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디어>의 많은 장면들은 종교적, 신화적 레퍼런스의 변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영화의 원제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The Killing of a Sacred Deer, 신성한 사슴의 살해)와 플롯의 뼈대는 에우리피데스의 희곡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비극을 연상시킨다.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전쟁 출정을 알리며 함선을 띄웠으나 바람이 불지 않아 발이 묶인다. 과거 아가멤논이 사냥했던 사슴이 하필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가장 아끼던 사슴이었던 까닭이다. 아르테미스의 분노를 풀기 위해 아가멤논은 맏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신탁을 듣고 고민 끝에 딸을 희생하기로 하는데, 딸의 목에 칼을 대는 순간 이피게네이아는 피를 흘리는 사슴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