사랑법〉 촬영현장의 손태겸 감독(왼쪽,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하나의 흐름으로 단편과 중편이 영상으로 완성됐는데요. 원작자로서 느끼는 감흥이 클 것 같아요.

박상영 제가 뼈대를 세워놨지만, 참여 감독님들이 영화 연출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드라마 감독님들에 비해서 각본 작업에도 더 많이 참여하시고, 연출적인 역량을 더 많이 발휘하셨어요. 네 감독님의 스타일에 따라 같은 얼굴에 같은 같은 얼굴에 같은 배우인데도 다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는 거예요. 이 프로젝트가 뭔가 되게 새로운 시도구나, 라는 그런 깨달음에 도달했다고나 할까요.

특히 손태겸 감독님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과 겹치는 단편인 「재희」 에피소드를 맡았고, 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공개 시기도 비슷해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시리즈에서는 <미애>로 제목을 바꾸셨어요.

손태겸 네, 이름을 미애로 바꾸어 영화와 구분했고요. 영화는 남자주인공 이름이 원작의 ‘고영’과 달리 ‘흥수’로 바뀌었죠. 초반에는 이거 잘해야 하는데, 비교가 될 텐데,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중반 정도 지나고 나니까 서로 윈윈 해야지 그 생각이 커졌던 것 같아요. 원작 소설로 시리즈와 영화로 원소스멀티유즈 되고,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는 거니까요. 모두가 다 잘돼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죠.

〈대도시의 사랑법〉 남윤수 배우
〈대도시의 사랑법〉 남윤수 배우

 

모든 에피소드를 연결 짓는 중심인 고영을 연기한 배우 남윤수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캐스팅 과정에서 원작자로서 영향력은 어느정도였나요. (웃음)

박상영 “전 찬성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그것도 입김이라고 할 수 있겠죠. (웃음) 후보군으로 캐스팅 목록이 올라오는데, 그때부터 전 남윤수 배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감적으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윤수 씨가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열정적으로 참여해 줬거든요. 배우로서의 태도를 보면서 너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행운 같은 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나의 캐릭터로 네 명의 감독의 공통의 선택을 받고 디렉팅을 받아야 하는 특이한 캐스팅을 감당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감독님들은 남윤수 배우와의 작업이 어떠셨나요.

김세인 저는 윤수 씨가 청년의 얼굴과 소년의 얼굴을 모두 갖고 있는 배우라서 그게 참 좋았거든요. 그래서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제가 굉장히 지지했던 배우였고요. 네 명의 감독이 말하는 언어도 다 다르고 원하는 것들이 다 다른데, 물 같은 사람이다 느꼈어요. 잘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기 걸로 되게 잘 만드는 사람이라, 이 프로젝트에 정말 잘 맞았던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태겸 윤수 씨의 가장 큰 장점이, 뻔하지 않은 액팅을 보여주세요. 예상한 예측치가 있다면 항상 그것보다 더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저희가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 정해진 타이밍에 눈물을 한번 똑 떨어뜨려야 하는 어려운 요구가 있었어요. 테이크를 많이 갈 수 없는 상황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확히 그 시간 안에 감정을 전달하더라고요. 항상 기대나 걱정을 뛰어넘는데, 그 모습이 고영과 닮은 점 같았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고 뭔가 항상 더 뭔가를 보여주고 다이내믹하잖아요.

〈대도시의 사랑법〉 촬영현장의 김세인 감독(왼쪽)​
〈대도시의 사랑법〉 촬영현장의 김세인 감독(왼쪽)​

 

각 회차별 특징도 살펴 볼게요. 손태겸 감독이 연출한 <미애>는 게이인 고영의 여자 사람 친구 미애(이수경) 간의 연대, 그리고 남규(권혁)과의 연애를 그린 에피소드인데요.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연출하셨나요.

손태겸 영화는 ‘재희(김고은)’의 모습으로 진행이 된다면, 시리즈는 확실히 ‘고영의 사랑’에 중점을 뒀어요. 연작이다 보니 퀴어멜로 장르로서의 톤앤매너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미애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고영의 연애와 관련한 밸런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민이 있었죠. 그러다보니 원작에는 없는 남규(권혁) 캐릭터를 통해 밸런스를 맞추려 했어요. 고영과 미애에 관해서는 결핍의 지점이 좀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서로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비슷했던 것 같아요. 그 관계가 가치 전복적인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손태겸 감독이 문을 열었다면, 김세인 감독님은 마지막인 <늦은 우기의 바캉스>를 연출하셨어요. 고영과 외국인 하비비(김원중)의 연애를 바탕으로, 고영의 헤어진 남친 규호(진호은)와의 연애가 플래시백으로 보여지고, 고영이 작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전체 작품의 마무리 장인데요.

김세인 과거와 현재, 여기에 두 가지 사랑이 있잖아요. 그게 시간성이지만 어떻게 보면 거리라고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한 사랑을 멀리서 보고, 어떤 사랑을 가까이에서 보고 그 간격을 점점 벌리면서 두 개의 사랑을 바라보면서 조금 더 이 사랑의 형태가 각각 어떠했는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런 플래시백 구성을 활용했어요. 앞서 감독님들이 잘 해주셨기 때문에 좋은 마무리가 될 것 같다는 믿음을 가지고 연출했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 남윤수(왼), 권혁 배우
〈대도시의 사랑법〉 남윤수(왼), 권혁 배우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세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있겠지만 사실 그런 걸 다 떠나서 진짜 재미, 그냥 재미가 제일 첫 번째인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많이들 봐주세요.

박상영 맞아요. 정말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그게 중요하죠. (웃음)

손태겸 재미있고 완성도 있다. 그 자체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토픽에 대해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 저는 익숙한 건 익숙한 대로, 낯선 건 낯선 대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특별해 보일 뿐, 결국에는 다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