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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헤레틱〉 정정훈 촬영감독 “〈헤레틱〉, 제 영화 중 카메라가 제일 많이 움직인 영화”

추아영기자
정정훈 촬영감독(왼), 스콧 벡 감독 (사진 출처 = 스튜디오 오르카)
정정훈 촬영감독(왼), 스콧 벡 감독 (사진 출처 = 스튜디오 오르카)


<올드보이>부터 <아가씨>까지 박찬욱 감독과 오랜 시간 협업한 정정훈 촬영감독은 특유의 프레이밍과 강렬한 미장센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영화 <신세계> 촬영 이후 할리우드에 입성한 그는 불규칙한 카메라 움직임으로 인물의 혼돈을 표현한 호러 영화 <그것>, 한정된 공간 안에서 스타일리시한 앵글을 선보인 영화 <호텔 아르테미스>, 감각적인 공포로 극찬 받은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등 할리우드에서도 농익은 감각을 발휘했다.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가 A24 호러 영화 <헤레틱>으로 국내 관객을 다시 찾았다. 정정훈은 이번 영화 <헤레틱>에서 전작 <웡카>의 신 스틸러 움파룸파로 파격 변신에 성공한 휴 그랜트와 다시 만나 특별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정정훈 감독의 카메라는 마치 “게임을 하듯이” 미스터 리드로 분한 휴 그랜트의 매력적인 게임에 참여했다. 정정훈 촬영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 <헤레틱>의 촬영 현장을 들여다보았다.  


 

〈헤레틱〉
〈헤레틱〉


이전에 <스토커>, <그것>,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등 공포 영화 촬영을 많이 하셨어요. 이번 영화 <헤레틱>도 스릴러이자 공포 장르의 색채가 담겨 있는데, 이전에 참여한 영화와 어떤 점에서 달랐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번 영화 <헤레틱>은 특별히 공포 영화라고 생각하고 참여한 작품은 아니고요. 재밌는 게임이 펼쳐지고, 그 안에 두 명의 소녀가 말려드는 얘기라고 그렇게 간단한 줄거리로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종교적인 이야기이고 그래서 기존의 다른 공포영화나 스릴러에 비해서 대사가 너무 많았어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2시간 가까이 쉴 새 없이 떠드는 얘기였어요. 그리고 대단한 동선이 있는 게 아니라 얘기를 주고받는 장면이 러닝 타임 내내 이어졌어요. 흔히 대화 장면을 찍을 때, 마스터 앵글이 있고 그다음에 한 명 한 명 클로즈업, 오버 더 숄더 이런 식으로 해서 기본적으로 대화 장면을 찍는 데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걸 벗어나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작품이었어요.

전작 <웡카>에 이어서 이번 작품에서도 휴 그랜트 배우와 함께했는데요. 근데 두 작품의 장르도 다르고 분위기도 많이 달라서 이번 협업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 같은데,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웡카>에서 만났을 때는 사실 휴 그랜트 배우가 모션 캡처를 했잖아요. 그때 그는 모션캡처하는 쪽에 있었고,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앵글이나 조명을 신경 쓰기보다는 그의 모션을 캡처하는 거에 더 중점이 됐기 때문에 가까이 있지는 못했죠. 근데 <헤레틱>에서는 카메라가 휴 그랜트와 굉장히 가까이 있었어요. 그래서 매일매일 그의 기분 상태, 피곤도까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있으니까 완전히 다른 배우와 작업하는 것 같았어요.

사실 당시에 낮에는 <헤레틱> 촬영을 하고, 밤에는 <웡카> 색 보정을 했거든요. 그래서 낮에는 미스터 리드를 만나고, 밤에는 (<웡카>의) 움파룸파를 만나는 되게 이상한 경험을 했어요. (웃음) 근데 한 배우가 그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경이로웠습니다.

 

미스터 리드(휴 그랜트) -〈헤레틱〉
미스터 리드(휴 그랜트) -〈헤레틱〉

 

<헤레틱>은 미스터 리드의 외딴집에서 계속 서사를 진행해 나가잖아요. 때문에 주로 폐쇄된 공간 안에서 촬영하셨을 텐데, 그 폐쇄감이 공포와 연결되기도 해요. 폐쇄감을 살리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집 자체가 주는 폐쇄감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계획을 짠 건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일단 집에 들어왔을 때 조명의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소녀들이 또 관객들이 폐쇄감과 압박감을 알게 모르게 느끼게 했어요. 그리고 그런 조명들로 인해 생긴 콘트라스트로 휴 그랜트의 표정의 디테일을 살려냈어요. 그러니까 휴 그랜트가 한마디 던지고, 소녀들의 리액션을 살피는 귀여운 모습들이 있잖아요. 그 모습이 굉장히 악마적인데 그런 것들의 디테일을 어떻게 하면 잘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한 거였어요.

영화를 찍을 때, 테이크마다 똑같잖아요. 근데 <헤레틱>은 같은 샷을 놓고도 테이크마다 배우들이 시도하는 것들이 조금씩 달랐고, 카메라도 움직임들이 달랐어요. 그러면서 앵글이 굉장히 넓은 앵글에서는 계속 그들을 맴돌면서 움직임을 주고, 사이즈도 점점 타이트하게 들어가도록 해서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도록 했던 것 같아요.

폐쇄감을 살리는 것만큼이나 휴 그랜트 배우의 미세한 표정 연기를 담아내는 게 중요했을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휴 그랜트가 안경을 쓰고 나오잖아요. 보통 찍을 때 배우의 눈동자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특히 이번에는 더욱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데, 안경 안에 조명이 다 비치니까 곤란한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휴 그랜트가 장난기 어리면서 악마 같은 질문과 답을 할 때, 그의 얼굴을 보면 미세한 웃음도 있고, 미세한 분노도 있고 많이 있어요. 근데 그런 것들이 조금씩 쌓여서 영화 <헤레틱>의 분위기를 만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디테일을 잡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잘 잡힌 것 같아요.

 

〈헤레틱〉
〈헤레틱〉


<헤레틱>의 카메라 움직임은 점진적이고 속도감이 느린데요. 이런 카메라 움직임이 긴장감을 자아내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저도 배우라고 많이 생각했었고, 저도 제3의 소녀라고 생각하면서 때로는 제2의 미스터 리드라고 생각하면서 몰입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테이크마다 조금씩 움직임을 다르게 했다고 했잖아요. 영화를 보시면 세트 바닥이 잘 안 나와요. 왜냐하면 바닥 전체에 댄스플로어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달리(카메라를 움직이는 이동차) 위에 카메라를 위한 리모트 헤드를 놓고, 저와 달리 그립(촬영 현장에서 전문적으로 달리를 다루는 촬영 스태프)이 계속 얘기를 해가면서 촬영했어요. 배우의 분위기와 디테일을 따라잡기 위해서 “저기 오른쪽으로 가라, 왼쪽으로 가라”, “조금만 높여라, 낮춰라” 그러면서요. 또 줌렌즈도 많이 썼고요. 빠르지는 않지만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마치 게임을 하듯이 그런 식으로 촬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즉흥적인 촬영이었어요. 물론 계획이 있었지만 모든 움직임의 반은 계획, 반은 즉흥적인 거라고 보시면 돼요. 같은 샷을 찍더라도 어떤 테이크를 보면 휴 그랜트로 시작해서 소녀들로 끝날 때가 있고, 어떤 것들은 소녀들로 시작해서 휴 그랜트로 끝날 때가 있었고, 그다음에 휴 그랜트의 눈동자로 끝나는 테이크도 있었고, 같은 대사를 찍지만, 와이드한 사이즈에서 끝나는 테이크도 있었어요. 그렇게 찍어둔 것들을 감독님과 편집자가 잘 캐치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 입장에서 볼 때는 영화라는 게 한 컷 한 컷 이렇게 진행되잖아요. 근데 이번에는 제가 연극을 하는 것처럼 다가왔었어요.

댄스플로어로 촬영을 했다는 게 생소한데, 그 부분에 관해서 설명해 주시겠어요?

​보통 달리를 쓸 때 기차 레일처럼 생긴 트랙을 쓰잖아요. 근데 저희는 그 트랙을 쓰면 무빙이 한정되잖아요. 그 트랙 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으니까. 댄스플로어 같은 경우는 흔히 미국 영화 쪽에서 많이 쓰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잘 안 쓰는데 <아가씨> 때 댄스플로어로 많이 찍었어요. 생김새가 댄스플로어 같다 그래서 그렇게 불려요. 왜냐하면 가구를 다 덜어내고 바닥 모듈을 나무판으로 수평을 맞춘 다음에 그 위에 매끈매끈한 아크릴로 플라스틱 스킨을 입혀요. 이음새도 모나지 않게 다 붙이고 그 위에 다시 소품이나 가구들을 갖다 놔요. 그러면 (가구가 있지 않는) 나머지 공간에서는 마음대로 카메라를 움직일 수 있어요. 그래서 영화 초반부에 응접실 장면을 보면, 셋이 앉아서 얘기하는데 카메라가 그 주변을 계속 도는 장면들도 있어요.

 

〈라스트 나잇 인 소호〉촬영 현장의 정정훈 촬영감독과 토마신 맥켄지 (사진 출처 = IMDB)
〈라스트 나잇 인 소호〉촬영 현장의 정정훈 촬영감독과 토마신 맥켄지 (사진 출처 = IMDB)


<라스트 나잇 인 소호>를 비롯해서 감독님의 다른 영화들을 보면 카메라 움직임이 굉장히 현란한 영화들이 많은데, 이번 영화는 폐쇄된 공간에서 진행하다 보니까 본인의 촬영 스타일대로 하기에는 제약이 있지 않았는지도 궁금해요.

​근데 사실 지금까지 찍었던 제 영화 중에 카메라가 제일 많이 움직인 영화는 <헤레틱>이에요. 거의 쉴 새 없이 움직여요. 그리고 저는 그런 제약을 가지면서 움직임을 만드는 게 스트레스도 쌓이지만, 그걸 해냈을 때 성취감이 되게 크거든요. 저만 느끼는 게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NG 없이 그 샷을 마쳤을 때 서로의 얼굴에서 기뻐하고 환호하는 것들이 보여요. 그런 성취감이 컸던 영화가 <헤레틱>이에요.

 

다른 장면들에 비해서 미스터 리드의 집 안 지하실로 연결된 계단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카메라 움직임이 굉장히 속도감 있었어요. 그 장면 촬영은 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그 장면에서는 크레인을 많이 사용했었고요. 사실 두 소녀가 예견된 함정으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들도 예견하고 있었던 함정이죠. 그래서 뭔가 부드럽게 보이기보단 그들에게도 알면서도 쇼크였고, 관객들에게도 그렇게 보여줘야 했었기 때문에 감독님들(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감독 듀오)도 조금 더 빠른 카메라의 움직임을 요구했었어요.

 

영화 초반, 미스터 리드의 집이 정전되기도 하고, 집 안의 다른 방으로 연결된 통로와 두 소녀가 갇힌 곳이 매우 어둡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조명도 굉장히 중요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연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영화에 참여하게 됐을 때, 세트가 지어지고 있었는데 지붕이랑 천장 이런 것들이 굉장히 꽉 막혀 있었어요. 이유를 물어봤더니, 실내이고 어두운 공간에 있는 설정등만으로 조명을 해서 영화를 찍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스크립트를 봤을 때, 조명도 꺼지고 빛이 될 만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이 영화의 특성상 모든 인물의 표정을 세세하게 살펴야 하거든요. “나한테는 영화적인 어둠이 필요하다”고 말했죠. 그래서 세트에 대한 설계를 전면 수정해서 천장에 조명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엠비언스 라이트를 갖다 두고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었어요. 불이 꺼지고 아무것도 안 보여야 하는 공간이지만 우리는 그들을 봐야 하잖아요.

 

소피 대처(왼), 클로이 이스트 -〈헤레틱〉
소피 대처(왼), 클로이 이스트 -〈헤레틱〉


이번 영화에서 휴 그랜트 배우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긴 했지만, 두 소녀를 연기한 배우 소피 대처와 클로이 이스트의 연기도 그에 못지않았어요. 최근 두 분이 할리우드의 차세대 배우로 떠오르고 있기도 한데, 두 분이랑 함께 작업한 건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현장에서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리허설을 하잖아요. 어떤 것에 대해서 감독이 얘기하고, 또 휴 그랜트가 의견을 내고, 그다음에 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내요. 그때마다 너무 고마웠던 게 어느 배우들보다도 제 말에 호응을 해주고 고개를 끄덕여줬던 게 두 배우분이에요. 그렇게 알게 모르게 친밀감이 쌓여 가면서 재미있게 작업을 했어요. 또 머물던 숙소 아파트에 소피는 저의 바로 위층, 그다음에 클로이는 바로 옆집이었어요. 클로이는 촬영이 끝나면 저희 집에 와서 제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 그날 있었던 얘기를 하다 가고 그렇게 할 정도로 저희 가족들이랑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웃음)

두 배우분이 배우인데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거나 그렇지 않고, 너무 제 여동생들처럼 친했어요. 근데 촬영이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해 있어서 신기했죠. 또 두 배우가 박찬욱 감독님의 굉장한 팬이거든요. 저의 얘기를 듣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서 굉장히 즐겁게 촬영했었어요.

클로이 이스트 배우가 감독님 댁에 와서 한식을 먹은 적도 있는지 궁금하네요.

​한식을 주로 먹었어요. 아내가 김밥, 떡볶이 이런 것들을 만들기도 했고요. 클로이가 김밥을 좋아했었어요. 클로이는 LA의 한인타운에 산 적도 있고요. 그 식구들 전체가 한국의 팬이에요. 클로이의 가족들이 작은 시네마테크를 LA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지인들과 모여서 일주일에 한 번 영화 감상을 하는 날이 있어요. 거기서 <올드보이>도 틀고 한국 영화를 본다고 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영화 자체를 굉장히 사랑하는 친구예요. 가족들 전체가 그렇기도 하고요.

 

〈헤레틱〉
〈헤레틱〉


영화의 주된 공간으로 미스터 리드의 집에 한정해서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 안에는 지하실도 있고, 대형 케이지가 있는 감옥 같은 곳도 있잖아요. 그렇게 다양한 세트들을 보여줄 때, 공간마다 다르게 촬영하신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여자들이 갇혀 있는 감옥 같은 공간 있잖아요. 그 장면을 보면 입김이 나오는데 그게 CGI가 아니에요. CGI가 조금은 있지만,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큰 냉동 창고를 세트장에 만들었어요. 늦여름 촬영이었는데도 그 안에서는 오리털 점퍼를 입을 정도로 굉장히 추웠고요. 그렇게 현실감을 살렸고요. 그다음에 화면의 색을 보면 그동안 보여줬던 공간이랑 많이 다르거든요. 그런 조명에 콘트라스트를 이용하려고 했었어요.

 

공포와 스릴러 장르에 능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계시잖아요. 이번 작품으로 그런 평가를 또 받을 것 같은데, 이런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박찬욱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쌓여왔던 것 같은데, 사실 저는 ‘공포 영화를 저의 특별한 장르다. 스릴러가 저의 특별한 장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작품을 선택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영화 <그것>을 찍을 때도 아이들의 성장 영화라고 생각했고, <친절한 금자씨>도 저에게는 블랙 코미디였어요. 특별히 공포 영화여서 찍은 작품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아요. 공포 영화는 저도 무서워서 잘 못 봐요. (웃음)
 

장르를 국한하고 작업하지는 않지만, 잘 해보지 않은 장르의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거나 해보고 싶은 시도는 있을지 궁금해요.

​미국으로 넘어와서 그동안 스튜디오 영화들을 많이 했거든요. 저는 박찬욱 감독님을 감독이자 아티스트이고, 동시에 작가로 생각해요. 그의 한 작품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색깔 있는 감독들의 작품을 더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요. 장르적인 것보다는. 근데 이쪽에 와서는 아직 그렇게 만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오히려 더 장르적인 영화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일반적인 장르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그런 갈증이 있어요.

 

〈헤레틱〉 촬영 현장 (사진 출처 = 스튜디오 오르카)
〈헤레틱〉 촬영 현장 (사진 출처 = 스튜디오 오르카)


한국에서 기다리고 있는 팬분들도 있는데, 한국 영화 작업도 할 계획이 있을까요?

한국 영화를 많이 하고 싶죠. 근데 일단은 칼을 빼내 든 게 이쪽이기 때문에, 또 그걸로 인해 가족들이 다 넘어와 있는 상황이잖아요. 당분간은 여기에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조금 더 있는 것 같고요. 그렇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 있다고 하면 꼭 가야죠. 어떻게 하다가 제가 이쪽에 와 있는 바람에 그리고 좋은 촬영감독들이 한국에 더 있기 때문에 박찬욱 감독님 영화를 제가 못한 것도 있는데, 박찬욱 감독님하고 언젠가는 또 같이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때가 제일 많이 그리워요.

마지막으로 <헤레틱> 관객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그냥 굳이 해석하려고 하지 마시고, 객석에 앉으셔서 두 소녀의 등에 기대서 따라가는 것처럼 영화를 즐기셨으면 좋겠고요. 만든 사람 입장에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은 그런 걸 감안하고서라도 재밌는 영화였어요. 제가 마지막에 편집을 한 영화의 색을 맞추는 색 보정 작업을 하는데, 그럴 때는 보통 영화를 그렇게 세심하게 보지 않거든요. 근데 이번 경우는 컬러리스트하고 둘이 색 보정은 안 하고 영화 전편을 계속 끝까지 볼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웃음) 그래서 그냥 재밌는 영화입니다. 무서운 영화 아니고요. 재미있기 때문에 무서울 수 있는 영화! 무슨 말인지는 보시면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