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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라 절해라, 〈오징어 게임〉 시즌3를 기다리며 잔소리 한 바가지

성찬얼기자
〈오징어 게임〉 시즌3
〈오징어 게임〉 글로벌 1위 이미지

 

<오징어 게임>은 여전했다.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 시리즈’라고 불러도 될 만한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 3주차를 바라보는 가운데, 굳건히 글로벌 TOP 10 시리즈 부문 영어, 비영어 통합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개 열흘이 지나면서 1억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돌파했고, 무려 93개국의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 시즌1과 시즌2가 이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시즌1이 같은 시기 글로벌 TOP 10 시리즈 비영어 2위에 오르며 인기 역주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즌1이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성기훈(이정재)의 생존기를 담았다면,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게임에 참가한 성기훈과 정체를 숨긴 채 역시 게임에 참가한 프론트맨(이병헌)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한편,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이례적으로 정식 공개 전임에도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TV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시즌3까지 공개된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올해 여름 공개 예정이라는 시즌3를 애타게 기다리며, 지난 시즌에 대한 놀라움과 아쉬움을 포함해 새로운 시즌을 향한 다양한 추측과 해석을 더하고 있다. 씨네플레이 기자들도 <오징어 게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아 시즌3를 향한, 당연히 깊은 애정에서 우러나온 이런저런 잔소리를 쏟아내보았다.


“성기훈, 박수칠 때 떠나라”

〈오징어 게임〉 시즌3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3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1은 9부작이었고, 시즌2는 7부작이다. 알려진 바로는, 시즌2와 시즌3가 거의 동시에 제작되어 총 13부작이라고 하니, 아마도 시즌3는 6부작이 될 것이다. 최승현의 닉네임이 ‘타노스’라는 것에서 예상한 것처럼, 시즌2를 마무리하며 주요 인물들을 절반 정도 제거했으니, <오징어 게임> 시즌2와 시즌3의 관계는 어쩌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의 관계처럼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즌3에서 황동혁 감독이 이 반란의 실패를 어떻게 수습하고 풀어낼지 모르겠으나, 시즌2 후반부의 그 반란은 아무리 성기훈(이정재)의 선의를 인정하더라도, 기술적으로 보건 ‘쪽수’로 보건 여러모로 지나치게 무모했다. 그리고 길었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아 핑거 스냅 한 번으로 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먼지로 만들어 버린 타노스는 (정작 시즌2에서 죽어버린) 타노스가 아니라 성기훈일지도 모른다. 그 목적을 위한 성기훈과 프론트맨(이정재)의 버디무비였어?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어쨌건 냉정하게 그런 리더는 끌어내려야 하는 게 맞다. 그가 참담한 반성과 죄책감 위에 납득할 만한 완전히 새로운 작전을 구상하는 게 아니라, 또 한 번 ‘신에게는 아직 12명의 게임 참가자가 있습니다’라는 무모한 고집으로 달걀로 바위 치기를 반복한다면 시즌3는 감상하기가 심히 괴로울 것 같다. 무릎을 탁 칠만한 새로운 작전도 필요하고 리더도 필요하다. 시즌2가 성기훈의 ‘얼음’이었다면 시즌3에서 누군가 제대로 ‘땡’ 해주길! (주성철 편집장)


“준희의 출산을 기다린다”

〈오징어 게임〉 시즌3
〈오징어 게임〉 시즌2

 

이건 반쯤은 예측에 가깝다. ‘황동혁 감독이 시즌2에서 만삭의 임산부인 준희(조유리)를 게임에 참여시킨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의문에서 시작된 예측. 첫 게임을 할 때부터 위태로웠던 준희는 금자(강애심)의 도움으로 무사히 살아남는다. 몸태나 걸음걸이만 봐도 산모를 알아본다는 금자는 준희가 “산달이 다 된” 임부인 것을 알아보고 살펴주며 말한다. “어쩌다가 그 몸으로 이런 데까지 와서…”. 준희를 바라보는 대부분의 시청자의 심정도 금자와 같지 않을까. 임산부를 생사를 건 게임에 참여시키는 설정은 다분히 억지스럽기도 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황동혁 감독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았을까.

 

시즌3에서 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여러 인물이 각성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게임을 중단하려는 무수한 시도가 다 실패로 돌아가고 좌절에 빠진 성기훈(이정재)이 다시 일어서는 계기, 책임감이 없는 명기(임시완)가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서 달라지는 계기, 어쩌면 이북에 어린 딸을 두고 온 노을(박규영)이 병정으로서 참가자들을 죽이는 것을 그만두고 게임을 중단하려는 사람들의 편에 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준희의 아이는 실패한 혁명으로 말미암아 절망감에 빠진 사람들이 다시 힘을 합치는 구심점이 되어 줄 것이다. 극단적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에서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오징어 게임>의 최종 결말을 비극적으로도 그려낼 수 있지만, 여러 인물이 각성해서 게임을 끝내는 희망적인 결말을 더 응원한다. 아무쪼록 준희가 순산하길 바란다. (추아영 기자)


“성기훈과 프론트맨에 집중하자”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2

 

치열한 게임 이후 지쳐 있는 참가자들 머리 위로 돼지 저금통이 내려온다. 쏟아지는 돈다발을 아득하게 바라보는 참가자들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진다. 각자의 몫으로 떨어진 실망스러운 액수 때문이다. 생존자가 많을수록 개인에게 주어지는 상금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극 중 세계관과 같이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유독 주요 캐릭터가 많아 이들의 매력을 보여줄 시간을 충분히 나누지 못했고 결국 이야기는 산발적으로 뻗어갔다. 시즌 2가 개성 있는 캐릭터를 소개하고 이들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다면 시즌3는 이 ‘공든 탑’을 무너뜨려야 할 것이다.

 

시즌3의 성패는 빠르게 주변 인물을 제거해 주인공 성기훈(이정재)과 프론트맨(이병헌)의 서사에 얼마나 집중하는지에 달려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본디 하나의 작품으로 기획된 <오징어 게임> 시즌 2와 시즌 3은 시즌1에 비해 상호 연관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의 아쉬운 지점은 ‘소포모어 징크스’라기보다는 트릴로지(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 가진 숙명일지도 모른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이 보여준 엄청난 추진력을 시즌 3에서 볼 수 있다면 시즌2 역시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진주 기자)


“황준호를 써먹길 바란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묻는다면 당연히 성기훈(이정재)이 정답이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의 주연이 누구냐 묻는다면, 그 대답은 곧바로 나오기 어렵다. 왜냐하면 <오징어 게임> 시즌1과 시즌2 통틀어 성기훈만큼 공들이고 있는 인물이 한 명 더 있기 때문이다. 바로 황준호(위하준)다. 황준호는 이 시리즈의 주역 중 유일하게 게임과 유리됐으면서 개근을 하고 있다. 그는 사라진 형 황인호(누군지 다 알겠지만 스포일러 방지차 적지 않겠다)를 찾기 위해 게임장에 잠입한다. 그리고 형의 행방을 알게 된다. 시즌1 황인호 행적의 요약. 시즌 2, 그는 게임이 진행되는 섬을 찾다가 성기훈과 접촉해 게임을 습격할 방법을 찾지만 이내 실패하고 ‘또’ 섬을 찾아 헤맨다. 시즌 2 행적 끝.

 

그러니까 성기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유일한 주역임에도 그가 한 일이라곤 황인호가 누구인지 보여준 것과 게임의 시스템을 알려준 것 정도가 끝이다. 시즌2에서의 섬 찾기도 성과 없이 ‘어떤 사람’이 ‘이런 사람’이란 걸 보여주는 것에서 그쳤다. 매 시즌 방영 후 수많은 밈의 범람에도 황준호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것이 이 인물의 희미한 존재감을 반영한다. 그러나 분명, 시즌 3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황준호의 활약은 좀 더 있을 것이다.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오징어 게임> 시청자들이 그에게 할애한 시간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성찬얼 기자)


“성기훈의 웃음을 찾아주세요”

〈오징어 게임〉 시즌1
〈오징어 게임〉 시즌1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2

 

풍자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블랙코미디는 실패작일 수밖에 없다. 성기훈이 정말로 영웅이 된다면 명명백백하게 실패한 시리즈가 될 것이다. 시즌2가 일부 시청자들의 불호를 낳은 이유는 성기훈이 갑작스레 판을 뒤엎고자 하는 혁명의 선봉장이 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 속 성기훈을 ‘돈키호테’처럼 그리고 싶었다는 언급을 한 걸 보면, 아마 황 감독 역시 성기훈의 정의감이 우스꽝스러운 영웅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런데, 시즌2에서는 성기훈의 우스꽝스러운 면모보다는 정의감, 이타심만이 부각되어 시청자는 그에게 이입해야 할지, 혹은 그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 헷갈리는데, 이는 <오징어 게임> 시즌2의 호불호를 야기한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첫 투표 때 갑작스레 “난 이 게임을 해봤어요”라고 소리친다거나 어설픈 전략으로 반란을 주도한다거나. 치밀하고 영리하지 못한 성기훈의 돌발 행동들은 정말 감독이 성기훈의 모순을 꼬집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은 장면인지, 혹은 작품의 개연성이 부족한 것인지 헷갈리는 지경에 온다. 만약 감독이 그렇게 의도했더라도 대중이 감독의 뜻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건 명명백백하게 소통에 실패한 작품이고, 감독이 설명을 덧붙여야만 의도대로 읽을 수 있는 블랙코미디라면 대중의 오인을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성기훈이 끝내 성공을 거둔다면 더욱 작품의 의도는 흐려질 것이다.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