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의 마리아는 복잡한 심리상태에 놓인 인물이다. 배우가 배우를 연기하는 아이러니. 게다가 실제로 비노쉬는 오랜 경력만큼 나이를 먹은 대배우이기 때문에 마리아 역에 줄리엣 비노쉬의 캐스팅은 절묘하다. 찬란하게 젊었던 과거를 쉽게 놓지 못하는 마리아, 줄리엣 비노쉬와 그녀의 심리를 옆에서 지켜보는 매니저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호연이 훌륭한 아사야스의 수작이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줄리엣 비노쉬의 인연은 오래됐다. 아사야스는 줄리엣 비노쉬의 데뷔작 앙드레 테시네의 <랑데부>(1985)에서 각본을 썼다. 이후 <사랑해, 파리>(2006), <여름의 조각들>(2008)을 연출하며 비노쉬를 주인공으로 기용했고,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의 협업을 거쳐, 올해 신작 <이-북>으로 또 한번 뭉칠 예정이다. 이 정도면 두 사람의 신뢰가 얼마나 끈끈하게 이어져 있는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