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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그 해의 발견 〈파수꾼〉

씨네플레이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지, 극장가도 뭔가 썰렁하다. 올해 한국영화는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몇몇 천만영화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못한 분위기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것은 작지만 알찬 독립영화들의 분전 때문이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고, 흥행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작품들이 있기에 한국영화 미래에 희망을 걸 만하다. 곧 개막할, 독립영화들의 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또 어떤 숨어 있는 보석들이 발굴할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크다. 

 

그런 가운데 13년 전 이 같은 ‘발견’의 기쁨을 전달한 영화가 있었다. 차후 한국영화를 이끌 재목들을 발굴하고, 한국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 작품, 바로 <파수꾼>이다. 2011년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올해의 발견’급이라는 칭찬도 아깝지 않았던 이 작품, 오늘 OTT 명예의 전당에서 <파수꾼>의 가치를 다시 한번 살펴본다. 


<파수꾼>은?

〈파수꾼〉
〈파수꾼〉

 

2011년 3월 3일에 개봉한 영화 <파수꾼>은 <사냥의 시간> <뉴토피아> 윤성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서로가 전부였던 세 친구의 우정이 여러가지 일로 엇갈리고 균열되는 과정을 밀도 있게 담아낸다. 급기야 세 친구의 리더였던 기태(이제훈)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기태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어울렸던 동윤(서준영), 희준(박정민)을 찾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세 친구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둘씩 밝혀진다. 지금은 한국영화의 대표 얼굴이 된 이제훈, 박정민의 초기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파수꾼>의 관전포인트 

〈파수꾼〉
〈파수꾼〉

 

학원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무게감과 현실감의 최대치

 

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파수꾼>은 그 무게감과 현실감이 남다르다. 어떠한 꾸밈이나 과장된 장치 없이 남고생들의 순수하면서도 거친 또래 이야기를 완벽하게 담아낸다. 학교폭력과 자살이 주요 소재인 만큼 내용이 무겁고, 이 작품으로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러나 그 시절을 겪은 이들에겐 분명 여타 다른 작품에서 느낄 수 없었던 그때의 공기와 분위기가 피부 깊숙이 와닿을 것이다. 힘의 논리 속에 갈라지는 학교 안의 또 다른 계급, 우정이란 이름 그 뒤편에 숨겨진 약육강식의 씁쓸함이 <파수꾼>에 들어 있다.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의 발견

 

작품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하기 위해 세 친구를 맡았던 이제훈, 서준영 그리고 박정민의 연기는 박수가 절로 나온다. 힘을 빼고 인물에 완전히 몰입한 것을 영화를 보는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남고생들 특유의 디스와 욕 배틀 속에서도 빚어지는 찐한 우정의 감성이 작품 전반을 지배한다. 그만큼 균열되는 세 사람의 관계와 다가오는 비극 앞에 어찌하지 못한 이들의 마음은 보는 이를 더욱 아프게 한다. 배우의 잘 정돈된 연기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나와 가까운 친구들의 진짜 모습을 바라본 느낌이었다. 

 

감정과 이야기를 같이 쌓아올리는 시간 구성

 

의외로 미스터리 구성도 뛰어나다. 기태가 자살한 시점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기태 아버지가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동안 몰랐던 아들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렇다 할 반전이나 드라마틱한 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생을 바꿨던, 세 친구의 미래를 바꿨던 그 찰나의 순간을 <파수꾼>은 의미 있게 담아낸다. 그때 기태가 조금만 더 솔직했다면, 동윤이 기태에게 한 번만 어깨를 빌려줬다면, 하는 것 같은 후회의 지점에 관객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안타까움은 더욱 커진다. 이 같은 효과를 위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여러 감정을 점층적으로 쌓아 올린 영화의 구성이 보면 볼수록 인상적이다. 


<파수꾼> 놓칠 수 없는 명장면

〈파수꾼〉
〈파수꾼〉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의 기대 이상의 열연 속에 <파수꾼>은 놓칠 수 없는 명장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두 장면만 꼽자면 첫 번째로 희준과 기태의 교실에서 설전이다. 기태의 폭력에 당하기만 했던 희준이 처음으로 맞서며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빡친(?) 감정을 정확한 딕션으로 소화하는 박정민의 대사 속 흔들리는 이제훈의 눈빛이 영화를 일순간 고요하게 만든다. 힘으로 아이들 앞에서 군림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했던 기태의 동요와 폭주가 다가오는 비극을 예고한다. 

 

〈파수꾼〉
〈파수꾼〉

 

마지막 엔딩을 빼놓고 <파수꾼>을 이야기하기 힘들다. 기태의 자살에 죄책감을 안고 있던 동윤이 그와 함께 했던 공간에 찾아가 추억을 회상한다. 인정받기 원했던 기태의 마음을 조금만 더 이해해줬다면 하는 후회와 미안함 등 다양한 감정이 공존하는 동윤의 표정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파수꾼>은 이런 영화다. 얼핏 보면 기태의 폭력이 이 모든 사단의 시발점이었지만, 미성숙한 소통에서 온 오해, 이를 각기 다른 식으로 해석했던 세 친구의 복합적인 내면이 얽혀져서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파수꾼> 당시 인기는?

〈파수꾼〉 개봉 당시 포스터
〈파수꾼〉 개봉 당시 포스터

 

<파수꾼>은 2010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 아시아의 재능 있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제에서도 먼저 본 분들의 좋은 반응과 평론가들의 호평에 힘입어 부산국제영화제의 실질적인 그랑프리인 ‘뉴 커런츠’상을 수상하며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이후 2011년 3월 3일 정식 개봉했다. 독립영화라는 마케팅과 배급의 한계 속에서도 영화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제훈, 박정민 등 재능 있는 배우들의 발견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져 26,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당시 독립영화가 1만만 동원해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했는데, <파수꾼>은 괜찮은 흥행 성적과 그 이상의 파급력을 선보이며 2011년 한국영화계에 ‘올해의 발견’급의 임팩트를 건넸다.  이후 이제훈, 박정민 배우가 스타덤에 오르고, 윤성현 감독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극장 종영 후에도 여러 이벤트로 꾸준히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중이다.


<파수꾼>은 어느 OTT에서 볼 수 있나?

〈파수꾼〉 윤성현 감독과 이제훈, 박정민이 다시 만난 〈사냥의 시간〉
〈파수꾼〉 윤성현 감독과 이제훈, 박정민이 다시 만난 〈사냥의 시간〉

 

<파수꾼>은 넷플릭스와 왓챠 등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중이다. 특히 윤성현 감독과 이제훈, 박정민이 다시 만난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되기도 했다. 사실 <사냥의 시간>은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 상황 때문에 몇 차례 개봉일이 연기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2020년 4월 23일 공개되었다. <파수꾼>의 인연은 윤성현 감독의 다음 작품에도 계속된다. 박정민, 지수가 좀비 떼와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토피아>로 2025년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