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계속 돌려본 <로건> 예고편

2016년 말, 영화 <로건> 티저 예고편을 봤다. 삭막한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디스토피아 히어로 누아르풍의 영상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시사회로 이 영화를 누구보다 빨리 접했는데 이상하게 이 예고편을 계속 돌려봤다. 아마도, BGM인 조니 캐시의 ‘허트’(Hurt)가 주는 고독한 정서 때문이었던 듯싶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타를 집어 들고 악보를 인쇄해 ‘허트’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에 집에 기타가 있었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 치던 건데, 장롱 위에 잠들어있기 일쑤였다. 내가 때때로 배우고 싶어서 꺼내달라 하고는 손대지 않은 적이 태반이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기타를 배워야겠다 마음먹었던 건 2010년이었다. <원스>를 본 후였다.

<원스>

존 카니 감독의 <원스>는 아일랜드 밴드 ‘더 프레임즈’의 글렌 한사드가 주연을 맡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어쿠스틱 기타로 빚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음악에 빠져들기 딱 좋았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고, DVD를 빌려보고, TV에서 해주면 또 보고. 그렇게 대여섯 번을 보고 난 후에야 마침내 장롱 위에 있는 기타가 생각났다. 때마침 나는 일종의 도전 정신으로 학교를 1년 휴학할 예정이라, 남는 시간에 데임이란 메이커의 기타강의 DVD로 천천히 연습해보기로 했다.

에디터가 연주한 <원스> ‘폴링 슬로울리’ 도입부

원래는 영화 오프닝의 ‘세이 잇 투 미 나우’(Say It To Me Now)를 연주하고 싶었다. 악보를 보니 ‘#’이니, M이니 Bsus2라는 이상한 코드가 있었다. 무서웠다. 바로 포기했다. 대신 그 유명한 (그리고 느린) ‘폴링 슬로울리’(Falling Slowly)를 연습했다. 악보를 못 보니 앞부분은 통짜로 외우면서 차츰 익혀갔지만 (이래서 무식하면 몸이 고생이다) 후렴구로 넘어가는 구간에 F코드가 있었다. F코드의 벽에 막혀 점차 기타와 멀어졌고, 군대에 가게 됐다. 그렇게 기타를 다시 잡지 못했다.

<싱 스트리트>. 이것이 F코드 같은 바레코드.
에디터가 연주한 <로건> ‘허트’

다시 기타를 꺼내들고 ‘허트’를 연습한 게 2017년 4월 경이니까, 거의 6년 만에 기타를 잡은 셈이다. 이전에도 죽자 살자 기타를 연습했던 게 아니니, 당연히 손에 익지 않았다. 그래도 ‘허트’는 코드 네 개에 스트로크도 어렵지 않아서 (원래는 더 복잡한 곡인데 쉬운 걸로 연습했다), 처음으로 노래 하나를 완주했다. 소리가 잘 나는지, 매 음이 제대로 일치하는지 잘 모르겠다. 남들이 듣기 좋을 만큼 연주하는지 확신이 없어서 아직도 누구 앞에서 연주해본 적이 없다. 다만 좋아하는 곡을 연주한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

<라스트 오브 어스 2>의 티저 예고편

다음에 연습한 곡 역시 예고편에 나온 음악. 영화 예고편은 아니다.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2>의 티저 예고편에 등장한 ‘워크 스루 더 밸리’(Walk through the valley).  여기저기서 교육 영상을 찾아보니 바레코드(F코드처럼 검지로 한 칸을 덮는 코드)가 기본인 곡인데, 다행히 카포가 있으면 연주 가능. 동네에 있는 가게에서 카포를 사다가 또다시 한 땀 한 땀 외우기 시작했다. 욕심내지 않고 곡 전체가 아닌 일부만 하니, 금방 외웠다. 연주 완성도는 역시 장담할 수 없지만, 한 곡이라도 더 연주할 수 있다는 게 괜스레 뿌듯했다.

<로건> 메인 예고편
에디터의 (난잡한) ‘웨이 다운 위 고’

두 곡을 독파하고 이제는 신나는 곡 하나쯤 배워둘 만한데, 다시 <로건>의 곡으로 돌아갔다. 2차 예고편에 등장한 칼레오(Kaleo)의 ‘웨이 다운 위 고’(Way Down We Go). 앞부분만 쳐보고 꽤 패기롭게 시작했는데, 아직도 완주를 못하고 있다. 일렉트릭 기타가 강렬하게 사용된 간주 부분에 매번 멈춰 서고 만다. 아직도 1절만 간신히 연주하는데, ‘연주해서 즐거우면 되지 뭐~’ 하면서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스스로 위안 삼고 있다.

<러덜리스> ‘리얼 프렌드’ (부제: 멈칫하는 곳에 F코드가 있다 알려라)

이제 신나는 곡을 하나라도 알자 싶어서 영화 <러덜리스>의 ‘리얼 프렌드’(Real Friends)를 연습하고 있다. <러덜리스>는 죽은 아들을 기억하며 요트에서 살고 있는 샘(빌리 크루덥)과 그의 음악을 들은 아마추어 뮤지션 쿠엔틴(안톤 옐친)의 이야기를 다룬다. ‘리얼 프렌드’는 샘(빌리 크루덥)이 쿠엔틴(안톤 옐친)과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서 연주하는 곡으로, ‘내가 네 동생을 때리거나 신발에 오줌을 싸도 내 친구 해줄래? 난 항상 네 친구일 거니까’라고 묻는 가사가 참 귀엽다.

언급한 곡 외에도 대런 코브의 ‘세팅 새일, 커밍 홈’(Setting Sail, Coming Home)이나 몇몇 동요들도 종종 연주해보곤 한다. 여전히 F코드는 불협화음이고, 코드를 바꿀 때마다 버벅거리는 게 일상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면서 영화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건 은근한 즐거움이 됐다. 여전히 ‘연주’라는 단어나 ‘기타를 배운다’는 표현이 과할 정도로 왕초보지만, 언젠가는 기타를 들고 다니며 연주할 수 있을 실력이 되고 싶다.

로건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휴 잭맨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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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감독 존 카니

출연 글렌 핸사드, 마르게타 이글로바

개봉 2006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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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덜리스

감독 윌리암 H. 머시

출연 안톤 옐친, 빌리 크루덥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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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