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2010년작 <시> 이후, 무려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입니다.

원작은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합니다. 주인공은 친척의 결혼식에서 알게 된 독특한 매력의 여인 그리고 그녀가 알제리에서 만났다는 애인과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인데요. 어느 날 셋이 술을 마시다가 주인공은 이 부잣집 청년의 섬뜩한 고백을 듣게 됩니다. 자신이 재미 삼아 모르는 사람의 헛간을 태우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이후, 인근의 헛간을 조사하고 혹시 그가 불을 지르지 않을까 감시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방화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주인공은 묘한 초조함에 시달립니다. 그러던 중 그녀가 홀연히 사라지게 되지요.

해석할 여지가 많은 단편이어서 실제로 영화에서는 어떻게 변주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이창동 감독은 우선 세 젊은이의 관계를 모티브로 각본을 썼는데요. ”지금 젊은 사람들이 세상을 보면서 세상과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라고 설명했다는군요.

<메이헴>

유아인, 스티븐 연, 신인 전종서
주인공 택배기사 종수는 유아인이 맡았습니다. 또한 미국 TV시리즈 <워킹 데드>의 스티븐 연이 재벌 2세 벤을 연기합니다. 그리고 수개월간의 오디션 끝에 발탁된 신인배우 전종서가 종수가 사랑하는 고향친구 해미로 출연합니다.

요즘 종종 ‘자의식 과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흥행 배우 유아인, <워킹 데드> 이후 <메이헴>, <쏘리 투 보더 유> 등의 장르물에서 글로벌 스타로 성장하고 있는 스티븐 연, 연기 경험이 전혀 없어서 베일에 싸인 신인 배우 전종서라니, 그 조합만으로 흥미가 가는 작품입니다.

신인 배우 전종서.

<밀양>과 <시>, 여우주연상과 각본상 수상
이창동 감독의 2008년 작품 <밀양>은 전도연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으로 이어졌고 2010년 작품인 <시>는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아직 2018년 칸영화제의 각 부문별 초청작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이창동의 <버닝>은 ‘버라이어티’, ‘인디와이어’, ‘데드라인’ 등의 해외 매체에서 경쟁 부문에 초청될 가장 유력한 영화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조심스럽게 수상을 점치는 매체들도 많습니다.

사실 해외에 큰 영화제가 있을 때마다, 스포츠 중계처럼 과정을 소개하는 것이 마뜩잖습니다.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에 대해서는 국내 보도조차 찾아보기 힘든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봉준호 감독의 <옥자> 등이 수상하지 못하자, 대한민국 영화가 2년 연속 수상에 실패했다며 호들갑을 떠는 기사들도 많았습니다.

올해 칸에는 어떤 한국영화가 진출할까
그럼에도 수상과는 상관없이 국내 영화가 해외 관객을 만나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입니다. 우선 가장 먼저 구상범 감독의 <우체통>이 비경쟁 단편영화 부문(Short Film Corner)에 공식 초청 받았다는 소식입니다. 이 외에도 ‘황금성 사건’을 모티브로 한 윤종빈 감독의 북파 간첩이야기 <공작>, 단편 <히치 하이커>로 칸영화제에 초청되었던 윤재호 감독의 <뷰티풀 데이즈> 등의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에 출품했고 상영작으로 선정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이창동의 <버닝>을 포함한 한국 영화가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