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거윅, <레이디 버드>

4월 개봉작 <레이디 버드>, <달링>,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공통점. 바로 배우들이 직접 연출을 맡은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들을 연출한 배우 그레타 거윅, 앤디 서키스, 존 크래신스키 모두 감독으로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호평이 줄을 잇는 <레이디 버드>의 그레타 거윅, <달링>의 앤디 서키스는 무려 이 작품들이 감독 데뷔작이다. 과거에도 감독으로 성공한 배우들의 사례는 상당히 많다. 그 가운데, 첫 번째 연출작부터 호평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들을 정리했다.

앤디 서키스, <달링>
존 크래신스키, <콰이어트 플레이스>
레이디 버드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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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플레이스

감독 존 크래신스키

출연 에밀리 블런트, 존 크래신스키, 노아 주프, 밀리센트 시몬스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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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감독 앤디 서키스

출연 앤드류 가필드, 클레어 포이

개봉 2017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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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1971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가장 성공적으로 연기와 연출을 병행해온 영화인이다. 1960년대 초 TV 서부극들로 이름을 알리던 그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웨스턴 <황야의 무법자>(1964), <석양의 건맨>(1965), <석양의 무법자>(1966)에 출연하며 미국의 마초를 상징하는 얼굴이 됐다. 또 다른 대표작 '더티 해리' 시리즈가 처음 선보이던 1971년, 이스트우드는 감독 데뷔작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를 내놓았다. 라디오 DJ가 그에게 집착하는 여성 팬에게 린치 당하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이 작품의 호평과 흥행으로, 그는 감독과 배우로서 영화 사상 유례가 없는 커리어를 쌓았다. <평원의 무법자>(1973), <무법자 조시 웰즈>(1976), <더티 해리 4: 써든 임팩트>(1983), <페일 라이더>(1985), <버드>(1988), <용서 받지 못한 자>(1992), <퍼펙트 월드>(1993),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 <미스틱 리버>(2003),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그랜 토리노>(2008), <아메리칸 스나이퍼>(2014) 등 대표적인 연출작만 추려도 이렇게 화려하다. 당대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칭해도 손색이 없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현장의 이스트우드
<석양의 무법자>

톰 행크스

<댓 씽 유 두>
1996

<댓 씽 유 두>

<필라델피아>(1993), <포레스트 검프>(1994)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며 1990년대 세계 최고의 배우로 올라선 톰 행크스는 1996년 첫 연출작 <댓 씽 유 두>를 발표했다. 1960년대, 아마추어 드러머가 우연한 기회로 밴드에 가입해 전국구 인기밴드로 발돋움하는 이야기 역시 행크스가 직접 쓴 것. 주제곡 'That Thing You Do!'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영화에 대한 호평도 많았지만, 흥행 성적은 제작비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었다. 2년 후, 행크스는 영화 속 밴드가 소속된 레이블 이름 '플레이톤'을 본뜬 제작사를 차려 수많은 흥행작을 제작했다. <댓 씽 유 두>으로부터 15년 후, 줄리아 로버츠와 호흡을 맞춘 로맨틱 코미디 <로맨틱 크라운>(2011)로 다시 한번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댓 씽 유 두> 현장의 행크스
<포레스트 검프>

케빈 코스트너

<늑대와 춤을>
1990

<늑대와 춤을>

1980년 초 데뷔반 케빈 코스트너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갱스터물 <언터처블>(1987), 야구를 소재로 한 감동적인 드라마 <꿈의 구장>(1989) 등으로 세를 넓혔다. 1990년엔 프로듀서 짐 윌슨과 제작사 '틱'을 세워, 남북전쟁을 그린 3시간 짜리 서부극 <늑대와 춤을>을 선보였다. 연출과 주연을 겸한 이 감독 데뷔작으로 코스트너는 제작비의 20배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했고,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감독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리고 <로빈 훗>(1991), <JFK>(1991), <보디가드>(1992), <퍼펙트 월드>(1993) 등 배우로서도 승승장구했다. <늑대와 춤을>의 거대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1997년과 2003년, <포스트맨>과 <오픈 레인저> 두 영화만을 연출했다.

<늑대와 춤을> 현장의 코스트너
<퍼펙트 월드>

로버트 드 니로

<브롱스 이야기>
1993

<브롱스 이야기>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배우로 손꼽혀도 손색이 없는 그 이름, 로버트 드 니로는 1993년 <브롱스 이야기>을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1990년 채즈 팰민테리의 연극 <브롱스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마을을 장악한 깡패(원작자 팰민테리가 연기했다)로부터 아들을 구하려는 버스 운전사의 이야기로, 드 니로가 직접 주인공을 연기했다. 최고의 갱스터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찬사가 대단했다. <브롱스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사선에서>(1993) 속 존 말코비치가 연기한 악당 캐릭터를 포기했다고 알려져 있다. 맷 데이먼,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스파이 영화 <굿 셰퍼드>(2006)는 그의 또 다른 연출작이다.

<브롱스 이야기> 현장의 드 니로
<택시 드라이버>

사라 폴리

<어웨이 프롬 허>
2006

<어웨이 프롬 허>

아역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사라 폴리는 잭 스나이더의 첫 영화 <새벽의 저주>(2004)의 주연으로 활약 후, 2006년 앨리스 먼로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출작 <어웨이 프롬 허>를 발표했다. 주인공은 44년을 함께한 부부. 아내 피오나가 알츠하이머를 앓게 돼 요양원에 입원하고, 남편 그랜트는 기억을 잃은 피오나가 그곳에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걸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절절한 로맨스다. 감독이 된 배우들이 대부분 자기 스스로 주연으로도 참여했던 것과 달리, 폴리는 카메라 뒤에 서기를 고수했다. 미셸 윌리엄스 주연의 지극히 현실적인 로맨스 <우리도 사랑일까>(2011)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2013)를 연출하고, 넷플릭스 드라마 <알리아스 그레이스>(2017)의 시나리오도 썼다.

<새벽의 저주>

벤 애플렉

<가라, 아이야, 가라>
2007

<가라, 아이야, 가라>

벤 애플렉은 친구 맷 데이먼과 같이 각본을 쓴 <굿 윌 헌팅>(1997)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아마겟돈>(1998), <진주만>(2001), <썸 오브 올 피어스>(2002) 등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인기가 한풀 꺾일 즈음, 애플렉은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을 원작 삼아 감독으로서 첫 영화 <가라, 아이야, 가라>(2007)를 만들었다. 주연은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2007)로 연기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 벤의 동생 케이시 애플렉이 맡았다. 스릴러의 외피를 띄면서 미국 내 아동 보호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원작의 무게 있는 필치를 잘 살렸다는 평으로 감독으로서 합격점을 받았다. 이후 여러 갈래의 영화에 출연하는 와중 연출한 두 스릴러 <타운>(2010), <아르고>(2012)로 '영화 잘 만드는 감독'이란 칭호가 어색하지 않게 됐다. 특히 <아르고>는 그해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등의 작품상, 감독상을 휩쓰는 쾌거를 이루었다. 다시 한번 루헤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리브 바이 나이트>(2016)를 내놓은 애플렉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으로 DC 유니버스에 합류해 꾸준히 '배트맨' 시리즈 감독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가라, 아이야, 가라> 현장의 애플렉 형제
<저스티스 리그>

벤 스틸러

<청춘 스케치>
1994

<청춘 스케치>

1987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쟁영화 <태양의 제국>의 조연으로 데뷔한 벤 스틸러는 폭스TV의 코미디 프로그램 <벤 스틸러 쇼>로 점점 세를 넓혀갔다. 영화계에서 그는 배우보다는 감독으로서 보다 먼저 인정 받은 케이스다. 1990년대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위노나 라이더, 에단 호크, 그리고 본인을 내세운 <청춘 스케치>(1994)를 발표해 성공적인 감독 신고식을 치렀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들의 사랑과 방황을 그린 영화는 지금까지 청춘영화의 고전으로 언급되고 있다. 짐 캐리 주연의 두 번째 영화 <케이블 가이>(1996)까지 성공시킨 스틸러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 <미트 페어런츠>(2000), <박물관이 살아있다!>(2006) 등을 거치며 영화배우로서도 제 영역을 확실히 구축했다. <쥬랜더>(2001), <트로픽 썬더>(2008),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 등 이따금씩 '감독'의 재능을 확실히 자랑하고 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현장의 스틸러
<박물관이 살아있다>

기타노 다케시

<그 남자 흉폭하다>
1989

<그 남자, 흉폭하다>

당대 일본 영화계의 손꼽히는 거장 기타노 다케시는 코미디언으로 데뷔 했다. 코미디 듀오 '투 비트' 중 하나로 '비트 다케시'라는 이름을 썼고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뮤지션 데이빗 보위, 사카모토 류이치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오시마 나기사의 글로벌 프로젝트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에 조연으로 참여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바 있다. 감독 데뷔는 다케시에 대한 구설수가 극에 달했던 1989년의 <그 남자, 흉폭하다>. 애초에 다케시는 주연으로 캐스팅 됐지만 감독으로 예정됐던 전설적인 감독 후카사쿠 킨지(타케시는 2000년 킨지의 유작 <배틀로얄>에 출연했다)의 추천으로 결국 메가폰을 잡게 됐다.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했던 다케시는 자기만의 이미지로써 다소 헐렁했던 서사를 보완했고,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1-2년 꼴에 1편씩 꾸준히 영화를 만드는 감독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소나티네>(1993), <하나-비>(1997), <기쿠지로의 여름>(1999), <자토이치>(2003) 등은 해외에서 반응이 더 뜨거웠다.

<하나-비> 현장의 다케시
<전장의 크리스마스>

조지 클루니

<컨페션>
2003

<컨페션>

오랫동안 지구에서 가장 섹시한 배우로 군림했던 조지 클루니는 2002년 <컨페션>을 발표해 지구에서 가장 섹시한 감독 자리까지 꿰찼다. <존 말코비치 되기>(1999), <이터널 선샤인>(2004)의 시나리오를 쓴 찰리 카우프만이 쓴 우습지만 잔인한 부조리극을 충실히 영화로 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오션스 트웰브>(2004), <시리아나>(2005)에 출연하는 가운데, 2005년 본인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두 번째 영화 <굿나잇 앤 굿럭>을 만들어 베니스 영화제, 아카데미/골든 글로브 시상식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레더헤즈>(2008), <킹메이커>(2011),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2014), <서버비콘>(2017) 등 3년에 한편 꼴로 신작을 내놓으며 감독으로서의 의지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현장의 클루니
<인 디 에어>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