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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기자들이 뽑은 2024년 OTT 콘텐츠 BEST - 스크립티드 편

씨네플레이

고봉밥이 끝이 없다. OTT 서비스(Over-the-top media service)가 본격화된 후 넷플릭스를 필두로 OTT 플랫폼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구독자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성행한 OTT 서비스는 이제 '무엇을 만드는지'에 따라서도 구독자 추이가 바뀌고 있다. 올해 2024년도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이어졌는데, 씨네플레이 기자들도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뽑아보았다. 딱 한 작품만 뽑았던 작년과 달리 이번엔 스크립티드/논스크립티드 분야별 한 작품씩, 총 두 작품을 뽑았다. 이 글은 스크립티드 작품을 소개한다.

 

OTT 오리지널 스크립티드 콘텐츠 BEST

김지연

베이비 레인디어 (넷플릭스)

〈베이비 레인디어〉
〈베이비 레인디어〉

<베이비 레인디어>를 보는 마음은 기이하다. <베이비 레인디어>는 작품을 보는 시청자 개개인의 결핍과 함께 굴러가는 드라마다. 드라마 시청 행위와 그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기이한 작품이 되는, 메타적인 드라마라고 말하면 맞겠다. 그래서 <베이비 레인디어>는 굉장히 극단적인, 누구도 쉬이 경험해 보지 않았을 사건을 소재로 삼았지만 외려 가장 보편적인 드라마이기도 하다. <베이비 레인디어>를 보는 내내, 주인공 도니(리처드 개드)와 스토커 마사(제시카 거닝)가 불편하고, 역겹고, 또 일순간 이해가 되다가도 거리를 두고 싶어지는데, 그 감정의 고저는 철저하게 내 안의 결핍에 기인한다. 작품에 대한 감상을 ‘좋다’ 혹은 ‘와닿지 않았다’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베이비 레인디어>가 거부한 피해자(도니)-가해자(마사)의 이분법적인 구도만큼이나 얄팍하다. 마사는 도니에게 집착하는 스토커인 동시에, 자기혐오로 범벅된 도니에게 때로는 고양감을 심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베이비 레인디어>를 정주행하다 보면 ‘낯 뜨거움’ 등의 불쾌한 감정이 몰려오는데, 그 감정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그건 아마 ‘날것의 표현’에 대한 거부감 때문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쓰고, 스스로의 일상을 포장하고 덧대기 일쑤인 나는 하물며 나를 오롯이 인정하는 것도 어려운데, 누군가의 지나치게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는 일은 얼마나 불편한가. 일기장에도 쉬이 쓸 수 없는 내밀한 자기고백을 7화의 드라마로 완성한 주연배우이자 감독, 리처드 개드의 일기장 <베이비 레인디어>가 가장 날것의 위로인 이유다.

 

성찬얼

아케인 시즌 2 (넷플릭스)

〈아케인〉
〈아케인〉
〈아케인〉
〈아케인〉

2021년 공개한 애니메이션 <아케인>의 후속 시즌. 일단락될 것 같았던 필트오버와 자운의 갈등이 징크스의 로켓 한 방에 완전히 날아가고,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아케인 시즌 2>는 시즌 1에서 서사를 이어가면서도, 작품의 톤을 완전히 뒤바꿔 판도를 다시 짠다. 시즌 1이 인간의 드라마였다면, 이번 시즌 2는 운명의 드라마 쪽에 무게를 더한다. 그 지점에서 호불호가 갈려 시즌 1에 비해 전반적으로 평가가 낮은 편이지만, 이런 운명론적 전개를 무척 좋아하는 필자는 결코 시즌 1에 비해 밀린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 지점 빼고는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모든 부분에서 만점짜리다. 풍성한 사운드트랙, 3D의 유려한 카메라워크와 셀 애니메이션의 속도감을 더한 표현력, 장면마다의 포인트를 정확히 부각하는 연출력까지 한층 더 발전해 시청자들을 붙잡아둔다. 시즌 2로 완전히 막을 내렸지만, 앞으로 관련 캐릭터의 이야기를 담은 스핀오프도 기획 중이라고 하니 원작 게임과 별개로 아케인 유니버스도 장수하길 바란다.

 

이진주

좋거나 나쁜 동재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
〈좋거나 나쁜 동재〉

동재가 기어코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tvN의 대표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핀오프 <좋거나 나쁜 동재>는 <비밀의 숲>에서 대중들의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사며 화제성을 모은 캐릭터 서동재의 이야기를 담는다.

<비밀의 숲>에서 각종 비리를 저지르며 대표적인 빌런으로 활약했던 서동재. 하지만 학연과 지연도 없이 험한 법조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서동재를 응원하는 ‘우리 동재’ 파와 서동재에 분노하는 ‘느그 동재’ 파, 나아가 애증의 ‘우그 동재’ 파로 나뉘었고 이러한 큰 사랑 아래 서동재는 점점 작품 밖에서도 입체성을 구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좋거나 나쁜 동재>만큼 적확한 제목이 있을까. 양가감정을 유발하는 마성의 캐릭터인 서동재는 <좋거나 나쁜 동재>를 통해 완전한 서사를 부여받았다. 캐릭터의 잠재력을 축소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도 잠시, <좋거나 나쁜 동재>는 마치 동재처럼 유쾌하고 대담하게 사건을 전개했다. 덕분에 <비밀의 숲>에서는 충분히 펼치지 못한 서동재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활용함으로써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스핀오프 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

 

주성철 편집장

삼체 (넷플릭스)

〈삼체〉
〈삼체〉
〈삼체〉
〈삼체〉

“회신하지 마라, 그럼 우리가 너희의 위치를 알고 점령할 것이다.” 수십억 광년 거리에 떨어져 사는 외계인으로부터 온 메시지다. 광대한 우주에 인간 이상의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으리란 상상을 <삼체>만큼 시공간을 넘나들며 보여준 콘텐츠가 있었나 싶다. <마인드헌터>를 시즌2로 공식 종료하여 안타깝긴 하지만, <삼체>를 보면서 오직 넷플릭스만이 행할 수 있는 ‘선행’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미 공개된 <브리저튼> 시즌3와 곧 공개될 <오징어 게임> 시즌2 사이에서 8부작 SF 시리즈 <삼체>는 ‘<왕좌의 게임> 제작진이 참여했다’는 홍보문구와 더불어 가장 기다려온 시리즈였다. 1960년대 중국의 한 젊은 여성이 내린 운명적 결정이 시공을 뛰어넘어 현재의 유수 과학자들에게 불가사의한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절친인 다섯 명의 과학자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위협에 맞닥뜨리는 이야기다. 무한한 우주를 향해 끝없이 팽창하는 <삼체>의 세계는 중국 문화대혁명에서부터 수백 년 후 외계 문명과 인류의 전면전까지 이어지는 SF 대서사시다. 아시아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하며 SF 거장으로 등극한 류츠신의 동명 원작을 영상화했는데, 그가 실제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며 축적한 과학적 이론을 작품에 오롯이 녹여냈다. 앞서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한 인터뷰에서 “「삼체」 를 읽을 때 작품 스케일이 워낙 커서 백악관의 일상사가 사소하게 느껴졌다”라고 바람잡이(?)를 잘 한 덕도 크다. 무엇보다 원작에서 보았던 여러 설정들이 영상으로 옮겨진 것이 경이롭다. 다소 낯설고 어려울 수도 있는 이야기가 이제 막 시즌1의 고비를 넘겼고 수많은 팬을 낳았다. 다행히 넷플릭스의 그 선행은 시즌3까지 이어질 것이라 발표됐다.

 

추아영

더 에이트 쇼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더 에이트 쇼〉

“시네마는 죽었다” 프리드리히 도파민. 한재림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를 보고 남긴 한줄평이다. ‘망치를 든 철학자’로 불리는 프리드리히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며 모든 삶을 신에게 맡기는 중세의 가치관을 부정하고 현대 철학의 바탕이 되었다. 그의 유명한 말을 빌려 지독하고도 잔혹한 오락성에 숨겨져 있는 한재림 감독의 서글픔을 한줄평에 담았다. 감독은 오프닝 시퀀스부터 아이리스, 무성 영화의 중간 자막을 연상시키는 타이틀 카드를 통해 무성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표했다. 쇼가 벌어지는 곳 바깥에서 피에로였던 1층은 무성 영화의 상징인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킨다. 그는 외줄타기를 하다 삐끗해 천장에 있는 영사기에 매달린다. 영사기가 떨어지면서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가려 했던 그의 꿈은 죽음으로 좌절된다. 1층의 장례식 장면은 도파민 중독 시대에 죽은 시네마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