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인터넷 쇼핑이 일상이 된 요즘, 택배기사는 결코 낯선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택배 왔다”는 말이 환희(?)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에게 택배 기사는 가족보다 자주 보는 사이기도 하다. <골든 슬럼버>에서 택배기사 건우 역을 맡은 강동원도 그런 친근한 이미지를 위해 살을 찌웠다고도 밝혔다. 이렇게 어느새 우리 일상의 기쁨이 된 택배와 택배기사님들, 하지만 현실과 영화 속에서 유독 고충이 많은 이들을 만나보자.
 

골든슬럼버

감독 노동석

출연 강동원, 김의성, 한효주, 김성균, 김대명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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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일본 연출 나카무라 요시히로 출연 사카이 마사토, 다케우치 유코 제작년도 2010
한국 연출 노동석 출연 강동원, 김의성, 한효주 제작년도 2017

일본 <골든 슬럼버>의 사카이 마사토. 한국 <골든 슬럼버>의 강동원

일본 소설 <골든 슬럼버>는 2010년 일본에서 영화화됐다. 그리고 이 영화는 2017년 다시 한국에서 동명의 영화 <골든 슬럼버>로 리메이크됐다. 한국의 <골든 슬럼버>는 일본판을 리메이크하면서 몇몇 설정을 뒤바꿨다. 전직 택배기사였던 주인공에게 현직 택배기사 자리를 마련해줬고, 총리 암살이 아닌 대선 후보 암살로 변경했다. 강동원 같은 택배기사가 서울 곳곳을 돌며 택배를 전달하는 것도 좋은 힐링 영화였을 것 같은데, 왠지 아쉬운 구석도 있다.
 

골든 슬럼버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

출연 사카이 마사토, 다케우치 유코

개봉 2010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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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연출 방은진 출연 전도연, 고수 제작년도 2013

강동원 못지않게 훈훈하지만 불운한 택배기사가 또 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고수는 택배기사 김종배 역을 맡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김종배는 영문도 모른 채 외국에 수감된 아내 송정연(전도연)을 위해 백방으로 뛴다. 국가 기관의 나태한 일처리에 저항하고, 송정연을 운반책으로 쓰려 한 용의자에게 빌기도 하면서 남은 자의 고통을 그려낸다. 일반적인 택배기사 업무와는 거리가 먼 내용이지만, 친근한 그 직업 때문에 더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집으로 가는 길

감독 방은진

출연 전도연, 고수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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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

연출 조범구 출연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 제작년도 2011

넓게 보면, 퀵서비스야말로 최강의 택배다. 일단 빠르고, 직접 배송이고, 운이 좋다면 이민기 같은 퀵서비스 기사를 만날 수도 있다(물론 에디터도 그런 기사님 만난 적 없다). <퀵>은 퀵서비스 기사 한기수(이민기)가 아이돌 가수 아롬(강예원)을 ‘배송’하던 중 헬멧에 폭탄이 장착되어 있다는 모종의 전화를 받으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해운대>에서 만났던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물론이고, 퀵서비스 기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 인상적이다.
 

감독 조범구

출연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 고창석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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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러쉬>

연출 데이빗 코엡 출연 조셉 고든 레빗, 다니아 라미레즈 제작년도 2012

뉴욕에는 이런 독특한 배달부도 있다. 퀵서비스인데, 오토바이가 아닌 자전거로 배달한다. 일명 ‘메신저’라고 불리는 이들 중 2년 연속 바이크 대회 우승자인 와일리(조셉 고든 레빗)도 있다. 와일리는 니마(제이미 정)의 물건을 배달하던 중 부패 경찰 바비(마이클 섀넌)에게 쫓기게 된다. 시종일관 도로와 샛길을 이용해 달리는 영화답게, 자전거로 보여줄 수 있을 주행법을 다 보여주는 것 같다. 거기에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의 멋과 위험성을 모두 보여주기도 한다.
 

프리미엄 러쉬

감독 데이빗 코엡

출연 제이미 정, 조셉 고든 레빗, 다니아 라미레즈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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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연출 김정훈 출연 변요한, 박정민 제작년도 2013

정구(변요한)는 사제폭탄을 만들 줄 안다는 것만 빼면 별로 특별할 게 없는 청년이다. 그런 정구의 사제 폭탄을 입수한 효민(박정민)은 사회의 부당함에 저항해야 한다며 정구에게 폭탄을 요구한다. 정구는 이를 거절하지만 효민은 그의 과거를 빌미로 계속 그를 압박한다. 택배가 일상 속 작은 기쁨의 상징처럼 된 요즘 시대에, 택배로 사제 폭탄을 보내는 청년의 이야기는 다소 섬뜩한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세계 정복이라도 꿈꾸는 악당이 아닌, 현시대의 억압받는 이들이 이 폭탄의 주인공이란 것도 흥미롭다.  

영화의 컨셉에 맞춰 택배 상자로 디자인된 <들개> 블루레이.
들개

감독 김정훈

출연 변요한, 박정민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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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박스>

연출 리처드 켈리 출연 카메론 디아즈, 제임스 마스던 제작년도 2009

사제 폭탄이 좀 시시하다면 이런 것도 있다. 어느 날 문을 열었더니 작은 박스가 하나 있다. 수상하게 생긴 남자가 찾아와서 '이 박스의 버튼을 누르면 백만 달러(약 10억 원)를 받을 수 있는데, 대신 당신이 모르는 누군가가 죽는다'는 수상한 말을 한다. <나는 전설이다>의 작가 리처드 매드슨이 쓴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더 박스>는 단편을 장편 영화로 각색하면서 지지부진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나를 위해 내가 모르는 자의 희생을 감당할 수 있는가’란 핵심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덤으로 느닷없이 찾아온 택배의 위험성도.  
 

더 박스

감독 리차드 켈리

출연 카메론 디아즈, 제임스 마스던

개봉 200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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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센더>

연출 포아드 미카티 출연 로자먼드 파이크, 실로 페르난데즈, 닉 놀테 제작년도 2015

택배기사가 등장하진 않는다. 택배가 매우 중요한 소재로 쓰이는 것도 아니다.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리턴 투 센더>에서 ‘택배’는 두어 번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참 결정적인 순간들을 장식하기에 영화의 내용보다 더 호기심이 생긴다. 제목인 ‘리턴 투 센더’부터가 수취인에게 반송한다는 뜻이다. 불쾌한 내용이라 추천할 순 없지만, 궁금하시다면 리뷰를 찾아봐도 좋다. 리뷰마다 이 택배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니까.  
 

리턴 투 센더

감독 포아드 미카티

출연 로자먼드 파이크, 실로 페르난데즈, 닉 놀테, 캠린 만하임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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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터>

연출 원규 출연 제이슨 스타뎀, 서기 제작년도 2002

제이슨 스타뎀의 히트작 <트랜스포터>는 범죄조직의 물건을 운반하는 프랭크 마틴(제이슨 스타뎀)이 주인공이다. 이 ‘어둠의 택배’ 일을 하던 프랭크는 어느 날 레이(서기)를 운반하게 되면서 거대 범죄조직과 맞붙게 된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 배달부를 제이슨 스타뎀이 연기했으니 당연히 현실적인 택배원과는 거리가 멀다. 추격전과 몸으로 부딪히는 액션이 백미로 3편까지 나오고 리부트됐다.
 

트랜스포터

감독 원규

출연 제이슨 스타뎀, 서기

개봉 2002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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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

연출 전제홍 출연 윤계상, 김규리 제작년도 2011

풍산(윤계상)은 맨몸으로 휴전선을 넘는다.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물품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그러다 남한으로 인옥(김규리)을 직접 배달해야 하는 제안을 받는다. 남북한을 오가는 배달원이란 새로운 소재를 <풍산개>는 퍽퍽한 영상과 멜로로 얽어낸다. 그 멜로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분단국가의 상황을 적절히 이용한 캐릭터 설정과 장르적인 시도가 돋보인다.  
 

풍산개

감독 전재홍

출연 윤계상, 김규리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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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中 ‘해와 달’

연출 정범식 출연 김현수, 노강민 제작년도 2012

아무리 반가운 택배라도 갑작스럽게 문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에 놀란 적이 있다면? <무서운 이야기>의 ‘해와 달’은 늦은 밤 단둘이 집을 지키는 남매를 그린다. 이들에게 찾아온 공포는 택배기사다. 선이는 엄마에게 들은 대로 문 앞에 택배를 두고 가라고 택배기사에게 일렀지만, 택배기사는 이후에도 그들에게 계속 찾아온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택배 기사를 위장한 범죄가 늘어났던 걸 생각하면 섬뜩한 상상이 아닌가 싶다.  
 

무서운 이야기

감독 정범식, 임대웅, 홍지영, 김곡, 김선, 민규동

출연 김지영, 정은채, 남보라, 배수빈, 김현수, 노강민, 진태현, 최윤영, 나영희, 김예원, 조한철, 유연석, 김지원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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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연출 이창동 출연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 제작년도 2018년 개봉 예정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은 종수(유아인), 벤(스티븐 연), 해미(전종서) 세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중 유아인이 맡은 종수는 택배기사로 설정됐다. 사실 어떤 영화가 나올지 전혀 종잡을 수 없지만, 강동원에 이어 유아인의 택배기사라니. 분명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은 확실해 보인다.  
 

버닝

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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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준비한 12편의 영화는 여기까지. 택배라는 일상적인 요소를 전면으로 드러낸 영화보다 장르적 상상력을 더한 영화가 좀 더 눈에 띄었다. 혹시 에디터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택배와 택배기사에 관한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