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말말말] 마틴 프리먼 "<셜록>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지난 한 주간 할리우드의 동향을 살피려면, 캘리포니아를 잠깐 떠나 텍사스 오스틴의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이하 SXSW)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INTV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행사 모두 영화와 드라마 업계에서 향후 몇 년간 공개될 신작을 소개하고, 업계의 동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SXSW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이 첫 선을 보였고, 대런 아로노프스키, 에단 호크 등 할리우드 대표 필름 메이커들이 컨퍼런스를 열었다. 전 세계 드라마 스튜디오의 컨퍼런스인 INTV에서는 기대할 만한 작품들의 제작 상황을 공유했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놀랍고 경악할 만한 발언들이 많이 튀어나왔다. 절대 지루할 일 없는 할리우드의 한 주를 살펴본다.

마틴 프리먼은 BBC <셜록>의 왓슨 박사로 몇 년간 전 세계 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프리먼 본인은 이제 셜록 역할을 하는 것이 기쁘지만은 않은 듯하다.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셜록>은 시즌 4를 끝으로 ‘잠깐 멈춤’ 상태라고 생각하고, 팬들의 ‘지나치게 열렬한’ 반응을 그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프리먼은 “팬들의 기대와 압박을 견디는 게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셜록>이 엄청나게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를 부응하는 것이 힘들다”라고 말했다. 팬들의 사랑은 감사하지만 “이거 안 하면 넌 개xx야”라는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들으면 더 이상 작품을 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덧붙였다.
<셜록> 시즌 4는 2017년 1월 방영됐는데, 이전 시즌에 비교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시즌 4 방영 전후로 프리먼과 베네딕트 컴버배치(셜록 역)의 ‘미친 스케줄’ 때문에 시즌 5 제작 가능성은 낮다는 보도도 있었다. BBC는 아직 시즌 5 제작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에단 호크가 SXSW 컨퍼런스에서 30년 이상 이어온 활동을 돌아보며, 특히 <비포 시리즈>와 <보이후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호크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줄리 델피와 함께 해온 3부작이 완전한 결말을 맞이했다고 보고 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20대의 제시와 셀린이 40대 부부의 말싸움을 보고 있었다면, <비포 미드나잇>에서 40대의 제시와 셀린이 바로 그 커플이 되었다며, “릭(리처드 링클레이터)과 줄리(델피)의 입장은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게 끝이라고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호크는 링클레이터 감독과 함께 12년간 <보이후드>를 촬영한 것에 대해 좋은 프로젝트이지만 “인내심이 정말 필요했고, 다시는 하지 못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보이후드>가 정말 퀄리티 높은 작품이긴 하지만 실험적 성격이 강해서 뉴욕 현대미술관 같은 곳에서나 상영될 거라 생각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보이후드>는 12년간 4백만 달러를 들여 제작했고, 2014년 개봉 이후 전 세계에서 4450만 달러 흥행 성적을 기록했고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의 후보 지명을 받았다.

2017년 HBO를 이끈 쌍두마차 작품은 전통의 강호 <왕좌의 게임>과 우먼 파워를 제대로 보여준 <빅 리틀 라이즈>라 할 수 있다. 미니시리즈로 기획된 <빅 리틀 라이즈>는 열렬한 반응에 힘입어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는데, 막상 채널에는 크게 이득이 되는 결정은 아닌 듯하다. HBO 드라마 부문 부문장인 프란세스카 오씨는 <빅 리틀 라이즈>의 제작비 규모가 꽤 크다고 밝히며, 제작비를 많이 투여하는 데 비해 그들에게 오는 이익이 크지 않은 상황을 ‘강간당한’ 것에 비유했다. 오씨는 이후 성명서를 통해 자신의 잘못된 언어 선택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빅 리틀 라이즈>는 주연 겸 제작을 맡은 리즈 위더스푼과 니콜 키드먼을 비롯, 로라 던, 쉐일린 우들리, 조이 크라비츠 등 할리우드를 이끌어가는 여배우들의 팽팽한 연기 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시즌 1 당시 위더스푼과 키드먼의 회당 출연료는 25만~35만 달러였지만, 시즌 2 제작이 확정되면서 출연료가 많이 인상됐다. 던, 우들리, 크라비츠의 출연료 인상폭도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HBO 편성 사장 케이시 블로이스는 프리미엄 TV 시리즈의 제작비 인상이 퀄리티로 항상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아이디어의 규모에 따라 때로는 돈이 많이 필요할 때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더 크라운>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역을 맡은 클레어 포이가 그동안 여왕의 남편을 연기한 맷 스미스보다 출연료를 적게 받아온 사실이 공개됐다. 프로듀서들은 두 배우의 출연료가 차등 지급된 것은 맷 스미스가 TV 시리즈 주연으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클레어 포이는 2008년부터 다수의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해 왔으나 원톱 주연을 맡은 적은 없었다. 반면 맷 스미스는 3년간 <닥터 후>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제작자들은 출연료 차등 지급 문제를 시정할 것이라 밝혔다. 총괄 프로듀서 중 한 명인 수잔 맥키는 “앞으로 누구도 여왕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없다”라고 말하며 타이틀롤을 연기할 배우가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게 될 것이라 공언했다. 제작을 앞둔 <더 크라운> 시즌 3에서는 출연 배우 교체가 있다. 제작자의 말대로라면 엘리자베스 여왕을 연기할 올리비아 콜먼이 시즌 3에서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게 될 것이다. <더 크라운> 시즌 3에는 콜먼 외에 헬레나 본햄 카터(마가렛 공주)가 출연을 확정했다.

<툼레이더> 리부트 영화 개봉 후 인터넷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주제는 다름 아닌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의 ‘가슴 사이즈’다. 유튜브에서 ‘Amazing Atheist Guy’라는 영화 리뷰 채널을 운영하는 네티즌 ‘커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라라 크로프트’를 연기하기엔 가슴이 너무 작다고 공개 발언했다. ‘Amazing Atheist’는 구독자 수가 1백만이 넘는 채널인 만큼 커크의 발언은 짧은 시간 내에 트위터에 퍼졌고, 다수의 트위터 이용자는 그의 성차별적 발언에 엄청난 비난을 쏟아냈다. 한 이용자는 “1996년 <툼레이더>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 라라 크로프트의 가슴은 삼각형이었다”라고 지적하며 “캐릭터 가슴의 크기와 모양으로 연기 능력을 판단하는 짓은 당장 그만두라”고 비난했다. 한 팬은 비칸데르의 ‘라라’는 2013년 리부트 게임에서 나왔는데, 그 게임 속 라라는 오리지널보다 훨씬 덜 성차별적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툼레이더> 라라 크로프트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 게임에서 여성 캐릭터의 선구자로 꼽혀왔다. 하지만 1996년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섹스어필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다. 2001년 개봉한 <툼레이더>에서 라라를 연기한 안젤리나 졸리는 패드를 덧대 가슴을 크게 보이게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끊임없는 비판에 게임 제작사 또한 새로운 버전을 내놓을 때마다 ‘라라’의 몸매를 좀 더 현실적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겨울달 / 에그테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