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여리와 여리의 첫사랑 윤갑의 몸에 갇힌 이무기 강철이가 왕가에 원한을 품은 팔척귀와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BS 판타지 사극 드라마 <귀궁>이 연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덩달아 극 중에서 무녀 여리 역을 맡아 무녀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표현한 아이돌 출신 배우 김지연(보나)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KBS2 드라마 <최고의 한방>에서 배우로 데뷔한 김지연은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주조연급의 역할을 맡아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후 로맨스, 청춘 드라마, 사극, 판타지, 학원 서바이벌물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특히 <조선변호사>, <피라미드 게임>에서는 주연을 맡아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김지연의 출연작과 그녀가 맡아 온 여러 인물을 돌아보았다.

<피라미드 게임>(2024)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은 학교에서 잔혹한 서열 게임을 벌이는 서바이벌 드라마로 한국 학원물의 지평을 넓혔다. 드라마는 한 달에 한 번 왕따를 선출하는 ‘피라미드 게임’을 벌이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 반의 아이들은 인기투표 결과에 따라 철저히 서열화되고, F등급이 되면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의 표적이 된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경계는 무너지고, 모두가 잔혹한 게임의 일부가 된다.

이번 작품에서 김지연은 아무것도 모른 채 백연여고 2학년 5반으로 전학 온 성수지 역을 맡았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진리를 빠르게 터득한 수지는 친구를 사귈 때조차도 득과 실이 될 관계를 파악한다. 전학 온 첫날, 그녀는 빠르게 눈동자를 굴리며 ‘찐따’와 ‘일진’을 스캔하고, 학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녀에게 진정한 우정은 이미 낡을 대로 낡은 구닥다리일 뿐이다. 하지만 수지의 영특한 사회생활은 이곳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반강제적으로 피라미드 게임에 참여한 수지는 이내 게임의 희생양이 된다. F등급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략을 세우던 그녀는 게임의 배후와 구조적 문제, 교실 바깥으로 뻗어 있는 부조리한 시스템에 맞서기 시작한다. 김지연은 심리적 공포와 분노, 좌절과 함께 반란을 꾀하는 리더로 성장하면서 두드러지는 결연함까지 연기에 담아내면서 폭넓은 감정선을 보여줬다.
<조선변호사>(2023)

MBC 드라마 <조선변호사>에서는 부모님을 죽게 한 원수에게 재판으로 복수하는 조선시대 변호사 ‘외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백성을 위하는 진짜 변호사로 성장해가는 외지부 강한수(우도환)의 통쾌한 조선시대 법정 리벤지 활극 드라마가 펼쳐진다.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한량에 한양 곳곳에 송사를 일으키고 다니는 트러블메이커 변호사 한수는 조선의 공주이자 민초들을 보살피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궐 밖에서 살아가는 이연주(김지연)를 만나면서 점차 억울한 백성들의 대변인,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해간다.

김지연은 <조선변호사>로 사극에 첫 도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공주의 기품과 당당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민초들을 생각하는 고뇌의 감정을 표현해냈다. 또 상대역인 우도환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직후, 꿈과 사랑을 찾아 방황하고 성장하는 다섯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다. 펜싱 국가대표를 꿈꾸는 나희도(김태리), IMF로 몰락한 재벌가의 아들 백이진(남주혁), 희도의 라이벌이자 동갑내기 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유림(김지연) 등 각기 다른 상처와 열정을 지닌 청춘들이 시대의 시련과 개인의 고난을 함께 겪으며 우정과 사랑을 깨닫는다.

극 중에서 김지연은 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유림을 연기했다. 고유림은 나희도의 선망의 대상이자 치열한 라이벌, 그리고 친구로 냉철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다. 초반에는 희도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강인한 펜싱 선수로, 후반에는 가족과 친구, 사랑 앞에서 솔직하고 미성숙한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씨네플레이 추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