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케빈 스페이시 없는 <하우스 오브 카드> 새 시즌,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간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올 더 머니>와 같은 고민이지만, 문제는 이 인기 드라마가 이미 다섯 시즌이나 이어왔다는 것입니다. 재촬영하거나 주인공을 바꾸기도 참 애매한 상황이지요. 우선 넷플릭스의 CCO 테드 사란도스는 시즌 6이 <하우스 오브 카드>의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마지막 시즌은 케빈 스페이시가 맡았던 ‘프랭크 언더우드’가 아니라, 그의 아내 클레어 언더우드(로빈 라이트)가 단독으로 끌고 간다는 계획입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온갖 권모술수가 판치는 미국 정계를 그린 정치 스릴러입니다. 케빈 스페이시는 출세를 위해서라면 말 그대로 무슨 짓이든 하는 인물로 그려지며 극을 주도해왔습니다. 그는 이 시리즈의 제작자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는 물론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도 케빈 스페이시와 작업하지 않겠다며 빠르게 그를 지워버렸습니다.

작품 안팎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남자 ‘케빈 스페이시’의 악행으로 위기에 처한 드라마를 여배우 로빈 라이트가 살린다는 묘안이 지나치게 전략적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그녀는 이미 작품 내에서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로빈 라이트는 이 배역으로 골든 글로브에만 3번 노미네이트되었고 1번 수상했었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카리스마가 폭발했던 시즌 2에서 클레어는 자신이 대학시절, 장군 달톤 맥기니스에게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이 보도를 보고 용기를 낸 다른 여인들도 마치 ‘미투 운동’처럼 성폭력 사건을 연이어 폭로하게 되지요. 물론 클레어 역시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거나, 진심으로 인권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은 아닙니다. 성폭력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사람은 아예 죽여버리는 무서운 책략가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시즌 5에서 클레어는 더러운 방법으로 대통령이 되었다가 사임한 프랭크를 대신해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군사작전으로 테러집단의 리더를 사살하고 여론이 긍정적으로 바뀐 틈을 타, 남편의 사면을 발표할 수도 있었지만 이를 무시해버리지요. 성조기를 만지작거리던 클레어는 남편의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그동안 관객들에게 자신의 속내를 말할 수 있는 메타픽션(Metafiction) 캐릭터는 프랭크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클레어가 관객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제 자신의 차례가 왔다고 선언합니다.

클레어와 프랭크는 보통의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부부였습니다. 서로의 불륜을 용인하고 살인 같은 중범죄를 공모하는 초월적인 동반자였지요. 그러나 시즌 5의 마지막에서 클레어는 독립했으며 이제 자신에게 필요 없어진 카드 ‘프랭크’를 살려둘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케빈 스페이시의 성추문 의혹이 터졌을 때, 넷플릭스가 프랭크를 죽은 것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버라이어티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시즌 6의 도입부에선 클레어가 프랭크의 살인을 사주한 후, 빠르게 자신의 세력을 구축해가는 스토리가 전개될 것입니다. 그 사이 측근의 테러 위협 조작과 폭언 녹취 파일로 자멸한 콘웨이 진영이 태세를 정비하고 클레어를 다시 압박해올 것입니다. 아마도 대통령 취임 직전에 클레어가 자신의 불륜 상대인 톰 예이츠를 죽였다는 증거가 그들의 무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