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승
감독 신연식
출연 송강호, 박정민, 박명훈, 장윤주, 이민지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역사에 남을 기록이 아니라 내가 기억할 승리를 위해
★★★
1등이 아니라 1‘승’. 말 그대로 딱 한 번만 이기면 되는 승부. 영화는 모두가 1등을 원하는 세상에서 승리와 성취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버리기를 제시한다. 이 산뜻한 목표는 극 중 우진의 말마따나 걷다 보면 언젠가 한 번은 정상을 만날 우리 모두를 향한 응원이다. 상대적으로 신인인 후배 배우들을 격려하고, 경기장 밖에서 진두지휘하며 지켜보는 캐릭터를 택한 배우 송강호 배우의 포지션 이동이 신선한 인상. 그가 욕망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좋지만, 누군가를 뒷받침해주는 그림 역시 근사하다. ‘핑크 스톰’ 선수들을 연기한 모든 배우들의 투지 사이, 극에 즐거운 스타카토를 찍는 ‘문제적 구단주’ 박정민의 어시스턴트도 흥겹다. 빠른 속도와 타격감보다는 기분 좋은 랠리에 집중한 스포츠영화를 기대한다면 더 좋을 듯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득점과 실점이 오가는 107분
★★★
스포츠 영화 관습에서 크게 벗어나는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송강호라는 대한민국 연기 대표 선수가 등판한다. 그렇다면 공식 답습과 송강호의 맛깔난 연기가 대결해서 누가 이길까. 비긴다. 아무리 송강호라도 답안지가 정해진 흐름에 강한 개성을 부여하는 데 부침이 있고, 그럼에도 송강호이기에 예측대로 흐르는 서사가 덜 전형적으로 느껴진다. 구구절절한 신파가 없는 건 강점. 선수들 사연이 빈약해서 감동과 쾌감이 폭발하진 못하는 건 약점이다. 득점과 실점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107분의 승부.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스포츠 영화의 미덕을 갖춘 배구 영화
★★★
국내 최초의 배구 영화답게 인상적인 랠리 시퀀스를 보여준다. 짜릿하고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를 좋아한다면 무난히 즐길 만한 작품이다. 특별 출연 라인업도 영화 팬과 배구 팬 모두를 만족시킨다. 송강호의 출연 선택이 영화에 얼마나 큰 힘을 불어넣는지도 여실히 보인다.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이행하는 건 좋은데, 이 영화만의 강스파이크가 약한 점은 아쉽다. 시나리오 작가인 신연식 감독과 최고의 배우 송강호가 뭔가 다른 작전을 펼쳐주기를 기대하는 게 무리는 아닐 텐데, 영화의 야심이 소박하게 느껴진다.
언니 유정
감독 정해일
출연 박예영, 이하은, 김이경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자매와 가족
★★★
간호사인 유정(박예영)은 고등학생인 동생 기정(이하은)이 아기를 낳고 유기한 당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일까? 그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길은 쉽지 않고, 기정의 친구 희진(김이경)의 등장으로 유정의 내면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쉽지 않은 소재를 선택한 <언니 유정>은, 극단적 사건을 통해 자매 관계를 되돌아보는, 일종의 성찰적 가족 영화다. 유정 역의 박예영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는 톤이 잘 조절된 앙상블을 보여준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가족이라서 더 모를 수 있다
★★★
영아 유기 사건에 휘말린 동생 기정(이하은)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언니 유정(박예영). 미스터리 구조를 취한 영화가 일련의 과정에서 진짜 취조하는 건, 사건의 진실이 아니라 소통의 부재로 멀어졌던 자매의 관계다. 가족이니까 가장 잘 알 것 같지만 가족이라서 오히려 더 모를 수 있다,는 시선 속에서 영화는 자매가 서로에게 멀어졌던 공백의 시간을 진득하게 들여다본다. 간호사 유정이 일하는 병원의 임신중독증 환자와, 임신순번제 에피소드가 메인 플롯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질문의 확장을 끌어내는 작품이기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이어지는 시스터후드
★★★
언니는 동생이 교내에서 영아 유기 사건을 저질렀다는 연락을 받는다. 동생과 단둘이 살면서도 소원한 사이였던 언니는 동생의 진심과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다. 정해일 감독은 미성년자 출산과 영아 유기라는 소재에 함몰되지 않고 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두 자매의 가족 드라마로 풀어간다. 간호사라는 언니의 직업적 상황을 더해 캐릭터의 감정에 공감하게 만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언니의 시선이 누군가에게 머무를 때, 세상이 한 뼘 더 넓어 보인다.
원정빌라
감독 김선국
출연 이현우, 문정희, 방민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부동산 오컬트
★★★
‘재개발’로 요약되는 부동산의 욕망과, 오컬트 의식을 치르는 종교적 광신주의를 결합한 독특한 장르 영화. ‘접근-동화-종속-세례’라는, 사이비 종교의 전도 과정과도 같은 네 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 영화적 메시지와 장르적 요소의 결합이 관건인데, 두 부분 모두 약간은 과하고 후반부에 가면 오컬트 장르에 지나치게 기댄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강점이며, 특히 문정희의 연기는 강렬하다.
세입자
감독 윤은경
출연 김대건, 허동원, 박소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부동산 SF
★★★☆
메타포로 가득 찬, 일상의 디스토피아를 담은 SF. 근미래(어쩌면 현재)의 서울을 배경으로, 공기 질 안 좋고 물가 비싼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악몽을 흑백 화면으로 포착한다. 월세를 사는 신동(김대건), 그의 집 화장실에 월월세를 사는 남자(허동원)와 동거녀(박소현) 그리고 이른바 ‘천장세’를 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 작은 집 하나에 이뤄진 기묘한 동거를 중심으로 영화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끊임없이 현실을 지시하는 이야기로 뻗쳐 나간다. 부동산 지옥인 대한민국을 참신하게 뒤틀면서 임대인-임차인의 계급 관계를 드러내는 전복적 장르영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외롭고 웃긴 부동산 괴담
★★★
주거 문제를 다룬 디스토피아 호러. 장은호의 단편 「천장세」를 원작으로 월세 세입자 청년이 겪는 악몽 같은 현실을 블랙코미디와 SF, 판타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로 표출한다.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린 흑백 화면의 선택도 영리하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도 강하게 드러난다. 현실이 어렵고 힘들수록 상상의 깊이가 더해진다. 무엇을 상상하든 영화를 보면서 놀랄 것이고,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아들들
감독 구스타브 몰러
출연 시드 바벳크누센, 세바스찬 불 사르닝, 다 살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나는 피해자의 엄마입니다
★★★
교도관인 주인공이 아들을 죽인 살인자와 교도소에서 마주한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 교도소라는 특수하고 제한된 공간에서 주인공은 직업적 지위를 이용해 복수를 계획한다. 1인칭 납치 스릴러 <더 길티>(2019)로 주목받은 구스타브 몰러 감독은 주인공이 겪는 윤리적 딜레마를 고도의 심리극으로 끌고 간다. 모성애와 복수를 주제로 한 영화로 묶이면서도 냉철함을 유지하는 연출 감각이 뛰어나다. 제목이 아들‘들’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루프
감독 구상범
출연 이효제, 정지훈, 유신, 최용욱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
학교 폭력에 가담한 주인공이 타임루프 현상을 겪으면서 자신의 과오를 돌이킨다. 학교 폭력 문제를 가해자의 입장에서 SF 스릴러로 풀어낸 발상이 돋보인다. 여기에 가정 폭력과 다문화 가정 차별 문제를 녹여 폭력의 무한 루프에 갇힌 아이들의 상황을 직시하게 한다. 폭력의 반복은 고통과 절망의 연속이지만, 영화는 시간의 반복으로 반성과 희망의 여지를 만들어낸다.
리바이벌 69'
감독 론 챕맨
출연 존 레논, 오노 요코, 리틀 리처드, 척 베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전설의 페스티벌을 찾아서
★★☆
1969년 9월 13일 캐나다에서 열렸던 ‘토론토 로큰롤 리바이벌’에 대한 다큐멘터리. 록 페스티벌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주로 공연과 뮤지션의 막후 모습에 집중하는 데 비해, <리바이벌 69’>는 수많은 관련인들에 대한 인터뷰와 아카이브와 자료들을 엮어, 공연이 성사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주는 데 영화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척 베리부터 제리 리 루이스와 리틀 리처드 등 록의 전설들이 등장하지만 클라이맥스는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보여주는 실험적인 무대일 듯. 공연 신을 좀 더 집중적으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이것이 진짜 뮤직 페스티벌이다
★★★☆
1969년 ‘토론토 로큰롤 리바이벌’ 공연을 다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공연 실황만 다룬 다큐가 아니라 이 공연이 어떻게 출발했고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서 음악의 역사를 바꾼 공연이 되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흥미롭게 구성했다. 당시 공연을 증언하는 레전드 뮤지션들과 관계자들의 회고담도 흥미진진하고, 존 레논을 섭외하고 무대에 오르기까지 과정은 또 한 편의 영화 같다. 공연 다큐의 거장 D.A 페네메이커가 기록한 공연 실황은 화룡점정. 록 페스티벌의 스피릿을 제대로 느끼고 싶거나 존 레논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