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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여신이 된 안젤리나 졸리의 인생 연기, 영화 〈마리아〉 미리 본 후기

김지연기자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칼라스는 죽음을 맞이한다. 스포일러가 아니다. <마리아>의 첫 장면이다. 영화 <마리아>는 화려한 파리의 아파트에서 숨을 거둔 마리아 칼라스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마치 한 편의 비극처럼, 영화는 마리아 칼라스(안젤리나 졸리)의 마지막 일주일을 재구성해 오페라와 마리아의 삶을 겹쳐놓는다.

 

마리아 칼라스(1923~1977)는 ‘오페라의 여신’이라고 불린 20세기 최고의 오페라 가수다. 뉴욕의 그리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마리아 칼라스는 13살 때 아테네 음악원에 입학했고, 17세에는 아테네 왕립 오페라단의 공연에서 작은 역할을 맡으며 프로 데뷔를 치른다. 이듬해 칼라스는 「토스카」에서 주연을 차지하며 성공 가도에 오른다. 이후 칼라스는 「라 지오콘다」 「라 트라비아타」 「노르마」 등에 출연하며 ‘라 칼라스’ 또는 ‘라 디비나(La Divina 신성한 여신)’라 불리며 칭송받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칼라스는 1970년대에 파리로 이주하고 활동을 그만뒀으며, 1977년에는 53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사망했다.

다만, 마리아 칼라스라는 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마리아>를 감상하는 데에 무리는 없다. 영화 <마리아>는 마리아 칼라스의 전기 영화라기보다는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그의 죽음 직전의 하루들을 완전히 재구성한 작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는 마리아 칼라스의 화려한 전성기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영화는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말년을 보냈던 마리아 칼라스에게 오페라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새긴다. <마리아>는 마리아 칼라스의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마리아 칼라스의 시점에서 그의 삶을 되짚어본다. 남은 삶의 마지막 일주일에 마리아 칼라스는 파리를 오페라의 무대 삼아 활보하기도 하고, 그의 환영 속 허구의 리포터와 대화하며 일종의 구술 자서전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전성기 시절 불렀던 아리아를 다시 불러보곤 한다.

<재키>(2016), <스펜서>(2021)의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마리아>로 ‘여성 서사 3부작’의 마침표를 찍었다. <재키>는 존. F. 케네디의 아내 재클린 케네디가 남편의 암살 사건 직후 겪는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춰 전개되는 영화라면, <스펜서>는 전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크리스마스 연휴 3일 동안 자유와 정체성을 찾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마리아>에서도 여성의 심리 포착에 능한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장기가 여실히 드러난다. <재키> <스펜서>가 그랬던 것처럼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여성들을 조명하되, 그들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시간 속, 인물의 격동을 담담히 비춘다.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는 1막 ‘라 디바’부터 주인공이 죽음에 이르는 끝막까지, 형식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오페라의 구성을 따랐다. 영화에서는 베르디의 「오텔로」 속 ‘아베 마리아’, 「일 트로바토레」, 벨리니의 「노르마」, 비제의 「카르멘」, 푸치니 「토스카」, 「라 트라비아타」, 「메데아」 등의 명곡이 마리아의 감정과 상태를 대변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또한 칼라스가 연기한 인물들이 오페라의 마지막에 이르면 무대에서 죽음을 맞이하듯이, <마리아>의 마리아는 그가 연기했던 오페라의 일부가 되어 삶을 마감했다. 관객을 위해 노래했던 마리아가 마침내 자기 자신을 위해 노래하고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막은 이 영화의 백미다.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더불어 <마리아>는 영상과 미술이 돋보이는 영화다. 컬러와 흑백을 오가는 필름 촬영은 에펠탑, 튈르리 정원, 방돔 광장, 사이요 궁 등 파리의 로케이션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영화에는 고풍스러운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주목받은 <스펜서>의 미술감독인 가이 헨드릭스 디아스가 참여해 마리아의 파리 아파트를 화려하고도 우아하게 구현해냈다. 또한 마리아 칼라스의 화려한 의상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특히나 마리아 칼라스 역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는 그간 본 적 없던 연기를 선보인다. 한때 할리우드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 아이콘으로 거듭났던 안젤리나 졸리의 삶은 일정 부분 마리아 칼라스와 겹쳐 보이기도 한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마리아> 촬영 현장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모든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길 원했으며, 안젤리나 졸리는 7개월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오페라를 공부했으며, 이탈리아어를 배웠다. 이로써 실제 영화에는 마리아 칼라스와 안젤리나 졸리의 목소리가 믹싱 되어 나오게 되었고, 일부 장면에서는 졸리의 목소리가 더욱 많이 쓰이기도 했다고.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