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한 대로 화제성만큼은 최고였다.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공개되자마자,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이 순위를 조사하는 93개국 모든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공개 첫 주 조회수도 6800만을 기록하여 종전 최고 기록인 <웬즈데이> 시즌 1의 5010만을 뛰어넘었다. 최종적으로 작품상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이례적으로 시즌 2가 공개되기도 전에 올해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2022년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오징어 게임> 시즌 1에서 오일남 역을 맡았던 오영수 배우가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쇼군>이 작품상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을 그리고 있으며, 그들 외에도 공유, 위하준을 비롯해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이서환, 채국희, 이다윗, 노재원, 조유리, 최승현, 원지안 등 대거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했다. 인물들이 늘어난 만큼 최애 캐릭터와 최악 캐릭터가 대폭 늘어났다는 얘기.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최애/최악 캐릭터를 골라봤다. 사전에 입을 맞춘 것이 아니었음에도 겹치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당신은 누굴 뽑을 것인가.

최애 캐릭터 장금자(강애심) VS 최악 캐릭터 용궁 선녀(채국희)
“이러다 정말 다 죽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 2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성기훈(이정재)이 마치 시즌 1의 오일남(오영수)처럼 그 대사를 내뱉을 때 기대치가 증폭됐다. 기출문제 출제자 혹은 예언자라도 되는 것처럼 “난 이 게임을 해봤어요”라고 말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현실의 오영수와 달리 오징어 게임 속 오일남은 시즌 1의 정서적 지배자였다. 그래서 시즌 2에서는 또 누가 ‘노인의 지혜’를 보여줄까 싶었다. 바로 시즌 2의 ‘친절한 금자씨’, 빚을 갚기 위해 게임에 참여한 용식(양동근)의 엄마 금자(강애심)다. 아들과 엄마가 동시에 게임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게임장에 와서야 안다는 것도 흥미로운데, 아무튼 <도가니>와 <남한산성>에 직접 황동혁 감독의 친할머니가 카메오 출연했을 정도로 <오징어 게임>에도 드디어 그 할머니의 서사가 등장한 것. 심지어 아들의 빚을 갚겠다는 일념으로 게임에 참가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에서는 공교롭게도 영탁(이병헌)의 엄마였고, <82년생 김지영>(2019)에서는 바로 지영(정유미)의 할머니였던 강애심 배우는, 이미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정평이 난 배우였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는 기훈과 프론트맨 황인호(이병헌) 다음으로 대사량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하드캐리한다. 타노스(탑) 때문에 끄고 싶은 마음을 금자씨가 진정시켜준다고나 해야 할까.
한편, 최악의 캐릭터는 바로 선녀(채국희)다. 일단 왜 게임에 참여했는지 알 수가 없고, 무엇보다 어지러운 세상의 현실과 겹쳐 이제 ‘무속’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 (주성철 편집장)

최애 캐릭터 강대호(강하늘) VS 최악 캐릭터 임정대(송영창)
"그런 놈이 여길 왜 다시 기어들어와?" "한 번 더! 한 번 더!" 등 숱한 명대사를 남긴 '100번' 임정대(송영창)는 정치 풍자를 위해 아주 직관적으로 기능하는 캐릭터다. 좌, 우의 진영논리를 게임장 안에 대입하자면, 성기훈은 'X'파 대표, 임정대는 'O'파의 대표다. 임정대는 그의 참가번호처럼 무려 100억의 빚을 지고 게임에 참가한 인물인데, 그는 "아무나 100억 빌릴 수 있는 게 아니야! 스케일이 되니까 빌리는 거야"라며 그의 빚을 자산으로 둔갑시키고 권력자의 위치에 선다. 첫 투표 때, 보다 많은 지지자를 얻기 위한 임정대의 유세는 "여기 우승한 사람도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다 같이 해 봅시다!"라는 등, '모두의 이익'을 강조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투표가 진행될수록 임정대는 "상금이 세 배 넘게 올랐어요. 이제 한 판만 더 하면 상금이 최소 2억 4천입니다!"라며 담보할 수 없는 수익을 약속하고 근거 없는 유세로 청중을 설득하려 한다. 그 결과, 처음에는 그 나름대로 완곡한 설득의 방식으로 O파에게 접근했던 성기훈은 결국 체제를 전복하려는 혁명적 X파가 된다. 임정대가 리더 노릇만 잘했어도, 타 진영과의 협상만 잘했어도, O파 내부 정치만 잘했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아 속이 터진다.
반대로, '100번'과는 다르게 그의 빚이나 게임 참가 사유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참가자도 있다. 바로 '388번' 강대호(강하늘)이다. 해병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성기훈의 반란에 가담하면서도 공황 증세를 보이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 덕에 신경이 쓰인다. (김지연 기자)

최애 캐릭터 남규(노재원) VS 최악 캐릭터 박선장(오달수)
유명 클럽 펜타곤 MD 남규는 진정한 ‘힘숨찐’이다. 오징어 게임에 입성하자마자 분위기를 장악하는 230번 타노스에 붙는다.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몇 차례나 묻는 타노스를 선택한 건 전략적이었다. 남규는 스스로 행동 대장인 척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사실 몸이 앞서는 건 타노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규는 타노스의 앞에서 그의 방패 노릇을 한 것이 아니라 그를 조종해 권세를 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아주 강력한 스포일러가 되기에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못하지만-남규는 결정적인 순간에 선두에 서며 숨겨둔 힘을 발휘한다. 그는 클럽 MD 생활로 다진 눈치력으로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를 철저히 지킨다. 결국 오래 살아남는 놈이 이기는 오징어 게임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다.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남규 역의 배우 노재원은 한껏 몸집을 부풀려 과장된 연기를 펼치는 <오징어 게임> 속 수많은 배우 중에서 단연 빛난다. 선을 잘 타는 남규가 그러하듯 노재원은 극의 톤을 따르는 동시에 아주 현실적인 연기로 중심을 유지한다. 이는 시청자의 본능적인 공포심을 자극한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관은 지극히 가상의 것이라 느껴져 이미 전편에 익숙해진 시청자는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한 채 극을 관람하게 된다. 하지만 노재원이 연기한 남규가 등장하는 순간 몰입도가 달라진다. 우리 옆에 있을 법한 빌런 캐릭터는 ‘타노스’보다는 ‘남규’에 가깝기 때문이다. 남규가 타노스 옆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한편, 이름도 분명하지 않은 ‘박 선장’은 지난 시즌 형을 쫓아 오징어 게임에 숨어 들어간 형사 황준호의 목숨을 구해준 인물이다. 이후 오징어 게임이 벌어지는 섬을 수색하는 준호를 도와 함께 항해한다. 시작부터 수상스럽다. 아무리 오달수가 활동을 중단한 지 오랜 배우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대중들의 기억에 남아있는데 그저 서브 주인공격인 준호를 돕는 인물로 소비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박 선장은 반복적으로 ‘황준호 형사를 구해준 죄로 돈도 되지 않는 일(수색)을 하고 있다’며 투덜댄다. 그에 대한 의심이 가중된다. 만약 ‘박 선장’이 비밀을 숨긴 인물이라면 너무 뻔한 것이고 아니라면 낚시(시청자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렇게 박 선장은 안 그래도 답답한 수색조에 찜찜함을 더해주며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존재가 된다. 캐릭터는 해당 배우가 가진 이미지와 함께 다가온다. 캐릭터의 구성만큼 캐스팅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진주 기자)

최애 캐릭터 박정배(이서환) VS 최악 캐릭터 박민수(이다윗)
인간미 넘치는 정배는 한층 더 무거워져서 돌아온 <오징어 게임> 2의 분위기를 가볍게 풀어헤치는 캐릭터다. 그는 살벌한 게임이 벌어지는 현장에서도 옛날 도시락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는 철없는 어른이다. 시즌 2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진지해진 (그래서 다소 재미는 없어진) 성기훈도 정배의 옆에서는 잠시나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조금은 싱겁지만 정배는 단단한 의리를 자랑하는 ‘<오징어 게임> 2의 김보성’이라 부를 수 있다. 과거 그와 기훈의 회사가 파업해서 공장을 점거했을 때도, 정배는 잠꼬대를 하는 기훈이 안쓰러워 그를 두고 가지 못했다. 게임에 참가해서도 전 게임 우승자인 성기훈을 이용하거나 의심하는 사람들 속에서 기훈을 믿어주고 뜻을 함께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정배가 지조를 지키는 든든한 의리파라면, 민수는 그야말로 ‘줏대없음’의 아이콘이자 배신자다.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한 강인한 마음을 지닌 세미(원지안)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민수에게 먼저 다가간다. 그녀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도 민수와 함께하려 한다. 하지만 민수는 자신과 함께 가려고 내민 세미의 손에 가위를 내버리고, 타노스(최승현)와 남규(노재원)에게 붙어 자기 목숨을 챙기는 까치도 안 할 짓을 시전한다. 그는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말하지 못해 유혈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도망가서 숨어버린다. 그가 배신한 건 세미뿐만이 아니다. 늘 움츠려 있는 그가 성장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던 시청자들의 기대도 단번에 저버렸다. 시즌 3에서는 그가 단단한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을지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추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