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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봄맞이, 반려식물 들이쉴? 원예 뽐 넣어주는 영화 3

성찬얼기자

바야흐로 생명이 움트는 봄이다. 꽃이 피고 새싹이 트는 4월, 그래서인지 최근 소비 경향에 원예 도구나 식물이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도 베스트 키워드에 오를 정도이니, 봄만큼은 나도 반려식물 하나쯤 들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혹여 내가 식물이 키울 준비가 됐을까 의구심이 들어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면, 이 영화들을 보라. 아마도 반려식물 들이기에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 (2020)

 

꽃을 피우는 건 시간과 정성일 것이다. 그러나 한 송이, 두 송이를 넘어 정원을 채울 만큼 꽃을 피우는 건 사람과 마찬가지로 돈이 드는 일이다. 베르네(카트린 프로)는 가업을 이어 장미정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슬슬 힘에 부친다. 원예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에서 보내는 인수 제안은 매몰차게 거절하고 있지만 정원을 이어갈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정원의 유일한 직원 베라는 묘안을 내는데, 바로 보호관찰 중에 있는 사람들을 저렴하게(!) 고용해서 원예사로 쓰는 것. 원예라곤 하나도 모르는 직원들을 데리고 베르너는 가업 장미정원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일종의 오피스 코미디를 비튼 것 같은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은 예상외로 원예에 무척 진심이다. 작중 베르너가 종자 접목으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과정이 상세하게 나온다. 실제 세계장미회와 장미 품종 개발을 했던 기업 도리외, 메이앙 등이 자문을 했다고 하니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는 감독 피에르 피노드가 원예가였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담은 영화이기 때문. 즉 내적으론 원예가 가업인 여성이 새로운 세대를 발견하고 미래를 여는 내용이고, 외적으론 원예가였던 이전 세대에게 헌정하는 영화인 셈. 단순한 선물로 주고받는 꽃이 아닌, 기억을 품은 꽃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그린 카드 (1990)

제목도 녹색인데 화면도 녹색녹색하다. 정확히 말하면 제목 <그린 카드>는 미국 영주권을 가리키는 숙어이긴 하지만, 아무튼 이 영화는 녹색으로 가득하다. 미국인 여성과 프랑스 남성이 위장 결혼으로 부부가 되는데, 여성은 작은 정원이 딸린 집을 갖기 위해, 남성은 미국 영주권을 따기 위해 힘을 합친다. 이렇게 ‘녹색’으로 뭉친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이민국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서로에게 맞춰가고 그러면서 이전에 알지 못한 것들을 알아간다.

원예 초짜라도, 이 영화를 보면 내 집도 푸르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칠 것이다. 그만큼 영화에서 브론테(앤디 맥도웰)가 꾸민 정원이 아름답다. 왠지 아침에 일어나서 문만 열어놔도 건강해질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반려식물을 들이면 안 된다. 브론테가 정원사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일단은 욕심내지 말고 하나만 심어 잘 길러보자. 영화는 브론테의 정원 말고도 브론테와 조르주(제라드 드빠르디유)가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는 공간을 공원으로 삼아 영화의 핵심 색감인 녹색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이 봄날을 채워줄 설렘과 푸르름을 함께 만날 수 있다.

 


플라워 쇼 (2015)

보기만 해도 자연 특유의 냄새가 코끝에 풍길 만한 영화 <플라워 쇼>. 전설적인 가든 디자이너 메리 레이놀즈의 실화를 옮긴 <플라워 쇼>는 메리 레이놀즈가 첼시 플라워 쇼에서 25살의 나이로 최연소 금메달 수상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현대적으로 변화하는 정원 디자인에서 보다 생명력과 원초적인 에너지를 부활시키고 싶었던 메리 레이놀즈는 현실에 부딪히며 좌절하곤 한다. 그러나 그가 꿈꾸는 자연의 생명력처럼 본인도 다시 도전하고 난관을 극복하며 끝내 꿈꾸던 트로피를 거머쥐게 된다.

여느 인간승리 드라마와 비슷한 <플라워 쇼>의 차별점은 역시 제목처럼 꽃이 만발한 풍경들이다. 매년 열려 세계 정원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첼시 플라워 쇼를 배경 삼아 아름다운 비주얼과 자연과 함께 생동하는 메리 레이놀즈(엠마 그린웰)의 창의력을 한껏 과시한다. 당시 플라워 쇼를 재현하기 위해 당시 참여했던 건축가를 비롯해 별도의 팀까지 꾸렸다고 한다. 당시 본인을 영화화하는 것에 별로 탐탁지 않았던 메리 레이놀즈가 비비엔느 드 커시 감독의 열성적인 설득과 그의 비전에 영화화에 협조했다. 그의 도전적인 마인드를 받아 에너지로 가득 찬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괜스레 꿈꾸게 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