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패터슨>으로 관객을 찾은 짐 자무시의 신작은 좀비 영화가 될 예정이다. 제목은 <더 데드 돈 다이>로 이미 촬영이 진행 중이다. 이번 영화에는 그간 자무시 영화에 등장했던 배우들, 이른바 짐 자무시 사단이 총출동한다. 아직 시놉시스 등 공개된 내용이 거의 없지만 발표된 캐스팅 리스트를 보니 기대 만발이다.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을 매력을 자랑하는 <더 데드 돈 다이>의 출연진들을 모아봤다. 2019년 개봉 예정.

<더 데드 돈 다이> 촬영 현장


빌 머레이
 
커피와 담배 (2003) –카페 종업원
브로큰 플라워 (2005) –바람둥이
리미츠 오브 컨트롤 (2009) –아메리칸

<커피와 담배> -망상 편

빌 머레이는 자무시 영화의 단골손님이다. 11가지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영화 <커피와 담배>의 한 챕터 <망상>(Delirium)에서 카페 종업원을 연기했다. 미국의 힙합 그룹 우탱 클랜의 두 멤버가 차를 마시다가 배우 빌 머레이를 알아보고 함께 대화를 나눈다는 설정인데, 픽션에 실제 상황을 가미한 소소한 유쾌함이 일품이다.

<브로큰 플라워>

2년 뒤 빌 머레이는 자무시의 <브로큰 플라워>를 통해 단독 주연으로 나선다. 독신남 은 자신에게 19살 난 아들이 있다는 익명의 편지를 받고 과거의 연인들을 찾아간다. 머레이는 이 엄청난 사건을 맞닥뜨리고도 무미건조한 태도를 고수하는 독특한 캐릭터로 표현했으며 영화는 제58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리미츠 오브 컨트롤>에서는 고독한 킬러의 제거 대상인 자본가 아메리칸을 맡았다.

<좀비랜드>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 빌 머레이는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삐딱한 유머를 구사하던 사람이었다. 코미디 쇼 <SNL>(Saturday Night Live)의 원년 멤버 출신으로 인지도는 상당했다. 별일이 있건 없건 건조하게 흘러가는 자무시의 영화 세계와 그가 가진 얼굴 표정의 결합은 절묘하게 포개졌다. 촬영에 돌입하기 전, 빌 머레이는 감독에게 착한 빌을 원하는지, 나쁜 빌을 원하는지만 확인한다고 한다. “영화 연기가 나에게 잘 맞는 이유는 한 번에 90초씩만 착하게 굴면 되기 때문이다라는 심플한 언급마저 머레이 답다. 그는 좀비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다. 좀비물의 클리셰를 비튼 잔망스러운 코미디 <좀비랜드>에서 좀비 분장으로 좀비의 공격을 피하겠다는 꾀를 부리는 빌 머레이를 연기했다.

커피와 담배

감독 짐 자무쉬

출연 로베르토 베니니, 케이트 블란쳇, 빌 머레이, 스티븐 라이트

개봉 200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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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플라워

감독 짐 자무쉬

출연 빌 머레이

개봉 2005 미국,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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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랜드

감독 루벤 플레셔

출연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엠마 스톤, 아비게일 브레스린

개봉 200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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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
 
브로큰 플라워 (2005) 전여친
리미츠 오브 컨트롤 (2009) –금발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2013) –뱀파이어

<브로큰 플라워>

틸다 스윈튼은 어느 영화에서건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짐 자무시의 영화 속에서도 물론이다. 샤론 스톤, 프란시스 콘로이, 제시카 랭 등 <브로큰 플라워>에서 빌 머레이의 과거 연인들을 연기한 화려한 배우들 목록에 틸다 스윈튼도 있다. 틸다가 맡은 페니는 돈의 얼굴을 보자마자 뭐 하는 개수작이지?”라고 날카롭게 묻는다. 외딴곳 허름한 집에서 보헤미안처럼 살고 있는 페니는 아마도 돈에게 입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살아온 것 같다. “아들이 있느냐는 돈의 질문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가 버린 페니. 그의 친구들이 돈에게 주먹을 날리곤 이 에피소드는 마무리된다. 짧지만 잊을 수 없는 틸다 스윈튼의 눈빛이 인상적인 장면이다.

<리미츠 오브 컨트롤>

다음은 <리미츠 오브 컨트롤>에서다. 여기서 틸다는 백발을 길게 늘어뜨린 올 백색 차림의 여성을 맡았다. 이름도 없다. 엔딩 크레딧에는 금발이라고 표기됐다. 고독한 킬러에게 암호를 건네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신비한 분위기의 그녀는 좀체 말이 없는 킬러에게 자신의 영화 취향을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서스피션>과 오슨 웰즈의 <상하이에서 온 여인>. 각각의 암호 전달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예술을 찬미한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인디 뱀파이어의 탄생을 알린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서 틸다 스윈튼은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브(틸다 스윈튼)는 아담(톰 히들스턴)과 수천 년의 사랑을 지속해온 뱀파이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역사의 산증인답게 세계 각국의 역사와 지식에 통달해 있다. 우리가 봐왔던 뱀파이어 장르와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이 영화는 제66회 칸 영화제 경쟁 부분에 후보로 올랐다. 자무시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리미츠 오브 컨트롤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이삭 드 번콜, 알렉스 데스카

개봉 2009 미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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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감독 짐 자무쉬

출연 틸다 스윈튼, 톰 히들스턴, 미아 와시코브스카, 안톤 옐친, 존 허트

개봉 2013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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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부세미
 
미스테리 트레인(1989) -이발사
데드 맨(1995) -바텐더
커피와 담배(2003) -웨이터

<미스테리 트레인> -로스트 인 스페이스 편

이들 못지않은 또 한 명의 단골손님, 스티브 부세미도 자무시의 영화에 세 차례나 등장했다는 사실. 주연급 캐릭터를 맡은 적은 없지만 아마도 관객들은 그를 기억할 것 같다. 스티브 부세미야말로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비주얼의 소유자이기 때문. 자무시 영화에 처음 얼굴을 비춘 건 <미스테리 트레인>에서 이발사 역할이었다. 멤피스의 허름한 모텔을 중심으로 세 가지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이 영화에서, 찰리는 세 번째 이야기 <로스트 인 스페이스>(Lost in Space)에 등장한다. 술김에 범죄를 저지른 세 남자의 소동극을 보여주는 본 에피소드에서 부세미는 친구의 우발적 범죄 행위에 전전긍긍하는 소심한 남자 찰리를 연기했다.

<데드 맨>

자무시의 서부극 <데드 맨>에서 스티브 부세미가 나왔단 사실을 대부분 모를 것이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부세미는 대사 한마디 없이 술을 건네는 바텐더 역으로 까메오 등장을 했다. 얼굴을 거의 가린 수염 때문에 알아 챌 사람이 거의 없다. 마지막 작품은 <커피와 담배>의 두 번째 챕터 <쌍둥이>(Twins)에서였다. 카페 종업원을 연기한 그는, 투닥거리는 쌍둥이 남매 손님에게 장황한 수다를 늘어놓는 귀찮은 참견꾼 대니로 변신했다. 실없는 농담이 매력적인 이 에피소드에서 스티브 부세미는 역시 제 옷을 입은 듯 존재감을 보여준다.

미스테리 트레인

감독 짐 자무쉬

출연 나가세 마사토시, 쿠도 유키

개봉 1989 미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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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맨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조니 뎁, 게리 파머, 랜스 헨릭슨, 마이클 윈콧, 밀리 아비탈

개봉 199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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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드라이버
 
패터슨(2016) –버스 운전사

<패터슨>

애덤 드라이버는 <패터슨>으로 짐 자무시의 독보적 캐릭터로 부상했다. 그가 연기한 패터슨은 시를 쓰는 버스 운전사로, 단조로운 운율과 리듬이 흐르는 삶을 담백하고도 아름답게 묘사했다. 한편의 아름다운 영상 시를 보는 듯한 이 영화에서, 이란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와 애덤 드라이버는 서로 다르지만 조화로운 부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그 간명한 아름다움에 반했다는 애덤은 여기에 내가 어떤 것도 첨가해서는 안되겠다고 느꼈다. 이 영화에 그대로 스며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고.

패터슨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아담 드라이버, 골쉬프테 파라하니

개봉 2016 프랑스, 독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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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에 세비니
 
브로큰 플라워(2005) –비서

<브로큰 플라워>

클로에 세비니는 인디 영화계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하지만 짐 자무시의 영화에선 딱 한차례 조연으로 얼굴을 비췄다. 다시 <브로큰 플라워>로 돌아가 보자. (빌 머레이)이 찾아간 세 번째 여인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된 카르멘. 클로에 세비니는 카르멘의 비서 역할로 묘한 분위기를 전달했다. 클로에 세비니는 공효진, 김민희 등 국내 셀럽들의 우상으로 꼽히는 패셔니스타이기도 하다. 그녀의 작품 선택도 독특했는데, 하모니 코린의 <구모>, 메리 해론의 <아메리칸 싸이코>,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데몬러버>,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 빈센트 갈로의 <브라운 버니> 등 독특하기로 이름난 작품들에서 활약해왔다. 그녀가 짐 자무시의 새 영화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셀레나 고메즈

이제 자무시가 선택한 새로운 얼굴들을 소개할 차례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화제가 됐던 셀레나 고메즈. 미국 십 대들의 우상인 셀레나 고메즈에게 요즘 감독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추세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한 그녀지만 아직까지 두각을 드러내 보인 영화는 없었다. 최근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어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 티모시 샬라메와 엘르 패닝 등 배우들과 나란히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다음 행보가 짐 자무시의 좀비물이라는 점은 한층 이색적이다. 기존의 아이돌 이미지를 지워내고 짐 자무시의 새로운 인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보자.


케일럽 랜드리 존스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두 편의 영화로 올해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바로 <쓰리 빌보드> <플로리다 프로젝트>. 두 편 모두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데다 국내에서도 많은 영화광들이 지지를 보냈던 작품이다. 작은 역할에도 훌륭한 작품을 꾸준히 만났던 필모그래피를 보아하니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행운아이거나, 선구안이 좋은 배우일 테다.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데이빗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 자비에 돌란의 <탐엣더팜>에서 소소하게 얼굴을 비춰왔고, <엑스맨> 시리즈의 숀 캐시디/밴쉬 역으로 관객들을 만나왔다. 짐 자무시와의 협업에 박수를 보낼 팬들이 많을 텐데, <더 데드 돈 다이> 말고도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차기작은 줄지어 있다. 당분간 그의 행보를 행복하게 기다려도 될 것 같다.


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심미성