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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기자들이 뽑은 2024년 OTT 콘텐츠 BEST - 논스크립티드 편

씨네플레이

고봉밥이 끝이 없다. OTT 서비스(Over-the-top media service)가 본격화된 후 넷플릭스를 필두로 OTT 플랫폼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구독자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성행한 OTT 서비스는 이제 '무엇을 만드는지'에 따라서도 구독자 추이가 바뀌고 있다. 올해 2024년도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이어졌는데, 씨네플레이 기자들도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뽑아보았다. 딱 한 작품만 뽑았던 작년과 달리 이번엔 스크립티드/논스크립티드 분야별 한 작품씩, 총 두 작품을 뽑았다. 이 글은 논스크립티드 작품을 소개한다.


OTT 오리지널 논스크립티드 콘텐츠 BEST

추아영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웨이브)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찻잔 속의 태풍”.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사상검증구역>)에 출연했던 크리에이터 ‘천재이승국’이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 프로그램을 지칭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사상검증구역>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본 사람들은 모두 찬탄하며 열광한 프로그램이다. <사상검증구역>은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이 각기 다른 12인을 모이게 한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다. 본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커뮤니티 내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은 자신의 사상을 속이면서 상대방의 가치관을 파악해야 하는 ‘사상 숨바꼭질’을 벌인다. 이들은 예능 프로그램, 아니 일상에서도 말하기 꺼리는 정치관과 젠더관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열띤 토론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확인한다. 결국 <사상검증구역>은 묻는다. 개인의 차이를 넘어서서 공동체의 소통을 끌어내는 것이 가능한지.


주성철 편집장

윌과 하퍼 (넷플릭스)

〈윌과 하퍼〉
〈윌과 하퍼〉

나이 든 두 남자(?)의 여행이라는 점에서 <트립 투 이탈리아> <트립 투 스페인> 등 롭 브라이든과 스티브 쿠건이 함께 한 마이클 윈터바텀의 ‘트립 투’ 시리즈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윌과 하퍼>에서 둘 중 한 명은 이제 환갑을 넘긴 트랜스젠더다. <엘프> <록스베리 나이트> <앵커맨>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코미디언 배우 윌 페럴에게는 앤드류 스틸이라는 친구가 있다. 두 사람은 1995년부터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을 함께 하며 30년 가까이 우정을 쌓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앤드류 스틸이 트랜스젠더 여성 하퍼 스틸이 되어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성전환을 한 것. 그들의 우정은 영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두 사람은 17일간의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하퍼의 결정을 지지하기로 마음먹은 윌은 하퍼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커밍아웃하기까지의 과정, 커밍아웃 이후의 삶 등 어떤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수준을 넘어 다정한 친구가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이다. 그런 과정에서 조금씩 하퍼의 새로운 삶의 면모가 드러난다. 솔직히 윌 페럴은 성인지감수성과 무관한 코미디를 꽤 자주 능청스레 해온 코미디언이었기에 그의 팬들도 묘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런 가운데 <윌과 하퍼>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의식, 서로에 대한 존중,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저마다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진주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넷플릭스)

국내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2010년대 중반 등장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리즈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한식대첩> 시리즈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흥행 가도를 달리며 네 개의 시즌을 거듭했고, 이를 통해 요리는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표현의 수단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다.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요리 연구가이자 요식업 CEO인 백종원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후, 이 관심은 ‘음식’ 그 자체보다 ‘외식업계’로 이동했다. 백종원 대표를 필두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tvN <장사 천재 백 사장> 등 이른바 ‘음식 장사’를 하는 과정을 그리는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이는 K-푸드를 해외에 소개한다는 취지의 tvN <윤 식당>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백종원 심사위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백종원 심사위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안성재 심사위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안성재 심사위원

그렇게 맛 자체에 집중한 요리 프로그램이 밀려났던 2024년 하반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이 등장했다. 한국 외식업계의 대표 주자 백종원과 국내 유일 미쉐린 3 스타 레스토랑 모수 서울의 오너 셰프 안성재를 필두로 한 <흑백요리사>는 공개 첫 주부터 정상에 자리에 오르더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한국 예능 최초로 글로벌 Top 10 TV 쇼 비영어 부문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흑백요리사>의 인기는 독특한 지점이 있는데, 그것은 프로그램의 콘셉트, 진행 방향 등 제작진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시청자들의 2차 창작이 주축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각종 밈(meme)이 있다. “고기가 이븐하게 익지 않았어요.”, “채소의 익힘 정도” 등 심사 위원 안성재의 독특한 말투는 끊임없이 모방되며, 안성재라는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더욱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성찬얼

거장, 존 윌리엄스 (디즈니플러스)

〈거장, 존 윌리엄스〉
〈거장, 존 윌리엄스〉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훌륭한 영화음악 작곡가는 많다. 그러나 '할리우드 클래식'이라고 구분선을 정한다면, 이 범주에 들어갈 유일한 이름은 존 윌리엄스일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단짝이자 (심지어 원작자조차 더 이상 낄 수 없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코어. <거장, 존 윌리엄스>는 10월 24일 공개한 디즈니플러스의 독점 콘텐츠로, 존 윌리엄스의 일생과 대표 작업을 반추한다. 사실 그 이름값에 비하면 아쉬운 건 사실이다. 특히 작년 엔니오 모리꼬네의 필모그래피 전체를 150분 동안 회상하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에 비하면 105분의 상영시간은 턱없이 부족해서, 일종의 홍보 영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불만은 영화에서 존 윌리엄스의 스코어가 나올 때마다 완전히 사라진다. 대표곡이 연이어 나오는 오프닝부터, 우리가 자주 들어보지 못한 '음악가' 존 윌리엄스의 곡까지 듣다 보면 설령 홍보용이었더라도 “Shut up and take my money!”(닥치고 내 돈 가져가!)를 외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스필버그와 윌리엄스 옹의 꽁냥(?)거리는 모습이나 본인이 썼던 <미지와의 조우> 악보 원본 등장에 당사자들도 놀라는 모습 등 희귀한 장면들이 이번 다큐멘터리의 가치이다.


김지연

샤먼: 귀신전 (티빙)

〈샤먼: 귀신전〉
〈샤먼: 귀신전〉

설명 불가능한 영역에 애써 해석을 덧대고, 그것을 설명 가능한 영역으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은 질리도록 봐 왔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종종 설명 불가능한 것들을 우스운 것으로 만들기 마련이다. 더불어 <파묘> <심야괴담회> 등의 유행에 힘입어, 오컬트나 괴담 등의 소재는 보통 오락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돼 왔다.

한편, <샤먼: 귀신전>은 타 무속 다큐멘터리와는 다르게 무속을 과학적으로 해부한다거나, 혹은 반대로 아주 기이하고 신비로운 일을 찾아 나서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샤먼: 귀신전>은 무속 다큐멘터리의 공식과도 같은, 그 양쪽의 무엇도 택하지 않은 채 오로지 ‘사람’에만 집중했다. <샤먼: 귀신전>은 무속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직업인’으로서 존중하고, 무속을 통해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을 마치 내담자처럼 담아냈다. 종교와 신념, 과학을 떠나, “난 ‘그런 거’ 안 믿어”라고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얼마나 ‘이성적인 나’에 취한, 무례하고 납작한 말이었던 것인지 깨달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