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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몸에 좋다는 차가운 복수 하나요~ 북미 네티즌이 뽑은 차가워 맛있는 복수 영화

성찬얼기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남의 눈에 눈물 내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 이처럼 복수에 관한 명언들은 대체로 받은 만큼 되돌려 줘야 한다는 뜨거움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어떤 복수는 제 일임에도 뜨겁게 보복하기보다 오히려 남일처럼 차갑게 돌려줌으로써 강렬한 인상을 남기곤 한다. “복수는 차갑게 먹을 때 가장 좋다”(la vengeance est un plat qui se mange froid)라는 프랑스 격언처럼, 뜨겁게 불사르는 것 대신 마치 차갑게 내려앉은 마음으로 받은 것의 곱절을 돌려주는 영화들을 모았다. 해당 작품들은 북미 최대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네티즌들에게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외에도 여러분이 사랑하는 차가운 복수극이 있다면 댓글로 함께 공유해주길.

※ 복수극이므로 각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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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리버〉 코리(제레미 레너,왼)와 제인(엘리자베스 올슨)

 

윈드 리버

 

글자 그대로 ‘차가운’ 복수의 성공을 담은 영화 <윈드 리버>.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로스트 인 더스트> 등을 집필해 새로운 웨스턴의 지평을 넓힌 테일러 쉐리던의 첫 연출작이다(물론 각본도 썼다). 설원에서 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최초 발견자이자 야생동물 보호 요원 코리(제레미 레너)와 신입 FBI 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이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과정을 풀어낸다.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코리가 진범을 설원에 던져놓음으로써 사건의 마지막 단추를 껴 넣는다. 피해 당사자도, 피해자의 가족도 아닌 코리의 복수는 그 나름대로의 속죄라는 점도 여느 복수극과 결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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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이우진(유지태)

 

올드보이

 

그렇다. 서구권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 <올드보이>의 복수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여 성공한 복수인지. <올드보이>는 15년간 사립 독방에 갇혔다가 풀려난 오대수가 자신을 가둔 남자에게 복수하고자 찾는 과정을 그린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삼부작’ 중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표작으로, 한국영화계에 복수라는 소재를 주류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극중 이우진(유지태)은 오대수(최민식)에게 복수하고자 십여 년을 기다렸고 “복수는 건강에 좋다!”라는 궤변까지 늘어놓는다. 그렇지만 이 차가운 복수의 서늘함이 모든 것이 끝난 후 자신의 목까지 옥죌 것임을 몰랐을 터. 이우진은 결국 자기 자신이 준비한, 차갑게 식힌 복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퍼니셔〉 프랭크 캐슬(토마스 제인)
〈퍼니셔〉 프랭크 캐슬(토마스 제인)

 

퍼니셔 (2004)

 

원작 달라서 비판받았지만, 지나고 보니 원작과 다른 맛에 은근히 회자된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하지만 당사자는 고민 없이 방아쇠부터 당기고 볼 것 같다.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 퍼니셔를 주인공으로 한 2004년 영화 <퍼니셔>는 여타 퍼니셔 작품과 다르게 복수귀가 된 퍼니셔를 내세웠다. 퍼니셔가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캐릭터이긴 하나 그의 아이덴티티는 ‘범죄자라면 일격 척살’이란 이념인데 그것이 이 영화에는 없었던 것. 토마스 제인의 퍼니셔는 자신의 일가족을 죽인 하워드 세인트(존 트라볼타)만을 집요하게 노린다. 팬이 많은 원작을 다룬다면 으레 그렇듯 원작과 다른 캐릭터성은 팬들에게 지적을 받는 계기가 됐다. <퍼니셔>도 그런 점에서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는 이 복수에 매몰된 퍼니셔가 이 영화만의 유니크한 특징이 돼 나름의 팬덤이 생기기도. 복수를 성공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꼭 코믹스의 한 장면처럼 쿨하게 받아치는 모습이 배드애스(Badass) 매력 뿜뿜이다.


〈존 윅〉 존 윅(키아누 리브스)
〈존 윅〉 존 윅(키아누 리브스)

 

존 윅

 

판이 점점 커지다보니 잊곤 하지만, <존 윅> 시리즈의 시발점은 복수였다. 은퇴하고 얌전히 살고 있는 ‘부기맨’ 존 윅(키아누 리브스)을 킬러들의 세계에 다시 돌아오게 한 건, 그의 아내가 죽기 전 남긴 반려견을 건드린 안하무인한 사내였다. 만일 그가 동물을 사랑하거나 혹은 좀 더 예의가 발랐다면 <존 윅>은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존 윅이 반려견(이자 아내의 유산)의 복수에 성공하자, 그를 이용하려는 자가 나타나 존 윅에게 복수를 당하고, 그러자 위원회가 존 윅에게 현상금을 걸고… 이렇게 폭력의 무한 굴레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존 윅은 격정적인 연설이나 격정적 감정 표현조차 한 번 하지 않는다. 오로지 앞길을 막는 세력을 모조리 제거할 뿐. 현재 시리즈의 최신편 <존 윅 4>의 마지막의 마지막 장면(쿠키 영상)마저 복수인 것을 보면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테마라고 볼 수 있겠다.


〈맨 온 파이어〉 크리시(덴젤 워싱턴, 왼)와 그의 경호 대상 피타(다코다 패닝)
〈맨 온 파이어〉 크리시(덴젤 워싱턴, 왼)와 그의 경호 대상 피타(다코다 패닝)

 

맨 온 파이어

정장을 입은 사내가 아이를 보호하는 듯한 포스터에 속지 마라. 이 영화도 복수극이다. 요약하자면 그 아이 때문에 남자가 복수에 나서는 내용이다. 영화 초반, 크리시(덴젤 워싱턴)가 경호 대상 피타(다코다 패닝)와 가까워지는 훈훈한 전개에 깊게 빠질수록 관객의 분노도 따라 커진다. 피타가 납치되고 크리시가 그 배후 집단을 척결하는 과정이 메인이기 때문. 덴젤 워싱턴의 매력적인 연기에 토니 스콧 감독의 영상미가 더해져 굉장히 냉정하면서도 동시에 화려한 느낌을 준다. 덴젤 워싱턴 필모그래피의 액션 대표작이라면 이 영화보다 <더 이퀄라이저> 시리즈가 먼저 떠오르지만, <맨 온 파이어>가 그 원류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비슷하면서 더 차분한 복수이라면 베니시오 델 토로 주연의 <시카리오> 시리즈를 보는 것도 추천한다.

〈맨 온 파이어〉
〈맨 온 파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